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스트라제네카 항암제 후기개발 담당 리오라 혼 수석부사장
FLAURA2의 임상적 가치 및 10주년 맞은 '타그리소'의 차기 행보 조망

[바르셀로나=김윤미 기자] "폐암이 더 이상 사망 원인이 되지 않는 세상을 꿈꿉니다."

세계폐암학회(WCLC 2025) 현장에서 만난 아스트라제네카 항암제 후기개발 담당 리오라 혼(Leora Horn) 수석부사장의 메시지는 단순한 비전 제시가 아니라, 지난 10년간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있어 '전주기' 치료제로 자리 잡은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의 여정을 반영한다.

특히 이번 학회에서 공개된 FLAURA2 연구의 최종 전체생존(OS) 결과는 진행성 EGFR 변이 폐암 1차 치료에 또한번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

오랜 기간 임상 현장에서 환자를 직접 진료해온 경험을 가진 혼 부사장은 타그리소를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약제'라고 평가하며, 향후 병용 전략 및 후속 임상 연구까지 이어지는 확장성을 강조했다.

아스트라제네카 항암제 후기개발 담당 리오라 혼 수석부사장
아스트라제네카 항암제 후기개발 담당 리오라 혼 수석부사장

타그리소, '승자'가 될 것이라 확신한 이유는?

혼 부사장은 타그리소 개발 초기부터 임상 연구에 참여했다. 1상 단계부터 관찰해온 그녀는 "수많은 신약 후보들이 있었지만, 타그리소야말로 결국 승자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고 회상했다.

그 배경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는 탁월한 효과성이다. 타그리소는 기존 EGFR 억제제 대비 내성 기전(T790M 변이) 극복 능력을 입증하며 차별성을 확보했다. 둘째는 우수한 내약성이다. 피부 발진, 설사 등 표적치료제에서 흔히 관찰되는 부작용이 최소화되었고, 경구제로 개발돼 환자 편의성도 높았다.

그 결과 타그리소는 2차 치료(AURA3 연구)에서 시작해 1차 치료(FLAURA 연구), 수술 후 보조요법(ADAURA 연구), 수술 전 보조요법(NeoADAURA 연구)으로 적응증을 넓혀왔다.

이번 FLAURA2 연구 결과는 이러한 궤적의 연장선에서, 전주기 치료제를 넘어 단독요법과 병용요법 모두를 아우르는 '백본(backbone)' 치료제의 입지를 굳히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예견된 결과, 환자와 의료진의 신뢰가 데이터로 입증

이번 학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데이터는 단연 FLAURA2 최종 OS 결과였다. 발표에 따르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전체생존기간은 약 4년에 달했다. 이는 폐암 치료 역사에서 보기 드문 성과다.

흥미로운 점은 일부 전문가들이 "OS 차이가 유의미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던 것과 달리, 아스트라제네카 내부에서는 이미 결과를 확신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혼 부사장은 "중간 분석 당시에도 생존 곡선의 분리가 뚜렷했기에 최종 분석에서 긍정적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 확신했다"고 말했다.

이번 결과는 단순한 데이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미 환자와 의료진이 신뢰하며 사용해온 전략이 정확한 수치로 입증된 것이며, 타그리소 병용요법을 글로벌 표준치료 전략으로 격상시킨 분기점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최종 OS 개선이 입증된 지금, 병용요법은 기존의 타그리소 단독요법을 대체하게 될까? 혼 부사장은 이 질문에 "환자별 맞춤 접근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EGFR 변이 폐암 환자는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대가 많아 항암화학요법을 병용할 체력적 여유가 있는 경우가 많다. 실제 임상에서도 상당수 환자에게 병용요법이 고려되고 있다.

그러나 70대 이상 고령 환자나 기저질환이 동반된 환자의 경우, 3주 간격 항암 주사 치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런 환자군에서는 타그리소 단독요법이 더 적합할 수 있다는 것.

혼 부사장은 특히 뇌전이가 동반된 환자군에서 타그리소 병용요법의 가치를 강조했다. EGFR 변이 폐암 환자의 약 40%에서 뇌전이가 발생하는데, 종양 부담이 크거나 다발성 전이가 있는 경우 병용 전략이 적극적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즉, FLAURA2 연구의 가치는 병용 전략 자체보다도 "필요한 만큼 강도를 높이고, 이후 유연하게 단독요법으로 전환할 수 있는 구조"에 있다는 점이다. 이는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선택지를 넓혀주는 중요한 장점으로 꼽힌다.

FLAURA2 vs MARIPOSA, 내약성과 임상 설계 차별화

EGFR 변이 폐암 치료 전략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비교 대상은 MARIPOSA 연구(레이저티닙과 아미반타맙 병용요법)다. 일부에서는 MARIPOSA 연구에서 발표된 생존 혜택이 FLAURA2 치료 전략을 앞설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이에 대해 혼 부사장은 "MARIPOSA 데이터는 데이터 성숙도가 45%일 때 분석한 추정치에 불과하다"며 "반면 FLAURA2 연구의 OS 중앙값은 데이터 성숙도 57%에서 확보된 확정적 수치로, 신뢰성과 임상적 의미에서 더 무게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FLAURA2 연구는 대조군인 타그리소 단독요법군에 크로스오버를 허용해 실제 임상 시퀀스를 반영했다. 반면 MARIPOSA 연구는 구조적으로 크로스오버가 배제돼 현실성과 유연성 측면에서 한계를 갖는다는 게 혼 부사장의 설명이다.

여기에 더해 FLAURA2 치료 전략은 '페메트렉시드' 같은 내약성 좋은 항암제와 병용했다는 점도 강점이다. 탈모나 피부 발진이 적어 환자의 삶의 질(QoL)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며, 특히 여성 환자에게 수용성이 높다.

아시아 환자군의 하위분석 논란?…"과도한 해석 경계"

국내에서는 FLAURA2 연구의 아시아 하위분석 결과 중 '비 중국 아시아인(Non-Chinese Asian subgroup)'의 위험비(HR)가 1.0으로 나타난 부분이 논란이 됐다. 한국 환자에게서 전체 결과가 보여준 동일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혼 부사장은 이를 두고 "해당 그룹은 규모가 작아 단일 수치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전체 환자의 약 60%가 아시아인임은 사질이지만, 특정 하위군의 위험비만으로 임상적 결론을 내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혼 부사장은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해당 위험비 수치를 이유로 병용요법 사용을 주저하는 움직임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타그리소는 현재 '엑손19 결손(Exon 19 del)'과 '엑손21 치환 변이(L858R)' 등 흔히 관찰되는 EGFR 변이에 대해 승인돼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EGFR 변이에는 상대적으로 드문 유형들이 존재하며, 이에 대한 치료적 대응은 여전히 미충족 수요로 남아 있다.

리오라 혼 수석부사장
리오라 혼 수석부사장

혼 부사장은 "타그리소는 이미 흔한 변이에 대해 확고한 입지를 다졌지만, 여전히 드문 변이를 가진 환자들도 있다"며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들 환자군에서도 타그리소가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연구가 TROPION-Lung 15 임상 3상이다. 이 연구에서는 흔하지 않은 'L861Q' 변이를 비롯해 다양한 아형 환자를 대상으로 타그리소의 효과를 검증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동시에 중요한 질문 하나를 던지고 있다. 바로 '타그리소 치료 후 질환이 진행된 환자에게, 타그리소를 지속적으로 병용하는 것이 실제 임상적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이다.

혼 부사장은 "일반적으로는 질환이 진행되면 환자는 다음 약제로 넘어가게 된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Dato-DXd) 단독군과 타그리소 병용 유지군으로 나누어, 지속 병용 전략의 의미를 확인하고자 한다"며 "그 결과는 향후 EGFR 변이 폐암 치료 전략의 방향성을 크게 바꿀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타그리소 개발 10년, 이후 전략은?

한편, COMPEL 연구는 타그리소 치료 지속 가능성을 탐색하는 또 다른 시도다. EGFR 변이 환자의 약 40%에서 발생하는 뇌전이는 전신 질환보다 조절이 어렵다. 혼 부사장은 "임상 현장에서 타그리소를 중단했을 때, 전신 질환은 어느 정도 관리가 가능해도 중추신경계 질환은 제어하기 어려운 경우를 많이 봤다"며 "COMPEL 연구는 이런 임상적 경험을 근거로, 타그리소 지속 투여 전략이 환자들에게 실제 이익을 줄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또한 EGRET 연구를 통해 새로운 후보물질 'AZD 9592'를 시험 중이다. 이 약제는 EGFR 표적 기능에 더해 MET 억제 능력과 항암제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항체-약물접합체(ADC)다. 혼 부사장은 "EGRET 연구는 EGFR 내성 극복을 목표로 설계된 새로운 접근"이라며 "타그리소와 병용했을 때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매우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SAFFRON, TROPION-Lung 15, COMPEL, EGRET으로 이어지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후속 프로그램은 하나의 공통된 목표를 갖는다.

혼 부사장은 "우리는 타그리소를 단일 약제가 아니라, 환자의 치료 여정 전반을 관통하는 백본 치료제로 발전시키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병용 전략과 후속 연구를 통해 환자의 예후 개선과 미충족 수요 해결에 답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타그리소는 지난 10년간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의 표준을 재정의해 왔다. 이제는 단독·병용, 수술 전후, 후속 병용까지 아우르는 전 주기 치료 전략의 중심에 서 있다.

혼 부사장이 강조했듯, 아스트라제네카의 목표는 '폐암이 더 이상 사망 원인이 되지 않는 세상'이다. 이번 FLAURA2 연구 결과로 열리게 된 '4년 생존 시대'는 그 여정의 중요한 이정표이며, 앞으로도 타그리소를 축으로 한 치료 혁신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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