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협 "간호사·조산사·치과의사 등에도 합리적 기준 제시되길"
간호돌봄 시민행동 "의사 진료독점권, 진단기기 독점권과 달라"

대법원이 한의사도 초음파 기기 등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리자 간호계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번 판결로 의료인의 면허 범위 외 의료행위 금지 조항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 기준이 세워졌다고도 했다.

대한간호협회는 23일 논평을 내고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진료에 사용해도 의료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을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

간협은 “이번 판결에서는 의료행위의 가변성, 과학기술 발전, 교육과정, 국가시험 변화, 의료소비자의 합리적 선택 가능성 등을 고려해 의료법상 자격을 갖춘 한의사가 진단의 정확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초음파 기기를 사용한 행위에 의료법 위반죄를 지울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간협은 “의료법 제27조 무면허 의료행위 금지 규정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가 금지되는 것’에 대한 합리적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이번 판결로 한의사는 물론, 치과의사, 조산사, 간호사 등 다른 의료인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판단 기준이 제시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에 따라 한의사를 포함한 의료인들이 각자의 학문 지식과 역량에 따라 현대 진단기기를 안전하고 합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며 "국민의 건강 증진과 의료소비자의 선택권 보호에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간호법 제정 추진 범국민운동본부(범국민운동본부)’ 소속 시민단체인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도 대법원 판결을 반겼다.

시민행동은 이날 논평을 통해 “그동안 의사들은 무면허 의료행위죄를 무기 삼아 다른 의료인을 겁박했다. 이에 의료이용자의 건강권이 침해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며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지금까지 의료법의 무면허 의료행위 규정으로 타 의료인을 고소·고발하던 의사들의 겁박행위를 모두 취소해야 한다”고 했다.

시민행동은 "의료이용자는 의료인이 학문적 근거와 임상 경험에 따라 내린 진단과 판단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며 "이번 판결로 의사를 제외한 다른 의료인의 진단적 판단이 인정돼서는 안 된다는 논리가 성립할 수 없게 됐다. 이는 의료이용자의 합리적 선택을 존중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들은 “의사의 의료행위도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아졌다. 그런데 의사집단은 의사에게 부여된 진료독점권을 모든 의료기기와 진단기기에 대한 독점권으로 오인하고 있다”며 “이는 타 의료인의 학문 분야와 자율성을 침해하고 의료이용자의 의료행위를 선택할 권리마저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각 의료인의 면허는 존중돼야 하며, 그들이 현대 의료기기와 진단기기를 사용해 면허 범위 내에서 내린 진단과 판단 또한 존중받아야 한다”며 “의료법의 보호법익은 의사의 진료독점권을 무한정으로 보호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을 증진하고 보호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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