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고객 연루 범죄 수사 중 불법 판매 CCTV 영상 확인돼
"별개 사건 관련 영상…증거 능력 없다" 주장에 法 "공범 관계"
프로포폴 중독자 등에게 전문의약품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에토미데이트)를 판 내과 전문의가 징역 6년 형에 처했다. '고객'이 연루된 범죄를 수사하던 경찰이 병원 CCTV 영상에서 에토미데이트 불법 판매 장면을 찾아내면서 덜미가 잡혔다.
지난달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내과 전문의 A씨를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부정의료업자)과 약사법·의료법 위반으로 징역 6년과 벌금 1,000만원에 처하고 에토미데이트 판매금 12억5,410만원을 추징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9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약 5년간 자신이 운영하는 B내과의원에서 프로포폴 중독자 등 75명에게 5,071회에 걸쳐 주사제 투약으로 에토미데이트를 판매해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의원 CCTV 영상을 보면 B내과는 에토미데이트 투약 현장으로 활용됐다. B내과는 '수면병원'이라고 홍보해 환자를 유치하고 이들을 에토미데이트에 중독시켰다"면서 "A씨는 의사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저버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가 쓴 에토미데이트는 향정신성의약품인 프로포폴과 달리 마약류 등이 아니라 취급 보고 의무가 없다. 치료를 위해 주사제 형태로 쓰면 의사의 직접 조제도 가능하다. A씨는 이를 이용해 프로포폴 중독자 등에게 수면 공간을 제공하고 간호조무사가 주사하는 방식으로 에토미데이트를 팔았다. A씨는 주사만 지시하고 대부분 환자는 대면조차 하지 않았다. 진료기록부도 남기지 않았다.
이같은 수법으로 운영하던 '수면병원'은 내원 환자 C씨가 특수협박 등 혐의로 체포되면서 발각됐다. C씨는 지난 2023년 9월 벌어진 일명 '람보르기니남 사건' 범인이다. 주차 시비가 붙자 행인을 흉기로 위협하고 달아났다가 붙잡혔다. 검·경은 C씨 도주 경로와 마약 투약 여부를 수사하던 중 B내과 내부 CCTV 영상에 C씨 외 다른 환자 투약 장면 등이 나오자 지난 2024년 7월 원장인 A씨를 구속기소했다.
B내과 압수수색으로 획득한 CCTV 영상에는 "(C씨가 아닌) 남성이 에토미데이트를 35차례 투여받는 장면"과 "추가 투약을 부탁하고자 양손으로 빌거나 A씨와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하는 장면" 등이 확인됐다.
재판에서는 A씨 측은 이 CCTV 영상을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C씨 사건을 수사하던 중 "CCTV 영상에서 (C씨 사건과) 무관한 정보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이므로 경찰이 A씨의 범죄 혐의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새로 받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수사기관은 C씨 사건으로 B내과를 압수수색했고 그 과정에서 CCTV 복제본을 취득했다. 그렇다면 C씨의 혐의 사실에 대한 전자정보만 선별하고 그외 무관한 정보는 삭제·폐기했어야 한다"고 했다.
A씨에 대한 영장은 검경이 CCTV를 취득하고 약 4개월이 지난 뒤에야 발부됐다면서 "CCTV 영상은 위법하게 수집됐으므로 증거 능력이 없다. 해당 영상을 보여주면서 받은 피의자 신문조서 내지 진술조서도 위법하게 수집된 2차 증거"라고 했다.
법원 판단은 달랐다. A씨가 C씨의 "필요적 공범 관계"이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첫 번째 영장은 C씨의 마약류 투약 여부와 B내과 방문 시기를 특정하고자 발부됐다. CCTV 영상에서 C씨의 에토미데이트 투약이 밝혀지면 이를 교부한 A씨는 필연적으로 필요적 공범이 된다"며 "이는 첫 번째 영장에 기재된 혐의 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수사기관이 영상으로 C씨 혐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다른 환자 모습은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고" C씨의 필요적 공범인 "A씨의 일부 범행이 적발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마약류가 아닌 에토미데이트를 제공했다고 해서 A씨를 C씨 공범으로 삼아 첫 번째 영장 관계자로 둘 수 없다는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C씨가 B내과에서 에토미데이트 외 다른 마약류도 투약했는지 여부는 "해당 CCTV 영상 분석으로 알 수 있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의사가 에토미데이트를 치료 이외 목적으로 썼다고 해서 약사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A씨측은 전문의약품인 에토미데이트를 "주사로 투여하는 행위는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의료행위를 판단하는 기준이 "치료 목적 여부와 대가를 받았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질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가 오로지 판매 목적으로 에토미데이트를 다뤘다면서 "의사가 하는 모든 행위가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자신이 의사인 점을 악용해 에토미데이트를 취급했을 뿐이다. 환자에게 최소한의 진료 행위도 하지 않았다. 그가 의료행위를 했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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