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브라운코리아, 11월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 공급 중단 예고
“향정신성의약품 지정 여파로 판매 계약 종료”…대체 제품 없어
의료계 “과학적 근거 없는 과잉 규제…응급처치 지연 등 우려돼”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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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에토미데이트 성분 전신마취제가 의료 현장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수입업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규제 조치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발표한 공급중단·부족 의약품 현황에 따르면, 에토미데이트 성분 전신마취제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가 오는 11월 1일부터 공급이 중단된다.

수입사인 비브라운코리아는 지난 21일 해당 제품의 공급중단을 보고했으며, 최종 공급일은 오는 10월 31일까지로 예정돼 있다.

비브라운코리아 측은 해당 의약품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될 예정이며, 이로 인해 현재의 국내 판매원과의 판매계약이 금년 내 종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 시점에서는 추후 재계약 혹은 신규 계약의 진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로, 향후 수입 및 공급 재개 시기도 미정이라고 덧붙였다.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는 국내에 유통 중인 유일한 에토미데이트 성분 주사제로, 동일 성분의 대체 제품이 없다. 비브라운코리아는 유사한 효능·효과를 가진 프로포폴, 케타민, 미다졸람 등의 의약품이 국내에 유통 중이라며 대체 가능성을 제시했다.

식약처는 최근 에토미데이트에 대한 규제 조치를 강화했다. 지난 2월 에토미데이트를 마약류로 지정하는 내용이 담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으며, 이달 8일에는 ‘오·남용우려의약품 지정에 관한 규정’ 개정 고시를 통해 에토미데이트 함유제제를 오·남용우려의약품으로 지정했다.

정부는 3월 17개 시·도 지자체와 합동으로 스테로이드, 에토미데이트, 에페드린 성분 의약품에 대한 불법유통 점검을 실시했다. 전국 병의원 등 약 740개소 이상을 대상으로 한 이 점검에서는 해당 제품의 공급량 및 반품량을 바탕으로 의약품 입고 및 사용·투약·조제 현황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앞서 의료계는 일련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왔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지난 13일 개최한 춘계학술대회에서 에토미데이트의 마약류 지정 추진이 과잉 규제라고 비판했다.

이날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 김재유 회장은 오남용 가능성이 매우 낮은 약제를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은 불필요한 행정 부담을 초래하고, 응급처치 지연, 의료 현장 위축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한 이러한 조치가 의료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에토미데이트는 약 50년 전부터 임상에서 사용되어 온 약제로, 프로포폴과 달리 투여 후 쾌감을 유발하지 않으며 반복 사용 시 부신 억제라는 부작용으로 인해 의료진의 사용도 제한적”이라며 “사용 후 오심과 구토가 흔하며, 이는 마약류 오남용에 필요한 ‘긍정적 보상효과’가 없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사회는 “에토미데이트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마약류로 지정된 바 없으며, 국내에서도 그간 문제 사례가 드물었다”며 “급하게 마약류로 분류할 과학적·임상적 명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의약품 관리 강화는 타당하지만,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에토미데이트와 같은 특수 약물보다, 이미 오남용 사례가 많은 프로포폴 등 기존 마약류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우선이다. 오남용 의심 병·의원을 선별해 약제 사용 적정성 평가를 강화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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