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醫, 필수의료 개념에 이의 제기
김병철 회장 "중증도 등으로 필수의료 정의 못해"
회무 방향은 '수가 정상화'…협상 대응팀 등 추진

(왼쪽부터)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이종선 총무부회장,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이준호 이사장, 이비인후과의사회 김병철 회장, 김준희 공보부회장(ⓒ청년의사)
(왼쪽부터)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이종선 총무부회장,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이준호 이사장, 이비인후과의사회 김병철 회장, 김준희 공보부회장(ⓒ청년의사)

정부의 의료 정책이 소위 '필수의료'라 불리는 기피과에 초점이 맞춰지자 의료계에서 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료의 중증도, 전공의 충원율 등 단편적인 지표로 필수의료를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김병철 신임 회장은 지난 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5회 학술대회 및 정기총회’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필수의료를 둘러싼 논의에 대해 이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김 회장은 이날 정총에서 제13기 회장으로 취임했으며 임기는 2년이다.

김 회장은 필수의료를 정할 때 중증도만을 고려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당시 최일선에서 환자를 진료했던 이비인후과도 필수의료 관련 정책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중증도를 따져 필수의료를 정하는 것이 과연 정당성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필수의료로 호명되지 않은 진료과들은 ‘비필수의료’로 여겨지는 것 같다는 점에서 불만이 있다”며 “모든 과가 필수의료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때 이비인후과가 중요한 역할을 한 만큼 (필수의료 관련 정책을 추진할 때) 이비인후과도 반드시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당시 이비인후과 의사들은 호흡기 감염 증상을 조기에 진단하고 환자를 치료해 전파를 최소화하는 데 적극 참여했다”며 “2022년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신속항원검사, 대면진료 등 코로나19 관련 진료의 35~50%를 전체 의원의 7%에 불과한 이비인후과에서 담당했다. 모든 진료과 중 가장 높은 비중”이라고 했다.

정부가 필수의료라고 불리는 진료과의 저조한 전공의 모집률로 인해 인력 확보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공의 충원율로 필수의료가 정해질 수 없다고도 했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2024년도 상반기 전공의 1년차 전기 모집 지원 결과에 따르면 이비인후과는 105명 모집에 148명이 지원해 141.0%의 지원율을 기록했다. 지난 2023년도에도 모집 106명에 137명이 지원하며 129.2%라는 높은 지원율을 보였다.

김 회장은 “이비인후과는 일차의료에 특화된 과인데 초기 내과 질환도 진료할 수 있다. 또한 상기도 감염 환자가 매우 많아 이를 진료하면서 의사로서 큰 보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전공의들이 많이 지원하는 것 같다”며 “정부 논리대로 전공의 지원율이 저조한 과가 필수의료라는 프레임을 두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엉뚱한 방향”이라고 했다.

이어 “필수의료라는 단어 자체가 이상하지만 그럼에도 전공의 충원 상황을 기준으로 구분되선 안 된다”며 “환자를 많이 보는 데다 감염병 관리에 있어 이비인후과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비인후과도) 필수의료에 속한다고 계속 정부에 건의하고 있지만 들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수가와 임금 등을 고려하면 이비인후과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고도 했다. 이비인후과의사회에 따르면 수련 기간이 4년제인 진료과 중에서는 이비인후과 봉직의의 평균 임금이 제일 낮다.

이비인후과의사회 김병철 신임 회장은 13기 회장단의 주요 회무 방향으로 수가 정상화를 꼽았다(ⓒ청년의사).
이비인후과의사회 김병철 신임 회장은 13기 회장단의 주요 회무 방향으로 수가 정상화를 꼽았다(ⓒ청년의사).

타과 보다 낮은 이비인후과 수가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특히 외이도·비강·구강·인두·후두 강처치 수가를 신설하고 다른 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가를 적용 받고 있는 수술 수가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바우처 발부와 정기적 청력검사 지원 등을 통해 생애주기별 난청 검사를 실시하고 ‘감염병 위기관리 상설협의체’를 구성해 이비인후과가 향후 감염병 사태에서 최전선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타 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술 수가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이비인후과 진료를 위축시키고 있으며 수련을 마친 전공의들이 개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며 “수술 수가의 현실화와 함께 ‘동일 수술, 동일 수가’ 원칙에 따라 갑상선 수술 외과 가산에 의한 차별을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회장은 이날 13기 회장단의 회무 방향으로 이비인후과 수가 정상화를 제시하며 이를 위해 수가 협상 대응팀을 꾸리는 등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이비인후과 수가 협상 전략 수립 ▲교육 및 신의료기술 지원 프로그램 ▲지역사회와의 협려 강화 ▲회원 간 공유의 장 마련 ▲회원 권익보호 최우선을 주요 사업으로 꼽았다.

김 회장은 “현재 당면한 가장 큰 문제인 낮은 이비인후과 수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조직을 강화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사업을 전개하겠다”며 “수가 협상 전략을 강화하기 위한 전문가 그룹을 구성하고 현실적·공정한 수가 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수가를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회원들의 전문성을 향상하기 위해 최신 기술과 치료 방법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돕겠다. 또한 지역 사회에 봉사하는 등 지역 사회와 협력을 강화해 수가 협상에서의 압력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성과를 낸 회원 사례를 공유해 전체적인 수가 수준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언론·법무·노무 등에 즉각·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신속대응팀을 구성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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