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현 연구센터장 “2026년 조건부 허가 가능성 有”
기술도입한 로슈, 1b상 환자 모집…6개국서 진행
의료진 “치료 약제 없던 환자군 적용…개발 서둘러야”

한미약품이 차기 신약 파이프라인인 표적항암제 ‘벨바라페닙(국내개발명 HM95573정)’ 개발 계획을 공개해 주목된다.

한미약품 연구센터.
한미약품 연구센터.

지난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오유경 처장이 한미약품 연구센터를 방문한 가운데 서귀현 연구센터장(부사장)은 경구용 표적항암제 벨바라페닙을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성분명 에플라페그라스팀)’에 이은 한미약품 차기 신약 파이프라인으로 꼽았다.

서 부사장은 “Pan-RAF 억제제인 ‘벨바라페닙’이 2상 결과만으로 허가를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오는 2026년이나 2027년 정도에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벨바라페닙은 RAF와 RAS 변이로 인한 고형암에서 항종양 효과를 보이는 선택적 돌연변이 억제제다. 한미약품은 기존 BRAF 변이 외에도 이제까지 표적항암제가 개발되지 못한 NRAS 변이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처방 가능한 표적 항암 신약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벨바라페닙의 글로벌 개발 권리는 미국 제약사 제넨텍이 보유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6년 제넨텍에 총 9억1,000달러 규모로 벨바라페닙을 기술이전 했다. 제넨텍은 글로벌 1b상 임상시험을 통해 벨바라페닙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제넨텍은 미국, 캐나다, 호주, 독일, 한국, 노르웨이 등 6개국에서 NRAS 변이 흑색종 환자를 모집하고 있다. 미국국립보건원(NIH) 임상시험 정보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즈’에 따르면, 제넨텍은 지난 2021년 4월 환자 모집을 개시한 이후 임상 사이트를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제넨텍 모회사인 로슈는 자사의 핵심 파이프라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임상 연구과제 ‘태피스트리(TAPISTRY)’에 벨바라페닙을 포함시키고, BRAF class 2/3(비정형) 변이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벨바라페닙 단독 투여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5일 경기도 화성시 소재 한미약품 연구센터에서 서귀현 연구센터장(부사장)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오유경 처장을 상대로 한미약품 파이프라인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15일 경기도 화성시 소재 한미약품 연구센터에서 서귀현 연구센터장(부사장)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오유경 처장을 상대로 한미약품 파이프라인을 설명하고 있다.

국내 의료계에서도 벨바라페닙 상용화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2년간 벨바라페닙은 총 16건의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받아 의료 현장에서 사용됐다. 대상 질환도 악성 흑색종, 대장암, 신우암, 갑상선암, 비소세포폐암 등으로 다양하다.

벨바라페닙 연구에 참여한 한 대학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벨바라페닙은 당초 노바티스 치료제(제품명 라핀나, 메큐셀)처럼 BRAF 저해제로 개발됐으나 임상 연구를 해보니 BRAF 뿐만 아니라 이제까지 전혀 타깃하지 못했던 NRAS 돌연변이 흑색종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이어 “벨바라페닙은 BRAF-fusion 변이 환자에게서도 뛰어난 효과를 나타냈다. 이는 이제까지 치료 약제가 없던 환자군”이라며 “NRAS 돌연변이를 타깃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이제 대규모 임상을 통해 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일만 남았다. 허가까지 꼭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벨바라페닙의 작용 기전이 처음 개발할 때와는 조금 달라졌지만 아직도 확장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여러 약제들과의 조합이랄지 우리가 아직 모르는 타깃에 대한, 다른 암종에 대한 응용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가령 MET 저해제와 병용했을 때 저항성이 늦게 나타났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만, 이 전문가는 “벨바라페닙이 라이선스아웃(L/O)됨에 따라 현재는 한미약품이 (의료 현장과) 제넨텍의 중간에서 연구 의사결정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은 한미약품과 제넥텍이 다소 더디게 개발을 이어나가고 있는데 환자들의 치료 혜택을 위해서 더 속도를 내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