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역사회공중보건연구소 창립…발기인 66명 참여
보건소 역할·기능 정립 및 공중보건법 제정 활동 전개

지역사회 기반 공중보건 인프라를 강화해 질병 예방과 건강증진이 가능한 ‘공중보건 체계’를 구축을 목표로 한국지역사회공중보건연구소가 창립했다. 공중보건연구소는 27일 창립대회를 열고 논의의 첫 발을 내딛었다(ⓒ청년의사).
지역사회 기반 공중보건 인프라를 강화해 질병 예방과 건강증진이 가능한 ‘공중보건 체계’를 구축을 목표로 한국지역사회공중보건연구소가 창립했다. 공중보건연구소는 27일 창립대회를 열고 논의의 첫 발을 내딛었다(ⓒ청년의사).

코로나19 이후 보건소들이 길을 잃었다. 코로나19 최전방에서 싸워온 보건소는 공중보건 위기 극복의 한 축으로 잠재력을 인정받았지만 코로나19 종식과 함께 잊혀 졌기 때문이다. 공중보건 현장 전문가들은 보건소의 역할을 다시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시 찾아올 감염병 팬데믹 대응을 위한 고민과 더불어 지역사회 기반 공중보건 인프라를 강화해 질병 예방과 건강증진이 가능한 ‘공중보건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의학계 전문가 22명과 보건소와 보건지소 등 지역 보건현장에서 활동해 온 공중보건 전문가 44명이 ‘한국지역사회공중보건연구소’를 창립하고 머리를 맞댔다. 공중보건연구소는 27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후생동에서 창립대회를 개최했다.

공중보건연구소 창립 공동준비위원장을 맡은 대한예방의학회 김동현 회장(한림의대)은 이날 창립대회 직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 보건의료비 증가 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보다 3배 이상 빠르다”며 “행위별 수가제와 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 증가, 실손 보험 등이 맞물리면서 보건의료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환자가 덜 발생하도록, 또 질병이 생긴 환자를 잘 관리하는 예방 차원의 건강증진 사업들이 지역사회 중심으로 활성화돼야 한다”며 “특히 지역사회에서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보건소와 보건진료소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공중보건 인프라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선별진료소 운영뿐 아니라 치료 자원 확보 등 중앙에서 지역으로 하달되는 형태로 진행되다보니 지역 스스로 지역완결형의 보건의료정책 결정 역량이 키워지지 않았다”며 “지역 주민들이 당면한 (건강) 문제들을 평가하고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한국지역사회공중보건연구소는 27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향후 활동 계획을 밝혔다. 왼쪽부터 김혜경 공동준비위원장과 김동현 공동준비위원장(ⓒ청년의사).
한국지역사회공중보건연구소는 27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향후 활동 계획을 밝혔다. 왼쪽부터 김혜경 공동준비위원장과 김동현 공동준비위원장(ⓒ청년의사).

공동준비위원장인 김혜경 수원시 전 장안구보건소장은 보건의료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기초 단위 문제를 파악하려면 ‘지역’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지역 현장 중심의 공중보건 정책 개발을 위해서는 근거 기반의 과학적 연구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했다. 선결 과제로 코로나19 이후 보건소 발전방향에 대한 연구를 꼽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1988년 구리시 초대 보건소장을 시작으로 경기도 보건과장, 수원시 4개구 보건소장 등을 역임했다.

김 위원장은 “3년간 코로나19가 지속되는 동안 보건소 대처는 잘 했다고 생각하지만 보건소가 갖는 장점이 있는 반면 문제점도 많이 노출됐다”며 “강점과 문제점을 규명해 향후 유사한 팬데믹 발생 시 대처방안에 대한 연구가 가장 우선적으로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지역사회통합돌봄 사업에 있어 지역 보건소가 어떤 역할을 가져가야 하느냐가 현장에서는 문제가 되고 있다”며 “3년 동안 보건소가 모든 일을 접고 코로나19 대처에만 매달려 있다 보니 지역사회통합돌봄 사업 방향에 대한 논의에서 보건소가 빠지게 됐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역사회통합돌봄 사업에서 지역에서 보건소가 총괄기능을 하면서 지역 1차 의료기관이 의료서비스스 제공할 수 있도록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또 어떤 연계체계를 가질 것인지 연구를 통해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했다.

현재 정부가 시행하는 보건사업에 대한 효과평가 연구 필요성도 제시됐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 지역사회에서도 많은 보건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실질적 효과 여부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연구는 부족하다”며 “지역사회에서 보건소가 하는 많은 활동에 대한 주민 수용성이나 효과 등 보건사업의 과학적 근거를 창출하고 정책적 효과를 평가하는 연구를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공중보건 인력 전문성 강화 ‘교육과정’ 개설 추진

지역 공공보건 시스템 구축이나 연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장 보건요원들의 전문성도 함께 증진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이에 공중보건 인력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과정 개설도 추진한다.

김 회장은 “전국 보건소를 돌다보면 보건소 요원 절반 이상이 신규 인력이다. 보건사업에 대한 교육도 전무하다. 지역 보건에 대한 개념이 없는 신규 인력에게 3~4가지 사업이 떨어진다”며 “공중보건사업 인력이 아닌 행정요원으로 일하게 된다. 효과적 사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 바이오 리서치 전공 인력 양성을 위한 ‘BK 사업’이 있다. 그런데 공중보건 인력 양성을 위한 사업은 없다”며 우리나라 보건의료 인력 양성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질병 예방과 건강증진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트랙이 생겨야 한다. 연구소가 교육과정 개설을 통해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보건진료소장회장인 김영남 강원도 고성군 아야진보건진료소장은 “요즘 공중보건의사가 없다보니 보건진료소 두 곳 소장을 겸임하는 소장들도 있다. 지역 여건도 다르지만 보건진료소장 역량도 다르다”며 “아는 만큼 주민들에게 돌려줄 수 있다. 보건진료소장 역량이 중요하다. 교육 강화는 정말 필요하다”고도 했다.

공중보건법 제정 전개 “공중보건 개념 정립 힘쓸 것"

공중보건연구소는 공중보건에서 보건소의 역할과 기능 정립을 위해 ‘공중보건법 제정’ 등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30여년간 지역 현장 공중보건 업무를 하며 지자체장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로부터 우리 지역에 병원만 있으면 됐지 보건소가 왜 필요하냐는 수긍할 수 없는 말을 많이 들어야 했다”며 “현장에 답이 있음에도 보건정책을 개발할 때 왜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지도 답답하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현장 중심의 공중보건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근거 기반의 과학적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 첫째도 지역, 둘째도 지역이다. 지역 현장 중심의 보건 현안 해결을 위한 근거 기반 연구에 주력함과 동시에 공중보건법 제정 활동을 전개해 공중보건 개념 정립과 공중보건 체계 강화에 힘쓰겠다”고도 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