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충남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이정은 교수
“수술적 절제 가능한 PD-L1 발현 3기 환자에 효과 기대”
“최적의 진료 위해선 환자 면밀히 관찰하는 노력 요구돼”
비소세포폐암은 조기 발견 시 수술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지만, 수술 후에도 많은 환자가 재발을 경험한다. 5년 내 재발률은 1B기 45%, 2기 62%, 3기 76%로 높아, 절제 가능한 비소세포폐암의 비전이성 단계에서 효과적인 전신 치료법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항 PD-1 면역항암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는 2022년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절제 가능한 비소세포폐암(NSCLC) 성인 환자를 위한 선행보조요법(네오어쥬번트)으로 백금 기반 화학요법과 병용투여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다.
지난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회의(ASCO 2024)에서 발표된 옵디보 임상시험(CheckMate-816)의 4년 차 추적 관찰 데이터에 따르면, 옵디보와 화학요법 병용은 무사건생존기간(EFS) 및 전체생존기간(OS)을 개선하였다. 병리학적 완전반응률도 높아 장기 생존 혜택을 확인했다.
옵디보와 화학요법 병용은 2022년 10월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국내 의료진이 해당 치료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해 치료 성과를 향상시킬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에 본지는 충남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이정은 교수를 만나, 비소세포폐암 선행보조요법으로서의 옵디보의 임상적 가치와 실제 의료 현장에서의 적용 가능성, 향후 폐암 치료에서의 면역항암제 역할, 그리고 실제 처방 사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초기 폐암에서 수술 후 재발을 막기 위해 선행보조요법이 주목받고 있다. 해당 요법의 임상적 혜택은 무엇인가.
최근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의 도입으로 폐암 환자의 생존 기간이 상당히 연장됐지만, 수술 전후 치료에는 지난 15년간 거의 발전이 없었다. 몇몇 1기 폐암 환자를 포함해, 일부 2~3기 환자들은 수술 후 미세잔존암의 가능성을 고려해 세포독성 항암제를 이용한 보조항암치료를 받는다. 일부 경우에는 수술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선행보조요법을 통해 수술 가능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이뤄진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선행보조요법의 효과가 불확실하고, 이 요법 후 질병이 진행되면 수술 기회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 권장됐다.
일반적으로 선행보조요법의 일차적 목표는 수술 전 항암치료를 통해 종양의 크기를 줄여 종양의 절제 가능성과 완전 절제율을 높이며, 안전하게 종양을 제거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술만으로 완치 가능성이 충분하지 않은 환자들이 주로 이 요법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옵디보와 같은 면역항암제를 이용한 선행보조요법은 대상을 수술적으로 충분히 절제가 가능한 환자로 국한시켰다. 이를 통해 수술적 절제 후 항종양 면역을 향상시켜 생존 기간을 연장하는 결과를 확인함으로써, 선행보조요법의 목적을 재정립했다.
- CheckMate-816 연구에서 옵디보+화학요법 병용군은 화학요법 단독군보다 10배 이상 높은 병리학적 완전반응률(pCR)을 보였다. 이 결과의 의미는 무엇인가.
CheckMate-816 연구는 pCR이라는 병리학적 지표를 새롭게 조명했다. 이전에 항암방사선치료를 포함한 선행보조요법 연구에서도 pCR을 효과의 지표로 사용했지만, 그 활용도는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CheckMate-816 연구는 pCR이 선행보조요법의 효과를 보여주는 표지자임을 입증했으며, 이를 통해 치료받은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재발과 생존을 예측할 수 있음을 대규모 환자군을 대상으로 확인했다.
옵디보+화학요법을 이용한 선행보조요법에서 병리학적 완전반응을 보인 환자들의 4년 생존율은 약 95%로, 1기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70~90%)과 유사하다. 특히 림프절 양성인 2~3기 환자에서 무사건생존기간(EFS)이 크게 개선돼, 병기가 높은 환자도 병리학적 완전반응을 얻으면 높은 완치율을 기대할 수 있다.
CheckMate-816 연구에서 옵디보+화학요법군의 pCR은 24%로, 특히 PD-L1 발현이 높은 환자에서 자주 나타났다. 이 결과만을 놓고 보자면 PD-L1 발현이 높다면 고민 없이 옵디보 포함 선행보조요법을 선택할 것 같다. PD-L1 발현율이 낮거나 음성인 경우, 병리학적 완전반응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비급여로 진행하는 옵디보와 화학요법 병용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환자의 경제적 상황과 예상되는 이득을 고려했을 때 말이다.
CheckMate-816 연구에서도 병리학적 완전반응을 달성하지 못한 환자들은 대조군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병리학적 완전반응을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이 점은 약점이 될 수도 있지만, 병리학적 완전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가 있다는 점에서 강점으로 볼 수도 있다. 향후 병리학적 완전반응을 목표로 새로운 약제와 치료법에 대한 연구가 늘어날 것이다.
또 병리학적 완전반응에 이르지 못한 환자들이 포함된 다양한 임상연구 결과들도 곧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 환자들에 대해서는 수술 후에 추가적으로 면역항암제를 이용한 보조요법이 도움이 될 것인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조만간 수술 전후로 면역항암제를 이용한 보조요법의 효과를 비교하는 임상시험들의 장기 추적 관찰 결과가 발표되면, 이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 옵디보 선행보조요법은 3주 간격으로 3사이클 투여된다. 실제로 환자들이 체감하는 3주 간격 3사이클 치료의 효과와 편의성은?
선행보조요법으로 3주 간격 3사이클 치료는 대체로 환자들이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더 적은 사이클의 치료가 적절한지에 대한 연구는 없기 때문에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4사이클 치료를 선택한 다른 임상연구들과 비교해 보면, 4사이클을 계획대로 마친 환자가 75%를 넘는 경우는 드물다.
제 환자 한 분은 중 수술 전 4사이클의 면역항암제를 포함한 선행보조요법을 받고, 수술 후 면역항암제를 이용한 유지 치료를 계획했다. 그러나 4사이클째에 컨디션이 너무 많이 떨어져 치료가 지연됐고, 결국 수술 시점도 늦춰졌다. 진행성 비소세포폐암에서는 4사이클 치료가 일반적이어서 의료진들이 4사이클에 익숙할 수 있다. 하지만 수술이 예정된 환자에게 4사이클 치료는 수술을 앞두고 활동 능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지난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 발표된 CheckMate-816 연구의 4년 차 추적 관찰 데이터에 따르면, 옵디보와 화학요법 병용군의 EFS은 43.8개월로, 화학요법 단독군의 18.4개월을 크게 상회했다. 또 4년 차 무사건생존율은 옵디보 병용군이 49%로, 화학요법 단독군의 38%보다 높았다. 이러한 4년 데이터를 기반으로, 옵디보 선행보조요법의 장기 치료 효과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지.
예상대로 CheckMate-816 연구에서 무사건생존기간(EFS)이 대조군에 비해 두 배 이상 길었고, 무사건생존율도 약 10% 차이가 났다. 수술 전 3사이클 치료의 효과를 고려할 때, 이는 매우 놀라운 결과다. 전체생존기간(OS)은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았으며, EFS도 약 30개월 차이가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옵디보와 화학요법의 선행보조요법이 수술 후 재발을 늦추고, 환자의 장기 생존에 크게 기여함을 보여준다.
- 폐암 환자 중 선행보조요법을 고려할 수 있는 환자의 비율은 어떻게 되나. 특히 옵디보 선행보조요법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환자 특성이 있다면 무엇인가.
선행보조요법의 전제는 ‘수술적 절제가 가능한 환자’다. 또한, 면역항암제가 포함되기 때문에 EGFR 돌연변이나 ALK, ROS1 변이가 있는 환자에게는 사용하지 않는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전체 폐암 환자의 50% 정도가 수술을 받는데, 그 중 약 30%가 EGFR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를 고려하면, 전체 폐암 환자의 약 35%가 면역항암제 선행보조요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CheckMate-816 연구에서는 림프절 전이가 있는 2~3기, 특히 3기 환자에서 대조군 대비 뚜렷한 임상적 이득이 확인돼 실제로는 이 비율이 35%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3기 환자가 대상이 될 확률이 높으며, 림프절 전이가 심하지 않고 수술이 가능한 3기 환자들이 옵디보 선행보조요법의 가장 좋은 대상이다. 3A기나 3B기 환자 중 림프절이 여러 위치에 있거나 많은 환자들은 여전히 항암방사선치료 후 면역항암제 유지요법이 우선 고려된다.
또 PD-L1 발현율이 높은 환자에서 옵디보의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에,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기에는 조심스럽다. PD-L1 고발현 표지자를 가진 환자 비율은 약 30~40%로, 이 환자들에게 옵디보를 포함한 선행보조요법이 EFS과 OS를 연장하는 효과가 높을 가능성이 높다.
- 옵디보 선행보조요법 후, 수술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지는가?
선행요법을 결정하기 전에 '수술이 가능한가(resectability)'에 대해 흉부외과 교수님과 충분히 상의하고, 옵디보를 포함한 선행보조요법을 시행한다. 이후 영상학적 반응평가를 통해 다시 수술 가능성을 논의한다. 상의하기 전에 PET-CT를 이용해 대사 반응(Metabolic response; PET-CT에서 SUV 변화를 통한 반응 평가)을 추가로 확인하기도 한다. 치료 중 새로운 전이가 발견되거나 흉부 CT에서 종양 크기가 줄지 않아 선행보조요법의 효과가 크지 않다고 의심되는 경우에는 대사 반응을 확인한 후 바로 수술을 진행한다. 치료 시작 단계부터 흉부외과 교수님과 협의하기 때문에 환자의 활동 능력이 충분히 유지되면 수술이 지연되는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선행보조요법 후 수술을 하게 되는 환자의 경우, 다학제 진료만으로는 충분히 의견을 나누기 어려워 개별적으로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들이 별도로 소통하는 경우가 많다.
- 면역항암제 선행보조요법의 부작용은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인가. 부작용을 어떻게 관리했는지도 궁금하다.
면역항암제 선행보조요법의 부작용은 3기 혹은 4기 환자에서 나타나는 부작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갑상선 기능저하증을 비롯한 다양한 면역 관련 부작용을 조절하는 것에 대해 이미 임상의들은 충분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호르몬 관련 부작용들은 모호한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어, 미리 면역 관련 부작용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 또한, 면역 관련 부작용은 선행보조요법 중이나 수술 전에 나타날 수 있으며, 수술 후 추적 관찰 중에도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진행성 병기에서 유지요법으로 면역항암제를 사용할 때보다 면역 관련 부작용을 간과할 수 있어, 환자의 모호한 증상에도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고령의 환자에게는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젊은 환자들은 자신의 증상을 명확히 설명할 수 있지만, 고령의 환자들은 의사가 묻지 않으면 증상을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의사들은 환자의 걸음걸이, 눈빛, 피부 상태 등을 꼼꼼히 관찰하고, 적극적으로 문진을 해야 한다.
선행보조요법을 시작하기 전, 수술 전후, 그리고 수술 후 3개월 간격으로 호르몬 스크리닝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환자의 증상이 뚜렷하지 않더라도 검사에서 이상 소견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를 미리 내분비내과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 폐암 환자의 예후나 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또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나.
제 연구의 모토는 ‘환자에게 직접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겠다’는 것이다. 임상의들은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자와 그들의 검사 결과를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하여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환자에게서 발견되는 단서를 놓치지 않고,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 그것이 환자 요인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치료로 인한 것인지 끝까지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연구가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현재의 진료 시스템에서 짧은 시간 동안 진료를 해야 하는 상황이 깊이 있는 고민을 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 마지막으로, 국내 폐암 치료 환경의 개선을 위해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린다.
환자를 정말 관심 있게 봐야 한다. 모든 관계가 그렇듯,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편안해야 한다. 의사와 환자 관계도 사람 사이의 관계이기 때문에, 편안한 인간관계가 우선돼야 진료도 정확하게 이뤄진다. 그래야 환자가 힘든 부분을 의사에게 얘기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환자가 불편하고 고생스러운 부분을 참고 참다가 나중에 큰 문제가 되기도 한다. 특히 암 환자는 다양한 문제들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담당 의사가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끈질기게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진이 환자를 보는 시간이 충분히 제공되는 진료 환경이 필요하다. 환자와 인간적으로 소통하고, 환자를 면밀히 관찰하며, 꼼꼼히 문진하는 과정을 통해 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이나 발생한 문제들이 폐암이나 폐암 치료와 관련성이 없어 보이더라도, 충분히 근본적인 원인을 고민해야 한다. 특히 이 문제가 폐암 치료 중에 발생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 부분을 ‘폐암과 관계가 없다’고 단정 짓고 다른 과로 진료를 의뢰하면, 진단이 어려운 질환이나 드문 질환들은 폐암과 관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원인을 찾지 못해 환자가 불편함을 참게 되고, 결국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폐암이라는 중증 질환을 치료하는 의사로서, 환자가 가장 믿고 의지하는 담당 의사가 바로 우리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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