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4개 중소 요양병원 비대위 “중소병원 차별 정책”
“대형 병원 쏠림 불가피”…간병비 급여화 정책 철회 촉구

중소 요양병원 841곳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정부의 간병비 급여화 정책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청년의사).
중소 요양병원 841곳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정부의 간병비 급여화 정책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청년의사).

정부의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추진에 중소 요양병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료 중심 요양병원’과 ‘의료 필요도가 높은 환자’로 제한된 급여화 기준이 대형 요양병원에만 유리하게 작용하는 차별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중소 요양병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현재 비대위에는 전국 중소 요양병원 814개가 참여하고 있다.

비대위는 정부가 제시한 급여화 기준이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간병비를 특정 기관에만 지급하는 방식은 환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의료기관 간 불공정 경쟁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대형 요양병원으로 환자가 쏠리고, 중소 요양병원은 도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20년 넘게 요양병원을 운영해 온 한 원장은 “정부가 간병비를 지급할 자원이 부족하니 의료최고도·의료고도 환자에게만 지급하겠다는 것”이라며 “대형 요양병원에 그런 환자들이 많고 병상 규모도 크다. 간병비 지원을 홍보하는 플래카드까지 내건 곳도 있다. 결국 환자 쏠림이 불가피하고, 중소 요양병원은 환자를 빼앗겨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양원과의 수가 역전으로 인한 어려움도 토로했다. 또 다른 원장은 “요양병원에서 진료하는 의료최고도 환자의 수가는 약 8만원 수준인데, 간호사나 의사가 상주하지 않는 요양원은 오히려 9만원 수준으로 더 높은 수가를 받고 있다”며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요양병원은 자멸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지난해 요양원 수가는 7.3% 인상됐지만, 요양병원 수가는 지금까지 2%를 넘은 적이 없다. 결국 ‘의료 중심’이라는 구호와 달리 요양병원은 줄이고 요양원은 키우는 구조다. 요양원 수익으로 요양병원 적자를 메우는 게 현실”이라며 “지난해에만 요양병원 157곳이 폐업했고, 경영자 7~8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도 했다.

이날 비대위는 성명을 채택하고 “중소 요양병원들은 병상 규모와 관계없이 정부가 요구한 모든 제도를 성실히 이행해 왔다”며 “스프링클러 설치부터 적정성 평가 1·2등급 획득까지 정부가 요구한 품질을 증명했으며, 법적 기준도 철저히 준수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이제 와서 병상이 적다는 이유로 ‘의료 중심 요양병원’이 아니라며 퇴출 대상으로 몰아가는 것은 정부가 정책 실패를 병원 탓으로 돌리는 것”이라며 “사실 의료 중심 요양병원이 줄어든 이유는 정부가 일당정액수가를 도입하면서 의료보다 요양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 탓”이라고 지적했다.

또 “300병상 이상 대형 요양병원들이 ‘의료 중심’을 내세워 재활 환자를 독점하며 건강보험 재정을 잠식해 왔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대형 병원에만 간병비 급여를 지원하려 한다. 이는 대기업만 지원하고 중소기업을 몰락시키는 꼴”이라며 “결국 5년 안에 대형 요양병원 500개만 남기고, 중소 요양병원 814개를 도태시키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대안으로 간병비를 병원에 직접 지급하는 대신 환자에게 바우처 형식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간병비를 특정 기관에 지급하는 방식은 환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불공정 경쟁을 초래한다”며 “바우처 제도를 도입하면 환자와 가족이 요양병원, 요양원, 재가요양, 일반 병원 등 다양한 서비스 중 가장 적합한 곳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제도 운영도 재정 범위 내에서 효율적으로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비대위는 끝으로 “814개 중소 요양병원과 15만명 환자, 8만명 종사자의 생존권을 짓밟는 차별적 정책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대형 요양병원만 살리고 중소 요양병원을 고사시키는 간병비 차별 지원 정책 즉각 철회 ▲간병비 환자 직접 지원 ▲공정 경쟁 및 환자 중심 정책 수립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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