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그리소', 항암화학요법과 병용 전체생존기간 4년 가까이 증가
FLAURA2 연구, 효과·내약성·비용 면에서도 우수성 드러내

[바르셀로나=김윤미 기자] 아스트라제네카의 3세대 표피성장인자 수용체(EGFR)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 역사를 다시금 새로 썼다.

1차 치료 단계에서 백금 기반 화학요법과의 병용으로 전체생존기간(OS)을 4년 가까이 연장시키며, 글로벌 치료 표준을 새롭게 정의한 것이다.

프랑스 구스타브 루시 연구소 흉부종양내과 데이비드 플랑샤르(David Planchard) 교수가 7일 세계폐암학술대회(WCLC 2025) 플레너리 세션에서 타그리소의 글로벌 3상 임상 FLAURA2 연구 최종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프랑스 구스타브 루시 연구소 흉부종양내과 데이비드 플랑샤르(David Planchard) 교수가 7일 세계폐암학술대회(WCLC 2025) 플레너리 세션에서 타그리소의 글로벌 3상 임상 FLAURA2 연구 최종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국제폐암학회(IASLC)가 주최한 세계폐암학술대회(WCLC 2025) 플레너리 세션에서 타그리소의 글로벌 3상 임상 FLAURA2 연구 최종 OS 데이터가 발표됐다.

최종 분석 결과에 따르면, 타그리소와 백금 기반 화학항암제 병용요법을 받은 환자군의 OS 중앙값은 47.5개월로, 타그리소 단독군의 37.6개월 대비 생존기간을 약 10개월 연장시키며, 사망 위험을 23% 낮췄다(HR 0.77).

프랑스 구스타브 루시 연구소 데이비드 플랑샤르 교수
프랑스 구스타브 루시 연구소 데이비드 플랑샤르 교수

이날 발표를 맡은 프랑스 구스타브 루시 연구소(Institut Gustave Roussy) 흉부종양내과 데이비드 플랑샤르(David Planchard) 교수는 "이번 결과는 오시머티닙과 화학항암제 병용이 EGFR 변이 양성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있어 새로운 1차 표준 치료가 되어야 함을 명확히 보여준다"며 "이 환자군에서 4년 가까이 전체생존기간을 연장시킨 글로벌 3상 연구는 이번이 최초"라고 강조했다.

앞서 국산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와 얀센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를 병용한 MARIPOSA 연구의 치료 전략이 OS 개선을 입증한 바 있지만, 최종 분석에서 데이터의 성숙도가 45%대에 그쳐 결과적으로 OS 중앙값은 도출하지 못했다.

반면, FLAURA2 연구의 OS 데이터의 성숙도는 57%로 충분한 시간을 들여 정확한 중앙값을 도출한 최초의 연구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TKI 단독요법의 한계와 돌파구

타그리소는 3세대 EGFR-TKI로, 뇌전이 환자에 대한 중추신경계(CNS) 투과성이 높고, 기존 치료제에 비해 내성 돌연변이(T790M)에도 효과를 보이며 전 세계 가이드라인에서 1차 치료제로 권고되고 있는 약물이다. 그러나 일부 환자군에서는 타그리소 단독요법의 효과 지속기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FLAURA2 연구는 타그리소의 치료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기존 TKI 치료의 골격은 유지하면서도 백금 기반 화학항암제를 추가해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했다.

이전에 치료 경험이 없는 EGFR 변이 양성 환자 557명을 대상으로, 279명은 타그리소와 함께 페메트렉시드 + 백금계 약물(시스플라틴 또는 카보플라틴)을 병용 투여받았고, 278명은 타그리소 단독요법을 투여받았다.

그림1. FLAURA2 연구의 전체생존(OS) 최종 결과
그림1. FLAURA2 연구의 전체생존(OS) 최종 결과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타그리소와 항암화학요법 병용군의 OS 중앙값은 47.5개월, 타그리소 단독요법군은 37.6개월이었다. 3년 생존율은 각각 63% 대 51%로 나타났다(그림1).

이러한 OS 혜택은 연령, 성별, EGFR 변이 유형(Ex19del 또는 L858R) 등 사전 정의된 모든 하위군에서 일관되게 관찰됐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병용요법은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타그리소 중단으로 이어진 이상반응은 병용군에서 12%, 단독군에서 7%였으며, 치료 관련 새로운 안전성 이슈는 발견되지 않았다.

플랑샤르 교수는 "보다 긴 약물 노출기간에도 불구하고 병용요법은 기존 약물의 안전성 프로파일과 부합했다"며 "심각한 부작용 없이 장기 생존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적 의미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편의성·비용 측면에서 FLAURA2 강점 뚜렷

이전 FLAURA 연구에서 타그리소는 기존 1~2세대 EGFR TKI보다 월등한 PFS 및 CNS 전이에 대한 예방 효과로 인해 글로벌 표준치료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일부 고위험 환자군에서는 TKI 단독요법의 효과와 지속시간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치료 전략의 다각화가 필요한 상황.

이번 FLAURA2 연구 결과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장기 생존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킬 수 있는 근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치료 반응 지속기간이 길고 CNS 전이 환자도 포함되어 있어 실제 임상에서의 재현성도 높다는 평가다.

그림2. FLAURA2 연구에서 각 군의 약물 노출 기간
그림2. FLAURA2 연구에서 각 군의 약물 노출 기간

또한 병용요법군에서 타그리소의 노출기간 중앙값이 30.5개월로 단독요법군(21.2개월)보다 훨씬 길어, 치료 지속성 면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됐다. 화학항암제 페메트렉시드는 병용요법군에서 8.3개월(중앙값) 동안 유지돼, 이후 장기간 타그리소 단독 유지요법으로 전환되는 형태였다(그림2).

이런 점에서 FLAURA2 치료 전략이 가지는 장점은 명확하다.

싱가포르 듀크-NUS 의대 종양내과 다니엘 탄 교수
싱가포르 듀크-NUS 의대 종양내과 다니엘 탄 교수

실제 FLAURA2 연구 발표 직후 진행된 토론 세션 발제자인 싱가포르 듀크-NUS 의대 종양내과 다니엘 탄(Daniel S.W. Tan) 교수는 MARIPOSA 치료 전략(렉라자 + 리브리반트)도 생존 연장 효과를 입증했지만, 리브리반트는 주사 기반의 치료로 환자 편의성과 비용 부담이 크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FLAURA2 치료 전략은 초기 독성 관리가 필요하긴 하지만, 이후에는 경구제 기반 유지가 가능해 환자 관리 측면에서 상대적 장점을 가진다고도 덧붙였다.

두 병용 전략 모두 효과는 입증됐으나, 환자 편의성과 비용, 치료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FLAURA2 치료 전략이 임상적 우위를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국내 치료 패러다임 변화 가속화 전망

한편, 이번 FLAURA2 결과 발표는 국내 임상 현장에서도 변화를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성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허용된 1차 치료 옵션은 ▲타그리소 단독요법 ▲렉라자 단독요법 ▲타그리소+백금 기반 화학요법 병용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 등 네 가지다.

3세대 EGFR-TKI 단독요법(타그리소·렉라자)은 이미 1차 치료에서 보험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병용요법의 경우 급여 논의가 지연되면서 환자 본인 부담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근 정부가 항암제 병용요법의 급여 일반원칙을 개정하면서, 기존에 급여가 적용되던 TKI는 환자 본인부담률 5%가 유지되는 반면, 새롭게 병용되는 화학요법제나 리브리반트는 전액 환자 부담(100%)으로 규정됐다. 이에 따라 환자 입장에서 선택 가능한 치료 범위는 다소 넓어졌지만, 비용 장벽은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FLAURA2 치료 전략의 경우, 병용되는 화학요법제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치료 초기에만 일정 기간 투여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고가의 주사제가 포함되는 MARIPOSA 치료 전략 대비 경제적 접근성이 더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따라서 이번 연구 결과가 임상 현장에 빠르게 반영될 경우, 국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지형에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