여의사회 주최 토론회서 후보별 대응 방안 제시
의사 사회 내 여성 차별 해결 위한 노력도 약속

한국여자의사회는 20일 제43대 대한의사협회장 후보자 합동 설명회를 진행했다.
한국여자의사회는 20일 제43대 대한의사협회장 후보자 합동 설명회를 진행했다.

여성 의사들 앞에 나선 대한의사협회장 후보자들은 1년을 바라보는 의정 갈등 국면을 해결할 적임자가 본인이라고 했다. '투쟁기구 상설화' 등 대응 방안을 두고는 생각이 엇갈렸다.

여전한 의사 사회 내 여성 차별 문제도 해결하겠다고 했다. 첫 여성 의협 회장을 바라보는 여성 후보들은 본인 경험에 비추어 여성 의사 권익 신장을 강조했고 남성 후보들도 차별적 문화와 구조를 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한국여자의사회 개최 제43대 의협 회장 보궐선거 후보자 합동 설명회(토론회)에서 나온 질문에 각 후보가 어떤 대답을 내놨는지 정리했다. 토론회 규정에 따라 현장에서 답변한 순서다.

투쟁기구 상설화 등 이번 의정 갈등 사태의 구체적 대응 방안은

주수호: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치와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문제, 지역의료 붕괴를 들어 의사가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 의사들은 안다. 의사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지금까지 누적된 의료 제도의 문제가 오늘날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온 것이다. 제도를 고치는 게 우선이다. 그 제도를 고치면 현재 의사 수로도 절대 부족하지 않다. 지금껏 의사가 이론이나 논리가 부족해 정부 정책에 밀린 게 아니다. 힘이 부족했다. 집단행동만이 힘이 아니다. 우리 의사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동욱: 대통령은 궐위고 정부도 의료 정책 추진 동력을 잃었다. 양쪽이 다 지친 상태다. 그런데 우리가 먼저 '지쳤으니 손 놓겠다. 정부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형국으로 가선 안 된다. 우리가 '아프다'고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그래야 상대방도 해결하기 위해 움직인다. 모두가 알다시피 지난 1년 계속 투쟁했다. 의협 회장이 되면 상설 투쟁하던 사람으로서 의협 차원에서 더 체계적으로 투쟁 기구 상설화를 추진하겠다.

최안나: 지금은 해결을 해야 할 시간이다.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더 버티라고 할 수는 없다. 원점 복귀와 입시 중단을 주장할 수도 있으나 의협 회장은 후배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의료 근간이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대책 없는데 우리마저 주장만 하고 있으면 공멸이다. 투쟁 기구 상설화 곧 비대위 설치는 대의원회가 결정할 사항이라 회장이 '하겠다'고 하기 어렵다. 다만 이전 집행부의 한계를 뛰어넘어 투쟁과 협상에서 성과를 내는 집행부를 만들겠다.

김택우: 지금은 의료계 단합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애초에 의협이 일을 제대로 하면 투쟁기구 상설화 곧 비대위는 필요하지 않다. 집행부 회무에 투쟁 관련 활동을 잘 녹이면 되는데 그렇지 못하니 조급한 마음에 비대위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의협에 상설적인 투쟁기구를 두는 것이 아니라 의협 자체가 회원 이익을 위한 상설 투쟁 기구가 되는 게 적절하다. 대의원회와 함께 상임위원회 구조 변경 등으로 집행부 회무로서 효율적으로 투쟁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겠다.

강희경: 올해 2월 이전으로 원상복귀는 답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의료를 제대로 세워야 이런 문제가 또 벌어지지 않는다. 정부는 의료를 다시 세우겠다면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으로 경증 환자를 병원에서 내쫓는 식으로 일을 해결하려 한다. 일차·지역의료를 강화해 자연스럽게 상종 구조 전환이 이뤄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소위 '기피과'에 대해서도 필수 인원의 고용을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도 목전에 닥친 문제는 회장이 신속하게 섬세하게 바로바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후보가 겪거나 알고 있는 여성 의사의 어려움과 그 해결 방안은

이동욱: 여성 의사의 문제는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생각한다. 아내가 그 여성 의사다. 여성 의사는 진료를 마치고 돌아와도 가정 일을 해야 한다. 반면 남편은 이런 일에 무관심하다. 이처럼 가부장적인 문화 속에 여성 의사는 일은 일대로 하면서 가정 문제까지 계속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의협조차 여성 의사를 제대로 배려하지 않는다. 의사 윤리 문제 중 성 관련 문제가 많다. 그러나 의협 중앙윤리위원회에 여의사회 추천 위원이 한 명도 없다. 여의사회의 의협 정관상 산하단체 편입을 위해 가장 힘썼던 사람으로서 지금까지 여의사회 추천 윤리위원 배정도 강력하게 주장해왔다. 의협 회장이 되면 여의사회 추천을 통해 집행부에 여성 임원을 최대한 받아들일 것이다. 중윤위 여의사회 추천 위원도 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 여의사회 권익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겠다.

최안나: 여성 의사의 의협 회무 참여와 권익 보호를 위해 여의사회가 더 활성화돼야 한다. 회무를 갑자기 시작하면 일과 가정의 균형을 잡기 어렵다. 학생 때부터 의사 사회를 보고 배우며 경험을 쌓아야 한다. 우리 캠프에 찾아온 여학생들이 '여성 의사로서 여기까지 오는데 어려움이 많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저도 임신 중이라는 이유로 펠로우 선발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등 여러 차별을 겪었다. 그러나 저를 이끌어주는 선배들과 함께 이런 구조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찾았다. 그래서 저도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자 한다. 여성 임원이 적은 것은 구조적 차별보다는 여성이 여건상 젊은 의사 시절부터 회무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협 회장이 되면 여의사회 활성화에 노력하겠다. 또한 실제 여의사회부터 의사 사회 회무에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첫 여성 의협 회장'까지 되는 꿈을 이뤄보고 싶다.

김택우: 여성 의사 비중은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 여러 가지 어려움이 남아 있다. 출산과 육아 부담이 가장 크리라 생각한다. 대개 전공의·전임의 시절과 겹친다. 출산과 육아로 단절된 기간을 경력으로 인정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또한 병원급 의료기관은 육아 휴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대체 인력을 투입하도록 명문화해야 한다. 정부 지원도 필요하다. 의료기관 자체적으로 탄력근무나 파트타임을 도입해 여성 의사가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아직까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일부 임상과 접근이 어렵다. 이 문제도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여성 의사가 다양한 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의협과 여의사회가 리더십 프로그램을 공동 운영하는 계획도 마련해놨다.

강희경: 여성 의사가 일하는 환경이 나아지고는 있다. 제가 전공의로 근무하던 때는 출산 후 3주 만에 출근해야 했다. 지금은 적어도 출산 휴가를 노동법으로 보장받는다. 결국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제도적인 뒷받침도 물론 필요하다. 여성 의사가 전체 30% 이상이라면 의협 임원도 여성이 30%가 돼야 하지 않을까. 처음에는 여성 임원 비율을 강제해야 한다고 본다. 여성 임원이 된 이후 문제도 봐야 한다. 보통 아이에게 일이 생기면 엄마가 챙긴다. 여성 직원이나 임원이 이럴 때 아이에게 갈 수 있고 이를 당연시하는(문제시하지 않는) 문화가 돼야 한다. 직장이 출퇴근 시간보다는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의협이 바뀐다고 사회가 당장 바뀌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수호: 반성부터 하겠다. 지금까지 의사 사회 내 남녀 차별을 특별히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도 여성이 불이익받는 부분은 분명히 존재한다. 현재 대한의사협회와 16개 시도의사회의 회장과 대의원회 의장 중 여성은 단 3명이다. 선출직 임원 여성 비중이 10%가 안 되는 셈이다. 임명직 비중은 더 적을 것이다. 여성 비중을 강제하는 건 옳지 않다고 여긴다. 다만 의협 회장이 되면 능력이 있는데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임원이 되지 못하는 일은 없게 하겠다.

그리고 여성 의사의 목소리를 더 듣겠다. 분기마다 의협 상임이사회가 여의사회를 만나 여성 의사의 고민을 직접 듣도록 하겠다. 여성 의사와 더 소통하면서 여성 의사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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