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훈 교수, JTO 7월호에 MARIPOSA 연구 탐색적 분석 결과 게재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동반한 폐암 환자라면? "렉라자가 더 적합"
한국이 개발한 폐암 표적항암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와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은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초치료를 두고 이 두 3세대 EGFR 티로신키나아제 억제제(TKI) 중 어떤 약제를 선택해야 할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최근 국제학술지 Journal of Thoracic Oncology(JTO) 7월호에 공개됐다.
해당 논문은 렉라자의 글로벌 3상 임상인 MARIPOSA 연구의 탐색적 분석(exploratory analysis) 결과로, 지난 3월 말 열린 유럽폐암학회 연례회의(ELCC 2025)에서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세훈 교수가 발표한 내용을 정식으로 학술지에 게재한 것이다.
이번 분석은 '타그리소'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 글로벌 표준으로 사용되고 있는 현재, '렉라자'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임상적으로 의미가 크다. 특히, 고령이거나 심혈관계 동반질환을 가진 환자에게 더 안전한 약제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렉라자'의 가능성이 부각됐다.
3세대 EGFR TKI 간 첫 '무작위', '이중맹검' 비교
MARIPOSA 연구는 총 1,07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다국가 3상 임상시험이다. 환자들은 ▲아미반타맙(상품명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군(429명) ▲타그리소 단독군(429명) ▲렉라자 단독군(216명)으로 2:2:1 비율로 무작위 배정됐으며, 본 분석은 이 중 두 3세대 EGFR TKI 단독요법 간 비교 데이터만을 다뤘다.
연구는 EGFR Exon 19 결손(Ex19del) 또는 L858R 변이를 가진 비소세포폐암 초치료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이 중 40%는 뇌전이 병력이 있었다.
치료효과는 '비슷'…PFS·ORR·DoR 유사
유효성 지표는 전반적으로 두 약물 간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추적관찰 기간 22개월 차에 렉라자 투여군과 타그리소 투여군에서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18.5개월 대 16.6개월, 객관적반응률(ORR)은 83% 대 85%, 반응지속기간 중앙값(mDoR)은 16.6개월 대 16.8개월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뇌전이 병력자, TP53 변이 동반자, ctDNA 검출 양성자 등 고위험군 환자들에서도 유사했다.
타그리소의 '심장 독성' 우려…"QT 연장, LVEF 감소 더 많아"
이번 분석에서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심장 독성(cardiotoxicity)' 지표였다.
QT 연장과 좌심실박출률(LVEF) 저하는 모두 렉라자 투여군에서 더 낮게 나타났으며, 저자는 그 원인으로 렉라자의 낮은 HER2 억제 활성을 꼽았다.
논문에 따르면, 실제 임상(real-world) 자료에서도 타그리소 관련 심장 부작용은 약 5%의 환자에게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으며, 심방세동이나 심부전 병력이 있는 고령 환자에서 더욱 흔하게 나타났다. 특히, 타그리소 치료에 심장독성이 발생한 환자의 사망률도 유의하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타그리소가 우세했던 이상반응 항목도 있다. 특히 피부 독성과 간 효소 상승, 말초 신경계 부작용에서는 타그리소 투여군의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즉, 간기능이 좋지 않거나 피부 반응에 민감한 환자라면 타그리소가 더 적합할 수 있다는 판단도 가능하다.
환자 맞춤형 선택의 기준…고령·심혈관 질환 동반자에 '렉라자'
이번 연구는 두 약물 간 전반적인 치료 효과는 유사하지만, 환자의 동반 질환이나 부작용 프로파일에 따라 약제 선택이 달라질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특히 고혈압, 심부전, 부정맥 등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고령 환자에게는 QT 간격 연장이나 LVEF 저하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렉라자가 더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임상적 함의가 크다.
기존에는 EGFR 변이 폐암 1차 치료에 있어 타그리소가 사실상 '유일한' 3세대 옵션이었다. 그러나 이번 MARIPOSA 탐색적 분석 결과는, 이제는 '렉라자냐, 타그리소냐'는 효과가 아닌 환자 상태에 따른 '선택의 문제'임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심혈관질환 위험군이나 고령자, 병용요법을 고려하는 상황에서는 렉라자의 우위가 부각될 수 있으며, 반면 피부·간 독성에 민감한 환자에겐 여전히 타그리소가 적합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논문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1차 치료가 더 이상 하나의 절대적인 정답이 아닌, 환자 특성에 따른 '맞춤형 전략'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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