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성 뇌전이 환자 포함 최초의 전향적 연구 발표
HER2 양성 뇌전이 유방암 환자에서 일관된 치료 효과
임석아 교수, "뇌전이 여부와 무관 국내 환자에서 역할 공고"
[바르셀로나=김윤미 기자] 유방암 치료 역사에 한 획을 긋고 있는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가 전향적 임상연구를 통해 HER2 양성 뇌전이 유방암 환자에서 일관된 치료 효과를 입증하며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특히 HER2 양성 뇌전이 유방암 환자에서 가용할 소분자 제제가 제한된 국내의 경우 엔허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4)에는 뇌 전이가 있거나 없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엔허투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한 3b/4상 임상 DESTINY-Breast12 연구 결과가 최초 공개됐다.
엔허투는 기존 허가 임상 연구인 DESTINY-Breast03 연구 하위 분석을 통해 뇌전이 환자에서의 치료 혜택을 확인한 바 있지만, 해당 연구에는 활동성 뇌전이 환자가 포함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후향적 분석이라는 점에서 제한이 있었다.
DESTINY-Breast12 연구는 두 개의 코호트로 나눠 코호트 1(n=241)에는 뇌전이가 없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코호트 2(n=263)에는 안정성 및 활동성 뇌전이 환자를 대상으로 엔허투 치료 혜택을 평가했다.
분석 결과, 엔허투는 안정적이고 활동적인 뇌전이를 가진 대규모 HER2 양성 유방암 환자 코호트에서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전체 및 두개내 활성을 보여줬다.
코호트 2 환자군의 12개월차 무진행생존율(PFS)은 61.6%(안정적 뇌전이 환자: 62.9%, 활동성 뇌전이 환자: 59.6%)였으며, 추정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17.3개월이었다(그림).
또한 엔허투는 안정적이고 활동적인 뇌전이를 가진 환자에서 일관된 12개월차 중추신경계(CNS) PFS를 보였다. 전체 코호트 2 환자군의 12개월차 CNS PFS는 58.9%였으며, 안정적 뇌전이 환자의 경우 57.8%, 활동성 뇌전이 환자의 경우 60.1%였다.
코호트 2 환자군의 CNS 반응률(ORR)은 71.7%(안정적 뇌전이 환자: 79.2%, 활동성 뇌전이 환자: 62.3%)였다. 기저에 뇌전이가 없는 환자군에서 엔허투 활성도는 이전 보고와 일치했으며, ORR은 62.7%였다.
엔허투는 뇌전이 여부와 상관 없이 양 코호트에서 일관된 전체생존율(OS)을 나타냈다. 12개월차 OS는 뇌전이가 있는 환자군(코호트 2)에서 90.3%였으며, 뇌전이가 없는 환자군(코호트 1)에서 90.6%로 유지됐다.
엔허투의 안전성 프로파일은 이전 보고와 일치했으며 새로운 안전성 징후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특발성폐잘환/폐렴(|LD/pneumonitis)은 여전히 엔허투의 중요한 안전성 위험으로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DESTINY-Breast12 연구 결과는 엔허투가 뇌전이 여부에 관계없이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 일관된 효과를 보여준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한편, 엔허투는 그동안 주요 임상연구의 하위분석 연구, 단일 국가 또는 단일 기관 임상연구를 통해서도 HER2 양성 뇌전이 유방암 환자에서 일관된 치료 혜택을 확인해왔다.
DESTINY-Breast03 연구의 뇌전이 환자(n=82) 하위 분석 결과, 뇌전이 환자에서 mPFS는 엔허투 투약군에서 15.0개월, 대조군인 '캐싸일라(성분명 트라스투주맙 엠탄신)' 투약군에서 3.0개월로 나타나, 엔허투 투약군에서 5배 높게 나타났다(HR 0.25).
두개내 반응률 역시 엔허투 투약군에서 65.7%, 캐싸일라 투약군에서 34.3%였으며, 객관적반응률(ORR)은 각각 67.4% 대 20.5%로 확인됐다.
현장에서 만난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임석아 교수는 이번 DESTINY-Breast12 연구 결과가 그간 한국 연구진이 주장해온 엔허투의 CNS 효과를 재확인한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한국 연구진은 오래전부터 이리노테칸을 사용하며 얻은 경험적 고찰로 엔허투가 뇌전이 환자에서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이번 데이터는 DESTINY-Breast03 연구의 하위 분석이나 DESTINY 임상의 Pooled 분석 결과로 확인된 엔허투의 CNS 효과를 전향적 연구를 통해 확증했다는 부분에서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임 교수는 뇌전이를 가진 국내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에게 엔허투가 이미 중요한 치료 옵션임을 강조했다. 뇌전이를 가진 환자에서 소분자 제제(투카티닙)를 우선적으로 권고하고 있는 서양과 달리 우리나라는 쓸 수 있는 치료 옵션이 제한돼 있어, 엔허투가 국내 환자들에게 더욱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현재 국내 임상 환경에서 투카티닙은 가용하지 않고, 기존 라파티닙의 경우 안트라사이클린을 쓴 후에나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며 "뇌전이가 있든 없든 국내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에게 엔허투의 역할은 공고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