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신상준 교수
"AI 활용하려면 정형화된 데이터 인프라 구축부터"

가장 안전해야 할 병원이 때로는 가장 위험한 곳이 될 수도 있다. 환자가 너무 많이 몰리면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국내 최고 병원이라고 꼽는 '빅5병원'에도 그런 위험은 존재한다. 진료를 효율화하고 실수를 줄이기 위해 도입한 시스템이 자칫 환자를 위험하게 만들 수도 있다.

연세암병원 신상준 교수가 종양내과 전문의로서 암환자 진료에도 바쁘지만 시간을 쪼개 항암제 처방 시스템 구축에 관심을 가진 이유다. 지난 2006년 세브란스병원에 합류해서 신 교수가 접한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환자마다 처방 용량이 달라지는 항암제는 경험이 부족한 전공의들이 처방하기 쉽지 않았다.

신 교수는 항암제 처방 과정에서 오류를 최소화하려면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항암제 처방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경험은 암환자 데이터베이스, 임상연구 관리 프로그램, 신약개발을 위한 데이터 분석 관리 프로그램 구축으로 이어졌다.

세브란스병원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신상준 교수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의료솔루션을 개발하는 이유와 의료 현장에서 AI를 활용하려면 바뀌어야 하는 부분들을 이야기했다(ⓒ청년의사).
세브란스병원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신상준 교수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의료솔루션을 개발하는 이유와 의료 현장에서 AI를 활용하려면 바뀌어야 하는 부분들을 이야기했다(ⓒ청년의사).

신 교수는 그 경험과 성과를 HiPex 2025(Hospital Innovation and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하이펙스)에서 공유한다. 신 교수가 발표하는 주제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의료 솔루션 개발은 왜 필요한가'이다. HiPex 2025는 오는 6월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진행된다.

신 교수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항암제 처방 시스템 등을 구축해 본 경험을 이야기하며 AI를 활용한 의료 솔루션이 진료 현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파크리탁셀과 도세탁셀 등 비슷한 이름의 항암제와 환자의 몸무게 별로 처방 용량이 달라지는 점 등으로 인해 경험이 충분치 않은 전공의들은 처방이 쉽지 않다"고 했다. 처방 과정에서 오류와 실수도 생긴다. 이를 해결하려면 처방 정보를 모두 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면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항암제 처방 시스템 구축 작업을 시작했다.

진료 외 시간을 쪼개 항암제 처방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진료 현장에서 활용되진 못 했다. 의료진이 새로운 처방 시스템을 활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신 교수는 "나를 비롯해 개발자 1~2명이 만든 프로그램이다 보니 초기에는 이런저런 오류가 발생했고 오류가 생길 때마다 전산실 직원과 하나하나 수정해 나갔다"며 "이러한 과정을 반복해 항암제 투약 스케줄과 환자 별 항암제 용량이 자동으로 계산되는 프로그램을 완성시켰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 시스템에 익숙했던 의료진은 새로 개발된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개발 당시 전공의였던 의사들이 개발된 시스템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정착됐다.

진입 장벽은 제도가 만든 의료 환경에도 있다. 신 교수는 "의료는 기본적으로 규제가 많기 때문에 병원 자체가 매우 경직된 조직"이라며 "챗지피티(ChatGPT) 등 AI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고,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활용하고 있지만 의료 현장은 그렇지 못 하다"고 진단했다. 그 이유는 "AI를 활용하려면 직접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각종 규제 등으로 인해) 병원에서는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인프라조차 전무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결국 정형화된 데이터와 이를 공유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신 교수의 지적이다. 그래서 암환자 데이터베이스와 국내 신약 개발을 도울 수 있는 임상시험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그는 "세브란스병원 암환자 20만명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벤처기업을 비롯한 국내 신약개발 회사들이 임상시험을 진행한 뒤 데이터를 분석한 뒤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며 "이러한 프로그램 내에 AI 기술을 활용해 프로그램을 더욱 고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전히 의료 현장에 AI가 접근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으며 의료는 요소별로 다양하고 복잡한 규제가 존재하는데 이 요소별 규제를 완화해 나가면서 데이터 공유를 비롯한 AI 활용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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