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이룬 성과…멘토들과 임상 연구자들에게 감사”
“협력 통해 지식 격차 극복할 때 성별 불평등도 해소”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명주 교수가 유럽종양학회 '여성을 위한 종양학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명주 교수가 유럽종양학회 '여성을 위한 종양학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바르셀로나=김찬혁 기자]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명주 교수가 지난 13일(현지시간) 유럽종양학회(ESMO) 2024 학회에서 ‘ESMO 여성을 위한 종양학상(ESMO Women for Oncology Award)’을 수상하며, 폐암 연구와 여성 종양학자들의 성장을 위한 기여를 인정받았다. 특히 안 교수는 한국인 최초로 이 상을 수상해 그 의미를 더욱 빛냈다.

안 교수는 수상 소감에서 자신의 개인적인 성취가 아닌 “우리가 함께 이룬 성과”라고 강조하며, 겸손한 태도로 이 상의 의미를 설명했다. 안 교수는 “이번 상은 단순히 제 연구에 대한 인정이라기보다는, 종양학 분야에서 우리가 함께 이룩한 집단적인 성과에 대한 헌사다. 특히 아시아인이자 여성 의사로서 이런 자리에 서게 돼 매우 감격스럽다”며 소감을 전했다. 안 교수는 이 상을 수여해 준 ESMO 안드레아 세르반테스(Andrés Cervantes) 회장과 ESMO의 심사위원회, 그리고 동료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다.

안 교수는 특히 여성 종양학자로서 자신이 겪었던 도전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을 회상했다. 안 교수는 “한국은 전통적으로 가부장적인 사회였으며, 학문적, 전문적 분야에서 여성들에게 주어진 기회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이는 마치 100미터 경주에서 남성들이 50미터 앞에서 시작하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여성들이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며 의료와 학문적 분야에서 여성들이 직면하는 구조적인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어 안 교수는 자신의 경력 초기 시절에 만난 훌륭한 멘토들이 자신의 성장을 어떻게 도왔는지에 대해 강조했다. 안 교수는 “의대 시절과 전공의 시절, 그리고 이후에도 많은 여성 멘토들이 저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김인순 박사님(한양대 의대 명예교수)과 김상희 교수님(서울아산병원 명예교수) 같은 분들은 저를 종양학 분야에서 이끌어주셨으며, 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의 이튼 미트롭스키 교수님은 여성은 아니지만, 저에게 임상 연구와 기초 연구의 기회를 제공해주셨다. 그들의 멘토링이 없었다면 저는 지금의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안 교수는 당시를 회상하며, 처음에는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남성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 중요한 목표는 지식 격차를 줄이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공통된 목표는 지식 격차를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협력 과정에서 정직성, 성실성, 공정성, 그리고 윤리적 행동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러한 가치를 통해 성별 불평등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명주 교수는 한국인 최초로 여성 종양학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안명주 교수는 한국인 최초로 여성 종양학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아울러, 이날 안 교수는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와 같은 제3세대 EGFR TKI의 개발을 포함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에서의 중요한 연구 성과를 소개했다. 안 교수는 특히 여러 글로벌 임상시험뿐만 아니라 제약회사의 이익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연구자 주도 임상 연구에 더 주력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약물 재사용 관련 연구나 희귀질환에 대한 연구, 그리고 아시아의 EGFR 돌연변이와 서양에서 흔한 KRAS 돌연변이 등 지역 특유의 암 유형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협력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지금까지 이뤄낸 모든 성과는 동료들과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임상 연구 코디네이터, 협력 연구자들, 그리고 산업 파트너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우리는 매일 미충족된 의료 수요를 목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는 항상 갈망하고, 폐암 치료에서의 격차를 메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 개막 첫날 진행된 오프닝 세션에서 수많은 참가자들이 안명주 교수의 수상 순간을 지켜봤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 개막 첫날 진행된 오프닝 세션에서 수많은 참가자들이 안명주 교수의 수상 순간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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