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H1/2 이중 저해제 ‘HM97662’ 임상 설계 및 비임상 공개
난소암‧방광암 발생 및 예후 인자 이중 저해…용량 확장 앞둬
[바르셀로나=김찬혁 기자] 한미약품이 1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4)에서 EZH1/2 이중 저해제 ‘HM97662’에 대한 포스터를 발표했다.
한미약품은 현재 진행성 또는 전이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오픈 라벨, 다기관 HM97662 1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주요 임상시험 책임자는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범석 교수다.
포스터에 따르면, HM97662는 EZH1과 EZH2를 동시에 저해하는 새로운 기전의 항암제다. EZH1과 EZH2는 폴리콤 억제 복합체 2(PRC2)의 주요 구성 요소로, 후성유전학적 억제를 통해 암의 진행과 관련이 있다. 특히 EZH2와 EZH1의 과도한 활성화나 돌연변이는 여러 암, 특히 난소암과 방광암의 발생과 불량한 예후와 관련이 있다.
HM97662는 이러한 EZH1/2의 촉매 활성을 억제해 히스톤 H3의 27번째 라이신 잔기(H3K27me3)의 메틸화를 차단하며, 이를 통해 종양 억제 유전자들의 발현을 효과적으로 회복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중 저해 전략으로 EZH2 단일 저해제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번 임상 연구는 세 가지 단계로 진행된다. 첫 번째 단계는 용량 증량으로, 최대 내약 용량(MTD)과 2상 권장 용량(RP2D)을 결정하기 위한 안전성 평가가 이루어진다. 두 번째 단계는 SWI/SNF 크로마틴 리모델링 복합체에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용량을 평가하는 단계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추가 환자를 모집해 약물의 안전성, 약동학, 그리고 예비 효능을 평가할 예정이다.
포스터에 제시된 전임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HM97662는 EZH1과 EZH2 모두를 나노몰 농도에서 효과적으로 억제하며, H3K27me3의 억제와 함께 강력한 항암 활성을 나타냈다. 또한 타 EZH1/2 이중 저해제와 비교했을 때 HM97662는 두 타깃을 보다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한 전이성 난소암 환자에서 HM97662는 32주 치료 후 림프절과 간에서 종양 크기가 24% 감소하며 안정병변(SD)을 유지하는 결과를 보였다.
현재까지 19명의 환자가 참여한 이번 연구에서 HM97662는 양호한 내약성을 보였으며, 중대한 용량 제한 독성(DLT)은 보고되지 않았다. 연구는 한국과 호주의 임상시험 기관 4곳에서 진행 중이며, 앞으로 추가 환자 모집과 용량 확장 단계가 이어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