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수 회장 "정부, 의대 정원 주먹구구식으로 일관"
"경고 무시하고 의대 정원 증원 추진하면 투쟁나설 것"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추진을 저지하기 위해 '생즉사 사즉생(死卽生 生卽死)'으로 나서겠다고 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을 증원하면 정해진 로드맵에 따라 투쟁하겠다고도 했다.
의협 범의료계대책측별위원회(범대위)는 25일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의대 정원 증원 졸속 추진 강력 규탄 집회’를 열고 정부가 증원을 강행할 경우 투쟁에 나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는 범대위원 30여명이 모여 ‘무계획적 의대증원 건보재정 파탄난다’, ‘의대정원 졸속확대 의료체계 붕괴된다’, ‘비과학적 수요조사 즉각 폐기하라’, ‘준비 안 된 의대증원 의학교육 훼손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진행했다.
의협 범대위원장인 이필수 회장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주먹구구식 처방’이라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보건의료전문가 단체로서 정부에 필수·지역의료 붕괴 가능성에 대해 일관되게 경고해 왔다”며 “그러나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책 보다 이해당사자들의 희망사항만을 담은 비과학적 수요조사 결과를 의대 정원 확대의 근거로 활용하며 주먹구구식 처방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불가피하게 인력을 확충할 경우에도 그 인력이 고스란히 필수·지역의료 분야에 유입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가 우선돼야 한다”며 “포퓰리즘적 접근이 아닌 다양한 요인과 지표 등 객관적인 근거에 따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된 정책 추진이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지 않도록 의사 등 현장 의료인, 전문가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의대 정원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논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는 의대 증원이 저지되는 순간까지 ‘생즉사 사즉생’의 각오로 몸과 마음을 바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과 경기도의사회 이동욱 비상대책위원장은 ‘건보재정’이라고 쓰인 구멍 난 독에 물을 붓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는 의사 수가 늘면 건보 재정에 누수가 생겨 결국 재정 파탄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보고서에 따르면 의사가 1,000명당 1명이 늘면 의료비가 22% 증가한다. 그러나 정부는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면서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털어가는 건보 재정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일방적·무조건적·무계획적인 의사 수 증가로 재정에 누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범대위원들 "정부의 일방적 의대 정원 증원 즉각 중단하라"
이어 단상에 오른 범대위원들도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추진에 맞서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비대위원장은 “의협은 정부에 국민 앞에서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해 공개 토론하자고 몇 차례 말했지만 정부는 거부하면서 국가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 추진하고 있다”며 “(의대 정원을) 총선에 유리한지 따져가며 정쟁의 도구로만 사용한다면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전공의가 파업하면 대학병원이 마비돼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 그런 파국적인 상황에서 피해자가 나온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며 “파업한 의사 혹은 잘못된 정책을 마련한 학자가 져야 하는 건가. 만약 의료계 파업 사태로 국민 중 피해자가 발생하면 그 책임은 바로 윤석열 대통령에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은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며 서울시의사회 3만5,000명 회원과 투쟁의 선봉에 설 것을 다짐한다”며 “올바른 보건의료정책 전문가와 함께하라”고 말했다.
전남의사회 대의원회 선재명 의장은 “의대 정원 증원은 필수의료뿐 아니라 의대 교육의 질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며 “의학교육점검반의 탁상공론적인 연구 결과는 참으로 개탄스럽다. 지금이라도 포퓰리즘이 아니라 의료계와 의학교육 백년대계를 위해 함께해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가 졸속으로 의대 증원을 추진한다면 더 높은 강도로 투쟁하겠다”고 했다.
한국여자의사회 홍순원 수석부회장도 “정부는 무너지고 있는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지만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며 “형사상 고소 위험과 저수가를 감당해야 하는 필수의료 특성을 고려할 때 정원을 늘려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필수·지역의료 의사가 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사회 25개구 대표회 한동우 회장(구로구의사회장)은 “단순히 의대 정원을 늘려 낙수효과만을 기대한다면 필수의료 종사자에게 ‘낙수과 의사’라는 자괴감만 줄 것”이라며 “일방적인 정원 확대는 의료체계를 붕괴시키고 준비 안 된 정원 증가는 의학교육을 훼손해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정부를 향해 의대 정원 증원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의료계는 10여년 전부터 정부에 필수의료 붕괴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지만 정부는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하다 결국 필수의료과 몰락을 가져왔다”며 “그러나 정부는 근본적 해결책보다 최소 11년에서 14년 후 배출될 의사 수 증원에만 관심을 갖고 의대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의료비 폭증과 의대교육의 질 저하, 의학교육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는 의대 정원 증원 졸속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며 “정원 증원에 앞서 무너져가는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실효적·근본적 대책을 마련하라. 의대 정원에 대해 의협과 합의해 정책을 추진하기로 한 2020년 국민과의 합의를 지켜라”고 촉구했다.
또 “의료계의 경고를 무시하고 의대 정원 증원을 졸속으로 강행할 경우 14만 의사들은 정해진 로드맵에 따라 어떠한 투쟁도 불사할 것이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강력히 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의사 가운 벗은 의대생들 "무분별한 의대 증원 시 한국의료 나락"
- “의대 증원 반드시 저지”…첫 번째 단체행동에 의사 800여명 모여
- [히구라] 의협, 또다시 전공의·의대생 뒤에 서나
- KAMC ‘의대 정원 350명 증원’에 힘 실은 의협
- 조규홍 장관, OECD 회의서 ‘의대 정원 증원’ 필요성 강조
- 전공의 움직이자 의대생들도 '술렁…"동맹휴학 결정하면 동참"
- 먼저 나선 전공의들…대전협→의협으로 '단체행동' 부활?
- 대전협 "전공의 86%, 의대 증원 시 단체행동"…의협 "사전 협의無"
- “젊은 의사들 함부로 겁박하면 선배 의사들 나선다”
- "의대 증원, 사법 리스크로 멍든 의료계…소통의 장 마련해야"
- "중증도 높아야 필수의료? 팬데믹 최일선 이비인후과도 고려해야"
- 카운트다운 들어간 의대 증원…의협, 의대·대학병원 방문
- “필수의료 살린다며 표심만 공략…문제 인식 수준에 실소”
- 정부 발표 다가오자 다급해진 의협 “의대 적정 규모 논의하자”
- 의대 신설 목표로 대학·지자체 '합종연횡'
- 발표만 남은 의대 증원 규모…의료계 “돌이킬 수 없는 의료 파탄”
- "지금 현장에 누가 있는지 보라"…'1년 투쟁' 이어온 이동욱 후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