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미약품 항암(ONCO) 임상팀 노영수 팀장
면역항암제 개발도 속도…“다양한 글로벌 협력 모색”
“국산 신약 성과들, 韓제약산업 기반 마련하고 있어”
[바르셀로나=김찬혁 기자] 한미약품이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4)에 참가, 차세대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선보이며 글로벌 파트너십 모색에 나섰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13일부터 오는 17일(현지시간)까지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4)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한미약품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KoNECT)이 지원하는 사절단으로 학회에 참가해, 최신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학회 현장에서 만난 한미약품 항암(ONCO) 임상팀의 노영수 팀장(이사)은 한미약품의 항암제 연구 진행 상황과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 계획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먼저, 한미약품은 이번 학회에서 포스터 발표를 통해 EZH1/2 이중 저해제 ‘HM97662’의 1상 임상시험 배경과 디자인, 비임상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HM97662는 EZH1과 EZH2를 동시에 저해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으며, 기존 EZH2 단일 저해제 대비 더 강력한 효능을 발휘하는 동시에 내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노 이사는 “기존 EZH2 저해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내성이 생기는 문제가 있었다. 특히 EZH2를 저해하면 EZH1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HM97662는 EZH1과 EZH2를 동시에 억제함으로써 더 강력한 내성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다이이찌산쿄의 EZH1/2 이중 저해제 ‘발레메토스타트’보다 더 효과적이면서 안전한 약물을 만들기 위해 전임상에서 선택한 약물이 HM97662”라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현재 HM97662 1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방광암과 난소암 등 EZH 활성화와 관련된 여러 고형암을 타깃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1상 중간 결과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노 이사는 “기술이전을 통해 상업화할지, 완주할지는 열려 있다”며, “글로벌 허가를 빠르게 얻기 위해서는 경험 많은 파트너사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노 이사는 MSD와 공동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 ‘BH3120’의 임상시험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향후 공동 개발 성과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BH3120은 4-1BB와 PD-L1을 동시에 타깃하는 이중항체 후보물질이다. 한미약품의 독자 기술 ‘랩스커버리’로 개발된 인터루킨-2(IL-2) 기반 면역항암제 ‘HM16390’ 또한 미국 1상 승인과 더불어 국내에서도 임상에 진입한 상태다. 그는 이번 학회가 글로벌 제약사와의 파트너십 기회를 확대하고, 글로벌 라이선스 아웃(L/O)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학회에서는 경구용 표적 항암제 후보물질 ‘벨바라페닙’에 대한 추가 논의도 이루어진다. 벨바라페닙은 한미약품이 개발한 Pan-RAF 억제제로, 지난 2016년 제넨텍이 기술 도입해 1상을 이어왔다. 다만 최근 제넨텍이 벨바라페닙 개발 중단을 선언해 향후 개발 전략에 많은 관심이 모였다. 이에 대해 노 이사는 “제넨텍과의 협력에서 벨바라페닙의 우선 순위가 낮아지면서 개발이 지연되고 있지만, 파트너십이 완전히 종료된 것은 아니다”며 “향후 새로운 전략을 통해 개발을 이어나갈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노 이사는 국내 제약사들이 과거에는 글로벌 인지도가 낮았지만, 한미약품을 포함한 여러 제약사들이 최근 몇 년간 성과를 내면서 글로벌 무대에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5~2016년 한미약품이 8조 원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을 성사시킨 이후,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한국 제약사들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화했다”며 “이제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먼저 협력 제안을 해오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노 이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투자 환경이 위축되며 신약 개발이 어려워졌지만, 유한양행의 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FDA 승인과 국내 바이오텍들의 꾸준한 기술 수출로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국산 신약들의 성과가 한국 제약산업의 성장에 기여하고 있으며,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 이사는 한미약품이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미국 제품명 롤베돈)’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으나, 결국 성공적인 허가를 받은 사례를 언급하며 “신약 개발은 실패와 극복을 거듭하는 과정이며, 앞으로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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