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산모 맞춤 디지털 서비스에 의료진 업무 활용성 주목
"환자경험 더해 '의료진경험' 챙길 때 혁신 지속 가능해"

연세대 디지털헬스연구원 스마트헬스케어센터장인 권자영 교수는 지난 14일 '하이펙스 2025 해운대'에서 디지털 혁신 사례를 공유했다(ⓒ청년의사).
연세대 디지털헬스연구원 스마트헬스케어센터장인 권자영 교수는 지난 14일 '하이펙스 2025 해운대'에서 디지털 혁신 사례를 공유했다(ⓒ청년의사).

좋은 '환자경험'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은 병원 경쟁력 확보를 넘어 위기의 순간 "병원을 살리기도 한다". 지난 의정갈등 시기 적극적으로 디지털·스마트 서비스를 활용한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가 그 예다. 환자경험은 물론 '의료진경험'까지 생각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 14일 해운대백병원 대강당에서 열린 'HiPex(Hospital Innovation and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하이펙스) 2025 해운대' 연자로 나선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권자영 교수는 병원 디지털 혁신 과정과 성과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연세대 디지털헬스연구원 스마트헬스케어센터장으로서 권 교수가 일군 병원 내 혁신은 지난 2021년 시작한 디지털 솔루션 기반 산모 맞춤형 전주기 케어 플랫폼 구축 사업이다. 시기별 산모·보호자 맞춤 상담교육 시스템과 의료기관 간 온라인 협진 시스템을 도입했다. 재택·입원 기간 모니터링은 물론 퇴원 이후 산모·신생아 맞춤 관리 시스템까지 아우른다. 동영상 등 디지털 자료를 제공받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싶어 하고, 직장 문제 등으로 대면 진료보다 온라인 환경을 선호하는 'MZ세대 산모'를 타깃으로 했다.

실제 서비스를 이용한 환자의 만족도는 90%가 넘는다. 상담·교육의 경우, 서면 방식에서 54%에 그쳤던 만족도가 99%로 수직 상승했다. 소통·교육·접근성·참여·시간을 키워드로 "환자중심성과 의료 이용 형평성, 진료 효과성, 효율성에 집중"했기에 가능했다.

이같은 디지털화는 의정갈등 시기 특히 빛을 발했다. 환자는 물론 의료진 편의성과 업무 효율성을 함께 고려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무사히 넘기는 힘"이 됐다.

권 교수가 첫선에 꼽는 서비스는 '스마트동의서'다.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는 먼저 수술별로 의사의 맞춤 설명 동영상을 제공했다. 동영상 시청을 마치면 수술동의서 문서를 확인할 수 있다. 이 과정 모두 기록으로 남긴다. 실제 서명은 환자와 의사 간 면담 후 대면으로 진행한다. 환자는 수술동의서 작성 과정을 준비하면서 궁금한 점을 확실히 물어볼 수 있고, 의사와 병원 입장에서도 설명 내용과 절차를 분명히 할 수 있다.

'전공의가 사라진' 의정갈등을 계기로 세브란스병원이 주목하는 디지털화 영역이 또 있다. 의무기록 작성이다. 그간 회진 내용과 처방은 전공의나 간호사가 수기로 작성했다. 권 교수는 "전공의들이 교수의 말을 받아 적기 바쁘니 정작 교육이 이뤄지기는 어려웠다"고 했다. 수기 작성을 줄이면 사후 내용 공유도 어렵고 의무기록 충실도가 떨어졌다. 자료 부실로 의료소송 시 불리해지는 점도 문제였다.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바로 '스마트 음성 의무기록(Voice EMR)'이다. 인공지능(AI)이 의사와 환자 대화를 실시간으로 녹음하고 내용을 자동으로 정리한다. 의료진은 AI가 생성한 EMR을 확인하고 수정한다. 앞서 도입한 외국에서는 "의무기록 작성 시간이 줄어드니 근무 시간이 감소했다. 반면 의무기록 충실도는 향상"하는 효과를 거뒀다는 설명이다. 세브란스병원도 시스템 고도화 작업을 거쳐 도입할 계획이다.

권 교수는 "병원 디지털화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 좋은 환자경험을 목표로 하더라도 '환자경험이 대체 뭐냐'며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의료진이 아직 많다. 시스템 개선 과정에는 '하던대로 해도 문제 없다'는 반응도 돌아온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구시대적 사고와 방식이 유지되는 조직은 신세대가 들어올 수 없다"고 했다.

권 교수는 "환자만 만족한다고 좋은 디지털 의료 서비스가 아니다. 환자경험은 물론 의료진경험이 함께 개선돼야 한다. 병원 내에서 유지 가능한 디지털 의료 생태계가 조성됐을 때, 디지털화의 성공도 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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