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최근 독자 경영 체제를 선언하면서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번 갈등은 올해 초 있었던 경영권 분쟁의 연장선에서 발생한 것으로, 두 세력 간의 긴장이 다시 한 번 고조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 29일 박재현 대표의 주도 아래 인사팀과 법무팀을 신설하고, 독자적인 경영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미약품은 이를 통해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종속 회사에서 벗어나 독립된 경영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박재현 대표는 “한미의 시작과 끝은 임성기 선대회장의 ‘신약개발 철학’이 돼야 한다”며 “경쟁력 있는 양질의 의약품 개발 등 한미만이 할 수 있고, 해낼 수 있는 분야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조직 개편이 한미약품 대주주인 한양정밀 신동국 회장,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이 주장해 온 ‘한국형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박재현 대표는 지난 3월 경영권 분쟁 당시에도 “한미그룹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OCI그룹과의 통합에 적극 찬성한다”며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한미약품의 이번 독립 경영 선언은 올해 초 있었던 경영권 분쟁의 여파로 해석된다. 당시 임종윤, 임종훈 형제가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과의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승리하며 한미사이언스의 경영권을 잡았다.

그 결과, 현재 한미약품은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을 지지하는 박재현 대표 등 현 경영진이 이끌고 있으며, 한미사이언스는 주총 이후 이사회에 합류한 임종윤, 임종훈 형제가 주도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발표 직후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의 독립 경영 시도가 지주회사 체제의 취지와 방향을 부정하며, 그룹 전체와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한미사이언스는 박재현 대표의 독자적 행동을 절차적 하자와 계약 위반으로 간주하고, 박재현 대표를 사장에서 전무로 강등했다. 업무 범위 또한 제조본부로 한정됐다.

한미사이언스 임종훈 대표는 30일 “어제(29일) 한미약품 대표를 통해 불거진 외부 세력의 새로운 도발에 대해 어려운 결정을 단행했다”며, “외부 세력이 한미약품의 조직을 쥐고 흔들려는 시도를 계속해왔고, 이번 독단적 경영 시도는 한미그룹의 대외적 신뢰도를 심각히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미약품의 독립적인 경영 시도는 한미사이언스와의 업무위탁계약을 위반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필요 시 임시주총을 통해 이사진과 경영진을 교체하는 방안까지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미약품의 독립 경영 선언과 이에 대한 한미사이언스의 반발은 또 한 번 그룹 내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 전망이다. 이번 갈등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