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TKI 병용요법 '치료 표준' 도약
환자 선별과 병용 전략 다각화가 관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 패러다임이 중대한 전환기를 맞이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3세대 EGFR 티로신키나제 억제제(TKI)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에 대한 글로벌 3상 임상 FLAURA2 연구에서 전체생존기간(OS) 연장 효과가 최종 입증되면서, 1차 치료에서도 TKI 단독요법에서 병용요법 시대로의 본격적인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아스트라제네카는 "FLAURA2 연구 결과 타그리소와 항암화학요법 병용이 타그리소 단독요법 대비 유의한 전체생존기간 이점을 입증했다"고 발표했다.

FLAURA2 연구는 타그리소 단독요법 대비 타그리소와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페메트렉시드+카보플라틴 또는 시스플라틴)을 병용한 1차 치료 전략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한 글로벌 3상 임상이다. 대상은 Exon 19 결손 또는 L858R 변이 등 전형적인 EGFR 변이를 보유한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였다.

중간 분석에서 화학요법 병용군은 연구자 평가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 25.5개월로, 타그리소 단독군의 16.7개월 대비 유의미하게 개선된 결과를 보였다. 그리고 최근 분석에서 OS까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연장됐음이 확인됐다.

아스트라제네카는 구체적인 OS 데이터를 향후 국제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EGFR 변이 폐암 1차 치료에서 타그리소 병용 전략은 ‘PFS+OS’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첫 '화학요법' 기반의 병용 전략이 됐다.

병용요법 경쟁시대 도래, MARIPOSA 대 FLAURA2

하지만 FLAURA2 외에도 병용요법 전략은 존재한다. 올해 초 발표된 MARIPOSA 연구에서는 또 다른 3세대 EGFR TKI 기반 병용요법이 유의미한 OS 연장을 확인했다.

바로 국산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와 EGFR/MET 이중특이항체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의 병용요법이다.

MARIPOSA 연구에서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타그리소 단독요법 대비 PFS 중앙값(mPFS)은 23.7개월 대 16.6개월로 약 7개월 이상, OS는 1년 이상 연장하며 유의한 생존 이점을 입증했다. 특히 이 병용 전략은 '화학요법을 배제(chemo-free)'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이로써 EGFR 변이 폐암의 1차 치료에는 두 가지 OS 입증 병용 전략이 나란히 존재하게 됐다. 타그리소+화학요법(FLAURA2)과 렉라자+리브리반트(MARIPOSA) 조합이다.

'행복한 고민' 앞에 선 의사들

현재까지 공개된 데이터만 놓고 보면 리브리반트 병용 전략의 OS 연장 폭이 더 클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말 European Society for Medical Oncology Asia Congress(ESMO ASIA)에서 발표된 FLAURA2 연구의 아시아인 코호트 분석에 따르면, 아시아 환자군에서 병용요법군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40.5개월, 단독요법군은 38.3개월로 그 차이가 약 2개월에 불과했다.

전체 환자의 60% 이상이 아시아인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 코호트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OS 개선을 보이기 위해서는, 40% 미만인 비아시아 환자군에서 생존기간 연장이 상당히 두드러졌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 이러한 차이는 환자군의 지역적 특성과 후속 치료율에 기인할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서양 환자들은 1차 치료 실패 후 후속 치료를 이어받지 않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1차 치료의 영향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FLAURA2 연구가 비아시아인 코호트에서 상대적으로 더 큰 OS 이점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환자에게 어떤 병용 전략을 선택할 것인지에 있어, 단순한 OS 수치 이상의 고려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1차 치료제 선택에 따라 후속 치료 전략이 갈릴 수 있기 때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세훈 교수는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을 지속하면 MET 변이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며 "이는 OS를 결정짓는 PFS2의 지연 효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MARIPOSA 연구에서 OS 혜택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MARIPOSA 연구에서 리브리반트 병용군에서는 MET 변이 발생률이 매우 낮았고, 이는 후속 치료의 부담을 줄이며 생존곡선을 유리하게 만든다"며 "반면 FLAURA2 병용 전략은 구조적으로 MET 변이가 다시 생길 여지가 있으며, 실제 순한 항암화학요법 조합을 사용할 경우 MET 재활성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환자 '선별'의 시간

현재 EGFR 변이 NSCLC 1차 치료는 명백히 3세대 EGFR TKI를 백본(backbone)으로 한 병용요법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미 자사의 TROP2 타깃 항체약물접합체(ADC)인 Dato-DXd와 타그리소의 병용요법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에 병용 전략의 다각화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환자 선별'이다. 누구에게 TKI 단독요법이 여전히 충분히 효과적인지, 누구에게는 병용요법이 반드시 필요한지를 임상의들이 판단해야 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또 하나의 과제는 병용 전략의 선택이다. 화학요법과 리브리반트는 작용기전도 다르고, 내성 양상도 달라진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EGFR TKI 단독요법 후 약 30% 환자에게서 MET 변이가 발생한다. 현재 이를 타깃으로 한 후속 치료법들이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1차 치료에서 리브리반트를 사용하면 MET 변이 자체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후속 치료 전략도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즉, 병용 전략의 선택은 단순히 현재 치료의 유효성을 넘어서 향후 환자들의 내성 프로파일과 후속 치료 전략까지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

FLAURA2 OS 데이터에 관심 집중

다만 아직 FLAURA2 연구의 최종 OS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중한 해석도 필요하다.

전체 환자군에서의 OS 연장 폭이 리브리반트 병용 전략보다 작다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리브리반트 전략을 더선호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비아시아인 환자에서 압도적인 생존 이점이 확인되면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화학요법 병용 전략이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 이는 각국의 환자 특성과 후속 치료 체계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궁극적으로는 화학요법 병용이 환자군 특성과 환경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될 수 있는 '맞춤형 병용요법'으로 자리잡을지, 혹은 리브리반트 병용 전략이 새로운 글로벌 스탠다드로 올라설지, 추후 공개될 FLAURA2 연구의 OS 데이터가 결정적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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