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형병원 교수 인력 채용 부산까지 ‘도미노’
40대 젊은 교수일수록 이동 多…허리 역할들 사라져
1년 넘게 전공의 없이 의료 현장을 지켜 오던 교수 인력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방에서 수도권 대학병원으로 ‘의사 인력 도미노’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 추진과 맞물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대학병원으로 이동이 주요 원인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산대병원 A교수는 수도권 대학병원의 대규모 교수 인력 채용에 ‘인력 도미노’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에 따르면 ‘빅5병원’인 B대학병원이 경기도 C대학병원 교수 인력을 대거 “빼가면서” 그 여파가 부산까지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가 소속된 진료과는 이같은 이유로 5분의 1이 사직했다.
부산대병원의 인력 이탈은 고스란히 인근 대학병원으로 영향이 미치고 있다. 진료량을 유지하기 위한, 빠진 만큼 채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역 종합병원이나 전문병원과도 교수 인력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A교수는 이같은 상황을 겪으며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A교수는 “번 아웃에 건강 문제로 사직을 택한 이들도 있지만 대형병원들이 인력 채용에 나서며 지방에서 서울로 인력 도미노가 점차 심화되고 있다. 종합병원이나 전문병원으로 옮겨 가는 경우도 있다”며 “지금 받는 임금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니 많이들 옮겨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A교수는 “당장 인력이 없어 우리도 인근 대학병원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고 빼올 수밖에 없다. 부산도 이럴 정도면 우리보다 규모가 작은 지역들은 상황이 더 심각할 것”이라며 “지역의료를 살리겠다고 의료개혁을 시작했지만 지역은 오히려 인력이 빠져나가 일할 사람이 없는 지경”이라고 했다.
충남지역에 있는 D대학병원도 최근 교수 인력이 수도권으로 많이 유출된 곳이다. 특히 연구와 진료를 가장 활발하게 해야 하는 40~50대 허리 역할을 해야 하는 교수들이 서울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에는 서울에 있는 의대를 나와 지역 대학병원에서 자리를 잡고 연구자로 활발히 활동하던 이들도 다수 포함됐다.
D대학병원 교수는 “최근에는 서울에 있는 한 의대가 모교 출신인 지방 대학병원 교수들을 쭉 빼가는 일도 있었다. 한참 연구하고 진료할 40대 인력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허탈한 기분마저 든다”며 “중요 연구를 맡고 있던 이들이 하나 둘 나가면서 중증질환에 대해 연구할 인력도, 진료를 볼 인력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1년 넘게 의정 갈등이 지속되면서 지칠 대로 지친 경우도 있지만 분위기 자체가 많이 바뀐 것도 사실”이라며 “대학에 남을 바에는 나가서 돈을 벌겠다는 젊은 교수들도 늘었다. 개원을 하거나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병원으로 이직하는 경향도 있다. 지방 대학병원들은 이대로 쪼그라들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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