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암병원 종양내과 라선영 교수, 현행 급여기준 사각지대 우려
서울대병원 병리과 이혜승 교수, 현행 동반진단 수가 한계 지적
최근 국내에서 4기 위암 1차 치료에 항 PD-1 면역항암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가 보험급여 적용되며, 20여 년간 세포독성항암제에 머물렀던 표준 치료요법에도 약진이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질성이 높은 위암의 특성상 'PD-L1 CPS 5 이상'인 현행 급여기준으로는 면역항암제가 꼭 필요한 환자에게서 급여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PD-L1 발현율 진단검사의 호환 수용 및 현행 동반진단 수가 체계의 개선 없이는 궁극적으로 4기 위암 치료 성적의 향상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오노약품공업과 한국BMS제약은 지난 6일 '옵디보 위암 1차 치료 급여 등재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옵디보'의 임상적 가치와 위암 바이오마커 병리검사의 새로운 역할에 대해 조명했다.
옵디보는 지난 1일부로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선암, 위식도 접합부 선암 또는 식도선암의 1차 치료에 플루오로피리미딘계 및 백금 기반 화학요법과의 병용요법으로 급여 적용됐다.
옵디보는 HER2 음성 위암 영역에서 지난 20여 년간 세포독성항암제 외 환자의 생존기간 개선을 입증한 최초의 면역항암제로, 최근에는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등이 그 대열에 합류해 면역항암제와 세포독성항암제 병용요법이 새로운 백본(backbone) 치료요법으로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추세다.
이날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라선영 교수는 위암의 '이질성'에 대해 강조하며 4기 위암 치료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라 교수는 "그동안 HER2 음성 위암에 유일한 1차 치료 옵션은 화학요법으로, 환자들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1년 정도에 불과하다"며 "다른 암종과 마찬가지로 위암에서도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 개발이 여러 차례 시도됐지만 대부분의 임상이 실패로 끝난 바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실제 4기 환자에서 위암과 마찬가지로 예후가 불량했던 폐암의 경우 그간 수많은 표적항암제 및 면역항암제들이 개발되며 환자들의 생존기간이 크게 개선됐지만, 같은 기간 동안 위암은 HER2 양성 암종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신약 불모지'로 불릴 만큼 치료 발전에 있어 정체기에 머물러 있었다는 것이다.
라 교수는 그 이유를 위암의 '이질성(heterogeneity)'에서 찾았다. 복잡한 위암 발병기전은 물론이고, 한 환자에서조차 암세포가 다양한 양상을 보이는 탓에 특정 표적이 되는 마커를 찾기가 힘들다는 얘기다.
라 교수는 "이렇게 실패를 거듭하던 중 옵디보가 CheckMate-649 임상시험에서 기존 화학요법과 병용해 유의한 생존 혜택을 입증하면서 새로운 HER2 음성 위암 1차 표준치료 옵션으로 등극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라 교수는 "최근에는 위암 1차 치료에 옵디보가 보험급여까지 적용되며, 국내 4기 위암 치료 성적에 미약하게나마 향상이 기대된다"면서도 "다만 현재의 급여기준(PD-L1 CPS 5 이상)은 면역항암제가 굉장히 효과적일 수 있는 환자들이 급여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한계가 있어 개선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고빈도-현미부수체 불안정성(MSI-H) 환자의 경우 면역항암제가 굉장히 좋은 효과를 보이는데, MSI-H와 PD-L1 발현율 간에는 연관성이 없어 자칫 PD-L1 CPS가 '음성'이거나 '5 미만'인 MSI-H 환자들이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라 교수는 치료요법을 기준으로 급여 적용하는 현행 급여 체계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현재 옵디보의 급여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환자들이 자비로 옵디보 치료를 진행할 경우 기존에 보험급여가 적용되고 있는 화학요법마저 비급여로 전환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로 인해 환자들의 치료비 부담이 가중돼 치료 선택의 기회마저 잃을 수 있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라 교수는 "때문에 유관 학회에서도 이러한 현행 급여 체계를 개선해, 기존 치료요법에 병용요법으로 신약이 추가되는 경우 기존 치료요법은 급여를 유지하고 신약에만 100/100(환자가 100% 부담)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정부를 설득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연자로 나선 서울대병원 병리과 이혜승 교수는 위암 치료 영역에서 병리검사 역할의 강화와 진단 플랫폼 간 호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 교수는 "바이오마커는 약제의 치료 반응 및 효과를 사전에 예측함으로써 맞춤형 항암 치료를 가능케 하는 중요한 지표"라며 "최근 항암 신약의 급여 적용 과정에서 병리검사 결과가 기준으로 설정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병리검사가 치료 옵션 선택 및 치료 전략 수립 과정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교수는 "옵디보 위암 1차 치료 급여 개시와 동시에 PD-L1 IHC 28-8 PharmDx 진단 플랫폼이 기존에 허가 받은 '동반보조진단'에서 옵디보+화학요법 병용요법 급여 대상 환자 선별을 위해 '동반진단 검사에 준하는 경우'로 사용 목적과 수가가 변경됐다"면서 "이번에는 다행히 약제와 병리검사 급여 개정이 동시에 이루어지면서 환자들이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급여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교수는 "최근 여러 암종에서 다양한 신약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는데, 현재 국내 시스템상 동일 암종에서 같은 바이오마커를 검사하더라도 각 약제별로 다른 진단 플랫폼과 진단 시약을 세팅해야 해 효율적으로 검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약제별 임상연구 설계에 따라 허가 및 급여 기준을 설정하기 때문.
이 교수는 "앞으로 계속해서 새로운 신약이 등장함에 따라 진단 플랫폼과 진단 시약이 다양해지면서 임상 현장에서는 항체마다 개별적인 진단기기를 세팅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병리 및 임상 현장의 효율성 제고와 사회적 비용 경감을 위해서는 진단 플랫폼 간 호환 인정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그 일환으로 앞서 폐암에서 PD-L1 발현율을 기준으로 급여 대상 환자를 선별할 때 서로 다른 진단 플랫폼 간 호환을 인정한 사례처럼, 위암 역시 진단 플랫폼 간 호환 인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 교수는 "위암은 이질성이 높은 암으로, 한 부위의 샘플만으로는 CPS를 판독할 수 없어 전 범위에서의 평균 값을 내야 한다"며 "이는 곧 병리과의 업무부하로 이어져 이에 대한 적정수가가 반영돼야 한다"고도 호소했다.
여기에 더해 이 교수는 "환자들의 치료 결정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여러 바이오마커 검사 중 PD-L1 및 ALK 정도에만 동반진단(레벨 2) 수가가 산정돼 있어, HER2 검사조차 여전히 레벨 1으로 수가가 매겨져 있다"며 "동반진단의 개념으로 허가가 이뤄지기 전 이미 시행하고 있던 바이오마커 검사들에 대해서도 수가 조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