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닥터로운’, 판례 요약 서비스 개발
“진료에만 집중하는 '닥터로운 환경' 만들고 싶다”

'사법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인공지능(AI)에서 길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사법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인공지능(AI)에서 길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의료사고를 피하기 힘든 현실에서 ‘사법 리스크’에 대한 부담은 의료현장을 바꾸고 있다. 필수과 전공 기피 현상이 대표적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의료계 내에서도 돌파구를 찾고 있다. 다양한 시도 중 하나가 의료 관련 판례 경향을 파악하고 이해하도록 돕는 인공지능(AI) 서비스 개발이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영상지능실현(MI2RL) 연구실 소속 ‘닥터로운(Dr.Lawn)’은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의료판례 검색 및 AI 요약 법률 서비스’를 개발했다. “최근 의료 현장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필수과 법적 보호 부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닥터로운은 의대생 4명(김준석·김태민·류재언·선장현)과 전공의 3명(서동욱·오준서·권지민), 전문의 1명(이종경), MI2RL 연구원 2명(권희연·임현석)이 모여 구성된 팀이다. 이들이 개발한 의료 판례 AI 요약 서비스는 투비닥터와 테일벤처스가 공동 주최한 의료 창업 경진대회 ‘TAIL WIND: VENTURE SAILS’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닥터로운은 의료인 스스로 판례를 찾기 힘들고, 찾았더라도 그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를 활용하기로 했다. 의료 AI인 대규모 언어 모델(LLM), 검색 증강 생성(Retrieval-Augmented Generation)과 에이전트(Agent) 기술 등을 이용했다.

의료 판례 1만5,000건 이상을 수집하고 임상적인 관점을 반영한 검색 시스템을 구축했다. 환자의 주 증상과 진단명, 의료행위, 의료사고 이후 진단명을 입력하면 AI 에이전트가 유사 판례를 찾고 검색된 상위 50개 판례를 요약해서 보여준다.

또한 나열된 판례 중 원하는 판례를 선택하면 비전문가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 요약문을 제공한다. 재판부가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삼은 핵심 쟁점을 짚고, 재발 방지를 위한 ‘의료인용 예방지침’도 함께 제공한다.

판례 요약문은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핵심 쟁점 생략(omission), 가독성(readability) 등 다양한 평가 항목에 대해 전문의 4명으로부터 안정성 평가를 통과했다. 요약문은 판례 원본보다 읽는 시간을 절반 이상 줄이면서도 핵심 정보가 생략되지 않는다는 검증까지 마쳤다.

서울아산병원 '닥터로운'은 투비닥터와 테일벤처스가 공동 주최한 의료 창업 경진대회 ‘TAIL WIND: VENTURE SAILS’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사진제공: 서울아산병원 의료영상지능실현 연구실)
서울아산병원 '닥터로운'은 투비닥터와 테일벤처스가 공동 주최한 의료 창업 경진대회 ‘TAIL WIND: VENTURE SAILS’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사진제공: 서울아산병원 의료영상지능실현 연구실).

닥터로운은 의사는 물론 의대생도 사법 리스크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느끼는 상황이지만 “의료법을 제대로 배우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특히 “의료행위는 침습적이며 예측이 어려운 특수성을 지니고 있어 선한 의도여도 작은 변수 하나가 자칫 예기치 못한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에 대한 효과적인 법적 교육이나 방지 시스템을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의료판례 AI 요약 서비스를 개발했고 현재 보건의료인과 법조인, 의대생, 보건계열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베타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사용자 150명 이상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닥터로운 김준석 팀장은 “보건계열 대학과 의대 학생들에게 개발한 서비스와 제작 중인 교육자료를 무료 배포해 현장에서 마주할 수 있는 법적 문제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을 높이고, 의료법적 지식과 대응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도 교수인 서울아산병원 김남국 교수는 “이 시스템이 의료인들이 느끼는 법적 부담감을 줄이고 의료법을 접근하는 데 느끼는 어려움을 개선해나가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이를 통해 의료인들이 소송에 대한 두려움 없이 온전히 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닥터로운 환경'을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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