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귀 일주일 새 2배? “대부분 병원급 취업”
하반기 모집 연장하지만 현장 “안 돌아간다” 싸늘
복귀한 전공의가 일주일 사이 2배 이상 늘었다는 정부 발표에 의료 현장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사직한 후 일반의로 취업한 전공의까지 ‘복귀자’로 계산해 수치를 부풀려 복귀한 전공의가 많은 듯이 포장한다는 비판이다.
지난달 31일 마감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도 지원자는 인턴 포함 총 104명뿐이었다. 인턴 지원율은 0.5%로 2,525명 모집에 13명만 지원했다. 레지던트 지원율은 1.8%로 5,120명 모집에 지원자는 91명뿐이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일주일 사이 복귀한 전공의가 2배 이상 늘었다고 7일 발표했다. 복지부 정윤순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본부 브리핑에서 5일 기준 수련 현장으로 복귀한 레지던트는 총 1,091명이며 “사직한 레지던트 5,701명의 11%인 625명이 종합병원 등에 취업해 진료 현장으로 속속 복귀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지난주 258명 대비해서는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라고도 했다.
하지만 복귀했다는 625명이 전공의로서 수련에 복귀한 것인지, 일반의로 취직한 것인지를 묻자 “신규 취업”이라고 했다. 전문의가 되기 위해 수련병원으로 복귀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정 실장은 “사직 처리 완료자 5,701명 중 625명이 의료기관에 신규 취업해 임상의로 활동하니까 기본적으로 일반의로 활동하게 된다”며 “7월 29일 기준 취업자가 258명이었는데 8월 5일 기준 625명이니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사직 전공의가 취업한 의료기관에 대해서도 별도 질문이 나오자 종합병원이 아닌 “대부분 병원급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이후 별도 안내를 통해 일반의로 취업한 사직 전공의 중 257명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368명은 의원급에 취업했다고 설명했다.
오는 9일부터 시작되는 하반기 전공의 추가 모집에 대해서도 “인턴과 레지던트 1년 차는 필기시험을 (지난달 31일 마감된 하반기 모집 지원자와) 같은 날 보기 때문에 연장 모집으로 봐 달라”며 “전공의들에게 최대한 수련 복귀 기회를 주기 위해 모집 기간을 연장했다”고 설명했다.
의료계는 정부가 분모를 줄이고 취업을 복귀로 계산하는 등 수치 부풀리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복지부는 지난 5일 오전 11시 기준 전국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 출근율은 8.8%로 전체 전공의 1만3,756명 중 1,206명이 출근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레지던트는 1만506명 중 10.4%인 1,093명이 출근 중이라고 했다.
사직 전공의 A씨는 “분모를 줄여 백분율을 올린다고 실제 복귀한 전공의가 늘어나나.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일반의로 병원에 취직한 게 어떻게 복귀냐. 실질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고 보여주기식 브리핑만 한다”고 비판했다.
하반기 전공의 모집 연장에 대한 의료 현장 반응도 싸늘하다. 추가 모집이든 모집 연장이든 지원자는 거의 없을 것으로 봤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마감된 하반기 모집에 레지던트 1~4년 차로 지원한 의사는 91명뿐이었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심장혈관흉부외과, 비뇨의학과 등 6개 전공과목은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필수로 꼽히는 ‘내·외·산·소’도 지원자가 거의 없었다. 전공의가 가장 많은 내과는 735명 모집에 12명만 지원해 지원율은 1.6%였다. 외과는 317명 모집에 5명(1.6%), 산부인과는 367명 모집에 3명(0.8%), 소아청소년과는 553명 모집에 2명(0.36%) 지원했다.
사직 전공의 B씨는 “돌아갈 생각이 있었으면 진작 돌아가지 않았겠는가. 얻은 것도 하나 없는데 지금 와서 돌아갈 이유가 뭐가 있겠느냐”며 “오히려 지금 병원 등에 취직하는 전공의가 늘고 있어 복귀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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