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위반과 과실치상으로 징역 2년에 집유 4년
시술부터 위생 관리까지 의사 지도·감독 소홀
"면허 유지하는 한 동종 ·유사 범행 할 가능성"
간호조무사가 시술을 맡은 비만클리닉에서 환자 집단 감염 사태가 벌어져 원장인 산부인과 전문의가 의료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상죄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았다. 법원은 침습행위인 비만시술을 간호조무사에게 맡기면서 시술부터 위생 관리까지 전반적인 감독에 소홀했다고 봤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간호사가 아닌 간호조무사에게 진료보조행위를 맡길 때는 의사가 더 엄격히 지도해야 한다고 했다.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은 최근 의료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상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의사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간호조무사들도 징역형 집행유예에 처했다.
의사 A씨는 운영하는 산부인과 의원 내에 지난 2013년 6월 비만클리닉을 두고 저주파·메조테라피·카복시 등 비만시술을 시작했다. 다른 비만클리닉에서 3주간 교육을 받고 온 간호조무사 B씨가 비만클리닉 실장을 맡아 다른 간호조무사들을 가르쳐 시술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들이 무면허의료행위를 공모해 약 6년 동안 환자 723명을 대상으로 총 4만425회에 걸쳐 메조테라피 내지 카복시테라피를 했다고 봤다. 의사의 구체적인 지도·감독 없이 간호조무사들이 비만시술 일체를 맡았다고 했다.
여기 더해 위생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비만클리닉에서 시술받은 환자 41명이 세균 감염으로 수개월 이상 치료받았다면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과실치상까지 저질렀다고 했다.
의사 A씨 등은 메조테라피와 카복시 시술이 의사 지도·감독으로 간호조무사가 할 수 있는 진료보조행위에 포함되고 일반적인 지시·감독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의사 A씨가 간호조무사들에게 "'배운대로 잘 시술하라'는 취지로 일반적인 지시를 했고 클리닉 운영 시간 동안 재원하면서 간호조무사들이 시술하는 도중 긴급상황이 발생해도 즉시 대처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법원 판단은 달랐다. 의사와 간호조무사들이 공모해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의사가 간호사 등에게 의료행위 실시를 개별적으로 지시하거나 위임하지 않고 간호사 등이 주도해 전반적인 의료행위 실시 여부를 결정하고 의사는 그 의료행위 과정에 지시·관여하지 않았다면 간호사 등의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 사건처럼 의원급 의료기관은 간호조무사도 의사 지도 하에 진료보조행위를 할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간호와 진료보조에 대한 지식 수준, 능력의 차이가 확연하게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의사에게 요구되는 지도 수준과 정도는 간호사에게 진료보조행위를 하게 할 때에 비해 훨씬 더 높고 엄격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의사 A씨는 의사가 하지 않으면 위해 발생 우려가 상당히 높은 의료행위를 간호조무사에게 위임하면서 이들이 단독으로 시술해도 되는지 위임 적절성이나 자질 적합성을 신중히 판단하지 않았다. 시술에 대한 구체적이거나 직접적인 지시를 확인하지도 않았고 시술 시행 여부의 확인·감독도 전혀 하지 않고 시술을 맡겼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시술 전반에 대한 위생 관리를 소홀히 해 업무상 주의의무를 어겼다고 했다. 피해가 특정 기간에 집중적으로 발생한 점을 들어 시술에 쓴 주사 도구 '화이트건' 하자로 인한 2차 감염 문제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사 A씨는 간호조무사들에게 시술에 쓰는 약물과 도구, 환자복, 수건 등을 위생적으로 보관하고 관리하도록 준비하고 시술 과정에도 손 소독과 장갑 착용 등 위생을 철저하게 유지하도록 구체적으로 지도·감독해야 하는 위치"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의사 A씨와 간호조무사들을 믿고 상당한 비용을 들여 비만시술을 받은 환자들은 오히려 미용상 심한 추상이 남았다. 피해자들의 신체적 정신적 충격을 이해해야 한다. 이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하며 위로하고 피해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했다"고 했다.
그런데도 의사 A씨 등은 "애꿎은 주사기구 하자나 피해자의 부작용 부위 관리 소홀 등을 운운하며 범행을 부인했다. 자신들의 잘못들 제대로 반성하지 않고 있다"면서 "의사 면허와 간호조무사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한 앞으로 동종·유사범행에 이를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고 판단했다.
다만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되면 적어도 집행유예 기간 이상의 일정 기간은 면허나 자격 정지로 재범을 저지르지 못할 것"이라면서 형 집행을 유예했다. 피해자들의 치료비를 일부 지원하고 합의한 점이나 이전 범죄 전례 등도 참작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무면허 의료행위 주도자인 의사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비만클리닉 실장으로서 적극 가담자인 간호조무사 B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른 간호조무사 3명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에 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