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보건대학원·의정연 추계 연구 결과 공개
"노동시간 계산식 따라 필요 의사 규모 큰 차이"
2000명 증원 '근거 있다'는 주장 반복하고 간 政

연간 의사 근무 일수만으로도 의료인력 추계 결과가 크게 달라졌다(ⓒ청년의사).
연간 의사 근무 일수만으로도 의료인력 추계 결과가 크게 달라졌다(ⓒ청년의사).

정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근거가 여전히 오리무중인 가운데 의학계가 향후 의료인력 규모를 추계했다. 결과는 한 해 평균적인 의사 근무 일수를 어떻게 셈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0일 주최한 '의사 수 추계 논문 공모 발표회'에서 서울의대와 서울대 보건대학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의료인력 추계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먼저 서울의대 연구팀은 기존 의대 정원과 시스템을 유지하는 경우 오는 2035년 의사 공급 규모가 수요를 1,375명 초과할 거라 봤다. 그러나 2050년에 이르면 오히려 1만6,241명이 부족하다고 했다. 연간 근무 일수는 주 5일 근무를 기준으로 삼아 265일로 잡았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도 기존 정원을 유지하고 의사 연간 근무 일수를 265일로 가정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2030년 시점에 9,063명이 부족하고 2050년에는 그 규모가 2만8,664명으로 확대될 거라 예측했다.

의협 의정연 연구팀은 같은 조건에서 2035년 9,161명이 부족하다고 계산했다. 하지만 연간 근무 일수를 289.5일로 조정하면 같은 시기 3,161명 과잉 공급으로 결과가 바뀐다고 설명했다. 근무 일수는 2020년 전국의사조사를 근거로 했다.

추계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연구팀(ⓒ청년의사).
추계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연구팀(ⓒ청년의사).

이같은 결과를 두고 서울의대 연구팀 오주환 교수는 "의사 수가 같아도 하루 노동 시간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나타났다. 한국이 더 적은 의사로도 (다른 나라보다) 더 높은 성과를 성취하는 이유는 실제 노동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노동의 질이 아니라 노동의 양, 노동의 강도로 해결해 왔다"고 했다.

따라서 "의사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을 알 수 있는 더 정밀하고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노동시간을 어떻게 계산하느냐로 미래 의사 필요 규모에 큰 차이가 나온다. 더 정확하게 추계하려면 노동 시간과 생산성 증가 수준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대학원 연구팀 임유나 연구원은 "의사 인력 수요는 의사의 근무 일수에 따라 민감하게 변화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근무 일수가 265일에서 275일로 1년에 10일만 증가해도 필요 의사 수는 약 7%가 감소한다"면서 "의사 인력 증원 논의가 단순히 인력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정교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석균 의정연 부원장은 "2020년 전국의사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사 연간 근무 일수를 289.5일로 삼으면 증원하지 않고 유지만 해도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의사가 남는다"며 "(증원 정책은) 매우 낭비라 본다"고 결론 내렸다.

서울의대 연구팀 홍윤철 교수는 "과학적 추계를 넘어 합리적 추계를 해야 한다. 대다수 국민이 이익과 혜택을 누리는 방향이 무엇인가 사회적으로 논의하고 합의해서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오 교수도 "세 연구를 통해 공통적으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숫자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통한) 의료 시스템의 개혁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2천명 증원 '근거 있다' 고수 政, "추계위로 논란 종식되길"

정부도 의료 인력 정책이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하지만 이번 의대 정원 증원 결정이 "추계 연구 결과를 근거"로 나왔다는 입장은 고수했다.

논문 발표 후 종합토론에서 패널로 나선 보건복지부 방영식 의료인력정책과장은 "(오늘 발표 논문에) 앞서 의사 수의 과학적 추계를 다룬 세 편의 연구가 공통적으로 내린 결론이 2035년 의사 1만명 부족이었다. 정부는 이 결과를 존중해 지난해 의대 정원 증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방 과장은 "의료 인력 숫자(가 몇 명이 나오느냐)나 추계 연구 결과보다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조언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의료계 반대 속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다루고 있는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 설치 관련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이 "그 토대가 되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신속히 통과해 의사 수를 둘러싼 논란이 조속히 종식되고 전문가의 건설적 논의 속에 사회적 합의에 이르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의사 근무 일수를 두고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원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 개정처럼 법제도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전에 국회에서 열린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토론회를 다녀왔다. 전공의들이 장시간 근무 문제가 심각하다고 성토했다. 오는 2026년 2월 복지부가 수련 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개정한 전공의법이 시행된다. 주당 평균 72시간 근무를 목표로 시범사업도 계획하고 있다"면서 "현상을 기반으로 하거나 희망 사항을 담아 추계 시나리오를 짜면서 이같은 법제화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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