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의료지원단에 인파 몰려…진료·핫팩 제공
박주민 복지위원장 "처단당할뻔 했는데 고맙다"
서울시의사회·서울의대비대위도 의료지원 나서
"우리보다 먼저 탄압을 당한 전공의들이 거리에 나와 의료지원에 나선 게 대단하다."
14일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서울 여의도공원 6번 출구 인근에 마련한 의료지원단 '간이 진료소'를 찾은 한 시민의 말이다. 그는 "거리에 나온 의사들을 응원한다"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이날 오후 4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300명 중 204명 찬성으로 가결됐다(관련 기사: 여당 동참으로 ‘윤석열 탄핵’…밀어붙였던 의대 증원은?).
전공의 9명과 의대생 4명이 대전협 의료지원단에 참여해 탄핵 촉구 집회를 찾은 시민들을 돌봤다. 소독약, 진통제, 소화제, 기침·가래약 등 다양한 상비약을 구비했으며 골절 등에 대처할 수 있는 간이 부목도 준비했다. 이 모든 물품은 대전협이 자체적으로 마련했다.
이날 의료지원을 나온 전공의 A씨는 "일단 다 준비해왔다.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많아서 응급실을 찾는 경증 질환 위주로 대비했다"고 전했다.
전공의들은 시민들에게 핫팩과 보습제, 따뜻한 물 한잔과 함께 '윤석열 탄핵 의료정상화'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나눠주기도 했다. 피켓 뒷면에는 대전협 비대위의 입장문이 담겼다.
입장문에는 '전공의들은 이미 지난 10개월간 계엄령과 다를 바 없는 초헌법적 명령에 고통받았다. 내란을 일으킨 독재자 윤 대통령을 탄핵하고 그가 망쳐놓은 의료를 정상화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추진한 의료정책은 모두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날 많은 시민이 줄을 서서 대전협 의료지원단을 찾았다. 찰과상을 입은 시민이 진료를 받기도 했고, 핫팩과 따뜻한 물을 받으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거리로 나온 전공의들에게 "힘내라"고 응원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시민들은 거리로 나온 전공의들에게 격려와 함께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찰과상으로 진료를 받은 B씨는 "손가락 피부가 갈라져서 피가 흐르길래 의료지원단 을 찾아 진료를 받았다"며 "전공의들이 거리로 나와 진료를 해줘 고맙다. (의정갈등이) 하루속히 해결됐으면 한다"고 했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에 '전공의 처단' 문구가 포함된 것에 대해서도 "말도 안 되는 내용이다. 전공의들이 얼마나 당황스러웠겠나"라고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대전협 의료지원단을 방문했다. 박 의원은 전공의들을 격려하며 "유일하게 직역 차원에서 처단당할 뻔하지 않았나. 충격이 컸을텐데 국민을 도우러 나온다니 감사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대전협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 중단을 요구하며 필요하다면 여야와도 만나겠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필요하면 여야와 만나겠다. 예전에는 여야의정협의체가 큰 의미가 없기에 무의미하다고 봤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여야 대표도 만난 적이 있는 만큼 정치권과 소통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라며 “사태가 잘 해결될 수만 있다면 대화를 거부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대 정원 증원 등 의료대란 문제에 대해선 "원점에서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내란사태나 의료사태 모두 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았나. 이번 의료 문제도 원점에서 재논의하지 않으면 앞으로 수습하기 힘든 상황들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탄핵 이후 현 사태가 마무리되더라도 수련 현장 복귀에 대해서는 고민된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응급실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점들이 너무 많다. 사태 이전에도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며 “의료 소송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하루에 수많은 환자를 보더라도 흠결이 없어야 한다. 교과서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걸 다 해줬는데도 배상하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인만큼 고민된다”고 말했다.
선배 의사들들도 거리로 나와 시민들을 진료했다.
서울시의사회와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3일부터 국회의사당역 6번 출구 앞에서 의료지원단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회 의료지원단에 자원했다.
서울시의사회 임현선 수석부회장은 “의사인 만큼 정치적인 진영과 시국을 떠나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게 우선이라 생각한다. 시민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자는 취지에서 나왔다”며 “진통제, 감기약, 간단한 드레싱, 혈압약, 위장약 등 다양하게 구비했다”고 전했다.
서울의대 비대위에서는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오승원 교수와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배우경 교수가 의료지원에 나섰다.
오 교수는 “의사들이 전문가로서 사회적인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데 조금 부족했다. 국민이 필요하다는 일에 대해선 직역을 떠나 함께 목소리를 내야한다”며 “비합리적인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진행해 왔고, 국민들도 계엄을 계기로 정부의 문제점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했던 이야기를 계속하는 동시에 의미있는 역사의 현장에 동참하고자 의료지원에 나섰다”며 “오늘은 외상 환자뿐 아니라 감기 증상이 있는 환자들도 많을 것 같다. 어젯밤 탈수·탈진을 호소한 환자들도 있었어서 이를 위주로 대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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