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토론회 개최
"보험업계 위해 의료기관이 의무·비용 부담" 비판
"환자는 청구 간소화 아니라 지급 거부 방지 원해"
실손보험 청구 대행 관련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처리 절차를 앞두고 있지만 보험업계만을 위한 법이라는 현장 우려는 여전하다.
7일 대한의사협회가 주최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바람직한 방향' 토론회에서는 그간 의료계와 시민단체가 제기한 보험업법 개정안 문제가 다시 강조됐다.
'보험업법 개정안 문제점과 개선안'을 주제로 발제한 의협 최청희 법제이사 겸 보험이사는 지금까지 지적된 민감 정보 보호 문제나 중개기관 문제는 물론 의료기관에 청구 간소화 참여를 강제하면서 비용이나 책임까지 전가한다고 비판했다.
최 이사는 "개정안은 실손보험 계약 당사자가 아닌 제3자 요양기관에 서류 전송을 강제한다. 전송 시스템의 안전성이나 용이성을 비롯해 소요되는 행정 비용을 고려해 선택할 자유도 보장되지 않는다. 보험회사 선택한 방법을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와 법무법인 반우 정혜승 대표변호사도 같은 의견이었다. 서 이사는 "실손보험은 민간 기업이 만든 상품이고 청구와 심사, 지급, 사후 관리 시스템 구축 의무도 기업에 있다. 서류 전송 의무를 요양기관이 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정 변호사 역시 "보험업계는 의료기관과 환자의 진료 계약 안에 서류 전송 업무도 포함된다고 주장하지만 실손보험 체계에서 의사와 환자가 맺는 계약은 치료 위임에 대한 계약뿐"이라면서 "이번 개정안은 (의료기관에 새로) 의무를 부과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산업계에서 참여한 의료IT산업협의회 전진옥 대표는 이미 형성된 민간 핀테크 시장 기술력과 서비스로 실손보험 청구 절차 간소화 요구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 대표는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청구 간소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구와 환경이 만들어져 있다. 정부가 추구하는 디지털 생태계 활성화 측면에서도 이를 활용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실현할 대안은 이미 존재하고 시장에서 검증도 마쳤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와 환자단체는 '환자 편의를 위한다'는 보험업계 주장이 앞뒤가 맞지 않다고 했다. 최근 중증질환이나 고액 보험금 지급 거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소액 보험료 지급을 돕겠다는 보험사 주장에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상호 이사는 "환자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고액 진료비를 지급 거절당하지 않길 바란다. 포기해도 그만인 소액 의료비 보험금이 아니다"라며 "지금 보험업계는 환자 편익 증대를 이유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집요하게 요구하지만 한편에서는 소송도 불사하며 고액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참여연대 조희흔 간사 역시 "지난 2018년 보험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실손보험 미청구 사유는 보험업계가 주장하는 절차상 번거로움이 아니라 소액이라는 이유가 주였다"며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고액 보험금 지급 회피 문제만 더 심화된다. 민간보험사만 이익인 정책"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금융위원회 신상훈 보험과장은 "의협과 의료단체에서 보험업법 개정안을 반대하고 있지만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에서 의료계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성실히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신 과장은 "전송대행기관은 자료를 집적·활용하지 않는다. 민감 정보 유출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정보 유출을 우려한다면 민간 앱이 아니라 공공성이 있는 기관(보험개발원)이 주관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본다"고 했다.
신 과장은 "의료계가 관리·감독 필요성을 강조하는 만큼 의료계와 협의해 의료계와 보험업계 그리고 전문가로 구성한 위원회를 만들겠다"며 "보험업법이 개정된 후에도 의료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공정하게 실행하겠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임혜성 필수의료총괄과장은 "복지부는 국민 편의 차원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또 다른 이해관계자인 의료계 의견을 반영해 법안이 잘 안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임 과장은 "중개기관이나 위원회 구성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부분에 대한 불안감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입법 과정에서 복지부도 금융위, 의료계와 충분히 소통해 현장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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