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전공의들 "박단 위원장 제안 수용하지 않을 것"
공동위원장으로서 의협 견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대한의사협회가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위원장에게 범의료계투쟁위원회에 공동위원장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지자 대전협이 의협과 손을 잡을지 주목되고 있다.
이에 일부 사직 전공의는 지난 2020년 '9.4 의정합의'를 떠올리면서도 의협을 견제할 필요는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의협 최안나 총무이사 겸 대변인은 지난 18일 열린 의협 총궐기대회 이후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범의료계투쟁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전공의 대표와 공동위원장으로 함께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전공의 대표라고 한 만큼 대전협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박 위원장이 해당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제까지 대외적인 활동보다는 물 밑에서 움직이며 의협과도 거리를 뒀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 위원장은 지난 13일 의협이 교수단체와 가진 연석회의 이후 진행된 브리핑에서 새로운 대정부 요구안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의협 중심 단일 창구’를 강조한 것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전공의는 박 위원장이 의협의 제안을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권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다 사직한 전공의 A씨는 “박 위원장이 수용할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전북권 대학병원에서 근무했던 사직 전공의 B씨도 “높은 확률로 의협 제안을 받을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전남권 대학병원에서 사직한 전공의 C씨는 “박 위원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알 수 없다. 이제까지 박 위원장의 전략은 침묵하며 자기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었다"며 "만약 전공의 대표로서의 대표성을 짊어지겠다고 결심한다면 나서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이 침묵을 깨고 나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전협이 의협과 손을 잡는 것에도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그 이유는 지난 2020년 ‘9.4 의정합의’가 떠오른다는 것이었다.
전공의 A씨는 “박 위원장이 전략적인 목적에서 의협이나 교수들과 선을 긋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2020년 큰 배신을 당했기에 이를 예방하려는 것”이라며 “의협과 함께 했다가 졸속합의를 해버리면 모든 명분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년 전의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대전협이나 전공의들이 의협을 견제할 필요는 있다. 이에 박 위원장이 공동위원장 자리를 수락해 그런 역할을 한다면 바람직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공의 B씨도 “현재 임 회장과 의협에 대한 전공의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의협과 다른 길을 가자는 게 대부분의 의견으로 알고는 있다"며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꼭 의협이 아니라도 전공의가 대표로 포함된 단체를 통해 전공의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는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2020년처럼 의협이 뒤통수를 칠 수도 있다는 걱정이 크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의협 내부에) 전공의를 대변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의협이 단독적으로 결정하지 않도록 견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박 위원장이 의협의 제안을 수용하면 오히려 불화만 커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울권 대학병원에서 전공의로 근무했던 D전공의는 “개인적으로는 의협과 협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만약 함께하더라도 무조건 싸울 것 같다”고 했다.
D전공의는 “의협 내 이권 구조는 전공의와 너무 다르다. 전공의 사이에서는 필수의료과라고 불리는 과의 입김이 세다. 반면 의협은 개원의의 입김이 강하다”며 “필수의료과는 돈도 없고 의협에서 자리를 꿰찰 만한 시간도 없다. 그런데 일부 필수의료과에서는 더 강경하게 투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입장이 다양한 만큼 전공의 의견이 잘 반영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020년과 지금 의협의 구조나 상황이 다른 만큼 2020년 사태와 같은 일은 재발되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 위원장에게 의협 제안을 수용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지만 답변을 들을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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