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명주 교수 "치료 복잡해지지만, 선택지는 더 풍부해졌다"
ACLC25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치료 패러다임 변화 조명

"EGFR 변이 폐암 치료는 복잡해지고 있지만 동시에 풍부해지고 있습니다. 치료 전략은 환자 유전형, 질병 부하, 내성 양상, 약제 접근성을 종합해 결정해야 합니다. 환자 중심의 개인화 치료와 글로벌 형평성 확보가 핵심 과제입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명주 교수는 지난 9~11일 베트남 호치민에서 개최된 'IASLC 2025 Asia Conference on Lung Cancer(이하 ACLC25)'에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치료 패러다임 변화를 조명했다.

출처: ACLC25
출처: ACLC25

안 교수는 "EGFR 변이 폐암의 치료는 '오시머티닙(상품명 타그리소)' 단독요법 시대를 넘어, 화학요법 혹은 이중특이항체 병용요법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치료 전략의 세분화와 환자 맞춤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FLAURA2·MARIPOSA가 그린 새로운 패러다임

현재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패러다임은 FLAURA2와 MARIPOSA, 이 두 가지 임상시험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FLAURA2 연구에서는 오시머티닙과 페메트렉시드+백금화학요법 병용이 오시머티닙 단독요법 대비 무진행생존기간(PFS)을 25.5개월 대 16.7개월(HR 0.62)로, 전체생존기간(OS) 역시 47.5개월 대 37.6개월(HR 0.77)로 유의하게 개선했다.

반면 MARIPOSA 연구는 '아미반타맙(상품명 리브리반트)'과 '레이저티닙(상품명 렉라자)' 병용요법을 오시머티닙 단독요법과 비교했을 때, 무진행생존기간은 23.7개월 대 16.6개월(HR 0.70), 전체생존기간은 NR 대 36.7개월(HR 0.75)로 나타나 역시 생존 개선 효과를 보였다

안 교수는 "FLAURA2와 MARIPOSA 연구는 설계와 평가 기준이 달라 직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MARIPOSA에서는 무진행생존기간(PFS) 평가가 보다 엄격하게 이뤄졌고, 특히 뇌전이(CNS) 평가 역시 FLAURA2 연구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부작용과 내성, '병용요법' 양날의 검

한편, 병용요법의 효능이 입증되면서, 독성 관리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안 교수는 COCOON과 PALOMA3 연구 결과를 인용해 "아미반타맙 병용 시 주로 문제가 되는 피부독성과 주입반응(IRR)이 개선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해당 연구에서 피부독성 예방 전략(dermatologic management, DM) 병용은 2등급 이상의 피부독성 50% 감소, 약제 중단율 11% (vs 19%)로 나타났으며, 피하주사(SC) 제형 전환 시 IRR이 5배 감소했다. 또한 SC 제형은 정맥주사(IV) 대비 전체생존에서 위험비(HR) 0.62의 개선 효과를 보였다.

안 교수는 "피부 부작용을 완화하면서도 치료 지속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병용요법이 발전하고 있다"며 "환자의 순응도와 삶의 질을 동시에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병용요법, 얼마나 오래 써야 할까?

또한 안 교수는 병용요법의 유지 기간이 실제 생존 연장에 기여하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했다.

'FLAURA2 연구에서 페메트렉시드 노출 기간은 평균 8.3개월에 불과했지만 전체생존기간(OS)은 47.5개월에 달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투여 기간을 단순히 늘리는 것이 과연 생존 연장으로 이어지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MARIPOSA 연구에서도 이어졌다. 실제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병용치료에서 4개월 이내 일시적 용량 보류(dose interruption)가 있었던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 간의 무진행생존기간(PFS)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결국 FLAURA2와 MARIPOSA 모두 병용요법이 생존 이점을 보여줬지만, 병용 약제를 '얼마나 오래 쓰는가'보다 '누가 오래 써야 하는가'를 구분할 시점이 온 것이다.

안 교수는 "지속투여가 항상 더 좋은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독성, 순응도, 환자 선호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단독요법이 유효한 환자군 여전히 존재해"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모든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가 병용요법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환자에서는 여전히 3세대 EGFR TKI 단독요법만으로 충분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임상적 근거가 확인되고 있다

안 교수는 "병용요법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모든 환자가 동일한 치료를 받을 필요는 없다"며 "환자의 종양 특성과 유전적 요인, 전이 여부, 전신 상태 등에 따라 단독요법이 더 적합할 수 있는 경우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종양의 크기나 전이 범위가 크지 않은 종양 부담이 낮은 (Low tumor burden) 환자, 기초 ctDNA가 음성인 환자, Exon 19 deletion 변이를 가진 환자, TP53 동반변이가 없고 뇌나 간 전이가 동반되지 않은 환자 등은 단독요법으로도 충분한 치료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또한 안 교수는 "치료 강도를 무조건 높이는 것이 항상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각 환자의 질병 특성, 전신 상태, 그리고 삶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치료 강도를 결정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저질환이 있거나 장기 기능이 저하된 환자, 고령이거나 사회·경제적 여건상 병용치료 접근이 어려운 환자의 경우, 효능과 안전성의 균형을 고려한 단독요법이 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

내성 복잡성 증가… "반복 생검이 필수"

안 교수는 "오시머티닙 이후 내성(resistance)은 여전히 EGFR 변이 폐암 치료의 가장 큰 도전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치료 후 내성 양상은 매우 이질적이고 복잡하다"며 "조직 생검 또는 액체생검을 반복적으로 시행해 내성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후속 치료 결정을 위한 핵심 단계"라고 강조했다

실제 발표된 데이터에 따르면, 타그리소 단독요법 환자의 46%, 타그리소+화학요법 병용 환자의 40%에서 내성과 관련된 분자적 변이가 확인됐다. 반면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병용요법 환자의 61%에서는 명확한 내성기전이 규명되지 않아, 아직 밝혀지지 않은 복합적인 생물학적 경로가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안 교수는 "치료 실패 후 내성의 형태를 정확히 규명해야 다음 치료 단계를 설계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재생검, 특히 조직이 어렵다면 액체생검(liquid biopsy)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현재 후속 치료 옵션으로는 항체-약물접합체(ADC), 도세탁셀±라무시루맙 병용요법, 타그리소 재투여, 면역항암제(ICI)와 혈관신생억제제(VEGF) 병용요법 등이 활발히 연구 중이다. 이러한 치료들은 내성의 유형에 따라 선택될 수 있으며, 앞으로 내성 기전 기반의 치료 맞춤화가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안 교수는 "오시머티닙 단독요법, 오시머티닙+항암화학요법, 아미반타맙+레이저티닙 병용요법 모두 생존 이점을 입증했지만,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에서는 여전히 약제 접근성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차원의 의약품 접근성 형평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치료 혁신의 혜택이 일부 국가나 의료기관에만 머물 가능성이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안 교수는 "과학적 진보가 실제 환자 치료로 이어지려면 약제의 가용성, 보험 정책, 지역 간 접근성 격차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며 "과학적 혁신과 임상 현실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향후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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