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홍정용 교수
"임핀지, 부작용은 경미…환자 비용 부담이 변수"
“약제 선택, 임상의 각자의 경험과 기준 따를 것”
‘임핀지(성분명 더발루맙, 아스트라제네카)’,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MSD)’ 등 면역항암제가 담도암 치료 전면에 등장하면서 환자의 장기 생존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실제 치료 접근성은 여전히 제한적인 상황. 때문에 의료현장에서는 약제들의 치료 효과가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급여 현실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4일 개최된 ‘대한종양내과학회(KSMO) Recent Updates in GI Cancer 2024’ 런천 심포지엄에서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홍정용 교수는 임핀지의 치료 효과와 실제 환자 사례를 공유했다. 이에 본지는 발표를 마친 홍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담도암 치료 환경의 변화와 앞으로의 개선 방향에 대해 들었다.
- KSMO GI 런천 심포지엄 세션 발표를 통해 임핀지 처방 경험을 공유 주셨는데, 실제 치료 환경에서 임핀지 처방 비중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어느 정도의 환자들이 임핀지 병용요법을 처방받고 있는가?
전반적인 처방 비율은 병원마다 상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는 진료지침에서도 선호되는 표준치료이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고, 실제로도 저희 기관에서는 기존 GP(젬시타빈+시스플라틴) 병용치료보다 많이 처방되고 있다. 그러나 임핀지 병용요법(임핀지+젬시타빈+시스플라틴) 처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인은 비용 문제다. 즉 환자의 경제적 부담과 직결되어 있다. 한 사이클에 수백만 원 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환자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임핀지 치료를 받은 대부분의 환자들이 실비보험을 이용하고 있다.
- 환자의 상태에 따라 임핀지 병용요법이 필요할 경우, 혹 안내에 어려움은 없는가?
환자에게 임핀지 병용요법 치료가 필요할 경우 고민 없이 안내하고 있다. 덧붙여 임핀지 병용요법은 이제 환자의 상태에 따라 선택하는 옵션이 아니다. 이를테면 간암이나 췌장암과 같은 타 암종의 경우, 여러 기저 질환이나 부작용의 우려 때문에 병용요법 치료제 중 일부를 덜어내기도 하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여러 치료 옵션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 판단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그러나 임핀지와 같은 면역항암제의 경우,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경미한 수준이고, 환자분의 입장에서도 체력적인 부담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매우 심각한 자가면역질환이 있거나 과거 이식을 받은 이력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효과와 안전성을 고려했을 때 고민의 여지없이 진료 가이드라인에서 선호요법(Preferred Regimen)으로 권고되고 있는 임핀지 병용요법으로 치료한다.
- 최근 담도암 치료 옵션으로 ‘펨브롤리주맙(제품명 키트루다)’ 병용요법이 추가됐는데, 임핀지 병용요법과 어떻게 비교하시는지, 처방에 고려하시는 사항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담도암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두 치료요법은 1차 치료에서 동등한 수준으로 권고되고 있다. 그러나 임핀지 병용요법 관련 연구(TOPAZ-1)와 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 관련 연구(KEYNOTE-966)의 데이터에 세부적인 차이는 존재한다. 그 중 어떤 치료 옵션을 선택할지는 관련 연구 결과 및 처방 경험을 고려한 의료진의 판단에 달렸다.
가령, 과거에 젬시타빈으로 치료 효과를 길게 본 경험이 있는 임상의라면 젬시타빈 처방을 위해 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을 선택할 것이다. 반면 데이터가 같은데 삶의 질 측면에서 굳이 항암화학요법을 할 필요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는 임상의도 있을 것이다.
- 발표에서 소개하셨던 이탈리아 리얼월드데이터(RWD)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RCT(무작위 대조 연구)는 근거 수준이 높은 데이터로 평가되지만 상태가 좋지 않거나 특수한 상황에 놓인 환자는 연구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심포지엄 발표를 통해 사례를 공유한 환자 중 일부도 임상 연구에는 포함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무작위 배정으로 진행된 글로벌 3상 연구의 데이터라고 하더라도 실제 임상 현장에서 유사하게 재현이 되는지 여부에 관심이 모이곤 한다.
그런 점에서 임핀지의 이탈리아 RWD는 TOPAZ-1 3상 연구 결과와 유사하거나 오히려 수치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데이터를 살펴보면 8사이클 이상 치료를 진행한 환자의 예후가 좋은 편이다.
- 심포지엄의 좌장을 맡은 오도연 교수가 새로운 약제의 등장으로 최근 담도암 치료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담도암 환자가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는가?
오도연 교수께서 정말 중요한 말씀을 해 주셨다. 교수님 말씀처럼 과거에는 담도암 치료 영역에서 2년 생존, 3년 생존에 대한 고려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생존 기간을 보였다. 대부분의 타 암종에서 1년의 생존 기간은 어렵지 않게 기대할 수 있는 반면, 담도암 혹은 췌장암 환자가 1년 이상 생존하는 일이 드물었다. 그러나 TOPAZ-1 임상 3상 연구와 3년 추적 관찰 연구를 통해 이제 담도암 치료 환경에서 2년, 3년의 생존 기간을 논의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치료 기간에 따른 전체 생존 그래프를 보면 곡선이 그대로 하향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완만하게 형성되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제도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 같은데.
보험 급여 적정성 검토 시에는 전통적으로 전체생존율 중앙값(mOS)을 주요하게 보고 있고, 기존의 많은 연구에서도 mOS를 주요한 평가 변수(endpoint)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면역항암제 치료에서는 중앙값이 최적의 평가 변수가 될 수 없는 경우도 존재한다. 예후가 불량한 암종에서는 초반에 생존율이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정 시점의 mOS의 큰 차이가 존재하기 어렵다. 이 경우에는 효과가 있는 환자에게 치료 경과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 특정 시점에서 생존율 차이가 얼마나 발생하는지 검토하는 것이 그 약제의 치료 혜택을 보다 정확히 반영할 수 있다고 본다.
TOPAZ-1 연구에 따르면 2년 시점에서 임핀지 병용요법의 전체 생존율(OS)은 24.9%, 기존 표준요법(GemCis)은 10.4%를 보였다. 이는 치료 2년 후 기존 표준요법으로 치료한 환자 10명 중 1명이 생존하는 동안 임핀지 병용요법으로 치료한 환자는 10명 중 2.5명이 생존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임핀지 병용요법의 장기 생존 효과는 3년 시점에서도 확인됐다. 무엇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는지에 따라 약제의 의미와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불량한 예후와 치료 방법이 드문 담도암에서의 mOS 증가와 비교적 치료 방법이 많고 이미 생존율이 개선된 다른 암종에서의 mOS 증가는 같은 수치라 하더라도 그 의미가 다르다. 담도암의 불량한 예후 특성을 고려하였을 때 장기 생존의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는 것이 필요하다.
- 현재 담도암 치료 환경에서 약제 외에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린다.
임상 현장에서 의료진의 판단에 따른 치료가 적절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험 급여 제도의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 의료진은 환자의 반응 평가를 통해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치료법을 유지할지 변경할지 판단한다. 그러나 특정 약제나 치료법이 보험 급여권에 들어섰을 때,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치료 전략을 변경하고 싶어도 고시 문구에 따른 이분법적 사고로 급여치료가 제한되는 경우가 있다. 이를테면 특정 치료제의 병용요법 치료 중 환자에게 부작용이 발생하여 일부 약제를 제외하거나 용량을 감량해 치료를 시도하고 싶어도, 급여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다. 진료 현장에서의 판단을 고려한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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