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과가 암 검진 내시경 분야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거듭 목소리 높였다. 이번 5주기 검진기관 평가에서는 대한가정의학회의 내시경 연수교육과 인증의 자격 부여를 공식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22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과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강태경 회장은 암 검진 내시경 분야 질 평가에서 가정의학과 교육·인증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카르텔'로 불릴 수 있는 폐쇄적 구조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가정의학과의사회·가정의학회는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와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 교육과 인증의로 제한된 질 평가를 '카르텔'로 규정하고, 대한외과의사회·대한외과의학회와 공동 대응하겠다면서 행정소송까지 언급했다(관련 기사: 가정의학회 “소화기내시경학회 카르텔” 내시경 인증 자격 확대 요구).

이날도 강 회장은 그간 가정의학과가 "열악한 처지"에서도 쌓아 올린 역량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결단의 시점"이라면서 "'다음에 논의하자'고 하지만 우리에게 '다음'은 없다. 가정의학과에서 내시경 교육자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강 회장은 "국가암정보센터에 근 20년간 가정의학과가 진행한 내시경 교육 자료를 제출했고 질과 수준에서 부족함 없다는 평을 들었다. 우리가 진행하는 교육에 잘못이 없는데 어느 한쪽의 교육만 인정한다는 건 독점이자 카르텔이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면서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대화로 풀어갈 것은 풀어가자는 취지"라고 했다. 내시경학회 측이 '보이콧'을 거론하는 건 "'강짜'로만 여겨진다"고도 했다.

강 회장은 "현재 초음파 분야에서 영상의학과가 담당하는 역할을 내시경 분야에서는 소화기내시경학회가 맡아 우리 건강검진의 평균적인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의학 발전 측면에서도 함께 논의하고 정보를 교류해야 한다. 양측 상의를 통해 통일된 안을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 19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간담회 결과도 긍정적으로 평했다.

백재욱 의무부회장은 "정부 입장에서도 가정의학과 내시경 검진이 내과에 비해 열등하다거나 질 관리가 미흡하다고 주장할 근거는 없을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이를 두는 현실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공단에서도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는 답변이 나왔다. 의사회에서는 긍정적으로 본다. (제도 개선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다만 내시경 전문성의 새로운 금긋기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강 회장은 "내과에 더해 외과 가정의학과까지만 내시경을 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들 과 외에도 오랫동안 내시경 검진 경력을 쌓아온 의사들이 있다. 이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내시경 검진에서) 자격을 갖췄고 책임질 수 있다면 공평하게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가정의학과는 이를 증명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성질환을 다루며 건강을 관리하는 주치의인 가정의학과로서는 건강검진이 갖는 의미가 더 크다. 그만큼 가정의학과 의사와 후배 의사들을 위해서도 이번 5주기 건강검진 평가 기준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