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의사 A씨 마약류관리법·의료법 위반 유죄 판결
4년간 내원자 105명에게 프로포폴 등 향정 투약하고 대가 받아
"의료인이면서 불법 투약 주 수입원 삼고 수많은 중독자 양산"

프로포폴 중독자에게 대가를 받고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한 의사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프로포폴 중독자에게 대가를 받고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한 의사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프로포폴 중독자에게 대가를 받고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한 의사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의사로서 병원 직원까지 가족까지 동원한 사업으로 "중독자를 양산"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과 의료법 위반 혐의를 받은 의사 A씨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추징금 41억4,051만8,128원의 상당 금액 가납과 약물 치료 재활교육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도 명했다. 한편, 향정신성의약품 매매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의사 A씨는 본인이 운영하는 B의원 상담실장, 간호조무사 등과 공모해, 지난 2021년 1월경부터 2024년 7월까지 미용 시술인 것처럼 꾸며 프로포폴 중독자들에게 프로포폴과 레미마졸람·미다졸람·케타민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한 혐의로 기소됐다.

4년 넘게 이어진 B의원 '사업'에 105명이 3,703회에 걸쳐 프로포폴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하고, 대금으로 41억4,051만8,128원을 건넸다. A씨는 지난 2023년 1월부터 11월까지 약 10개월간 16회에 걸쳐 본인이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받기도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단속을 피하고자 실제 투약자가 아닌 다른 사람 명의로 투약 이력을 허위 보고하거나, 다른 일반 투약 환자에게 쓴 분량을 부풀리기도 했다. 프로포폴 중독자에게 약물을 제공할 때 진료기록부에 투약 내역을 기재하지 않거나, 다른 미용 시술을 한 것처럼 적기도 했다. 일반 환자에게 프로포폴을 사용한 것처럼 꾸며 쓰기도 했다.

2023년 5월부터는 에토미데이트와 레미마졸람을 혼합 조제해 프로포폴 중독자에게 투여하기로 했다. 중독자가 수면에 이르지 못한 경우 미다졸람이나 케타민을 추가 투약했다.

상담실장은 중독자 관리와 대금 결제, 매출 장부 관리를 맡았다. 간호조무사들은 실제 약물 투약과 간단한 시술을 담당했다. A씨는 매출액이 늘어난 만큼 상담실장과 간호조무사에게 성과금을 지급했다. 사업에는 병원 직원은 물론 배우자와 자식, 장인까지 동원했다.

A씨는 경찰 수사 대상에 오른 사실을 알고도 영업을 멈추지 않았다. 투약 횟수를 줄인 것외에, 업무용 휴대전화 명의를 바꿔가면서 범행을 계속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A씨는 대외적으로 내원자에게 미용시술을 함께 받도록 했다. 직원들이 프로포폴 오남용을 우려하자, '시술을 같이 하면 괜찮다'고 했다. 수사 과정에서도 이같은 태도를 고수했다"며 "A씨는 수면마취가 마치 정상적인 의료 행위에 수반되는 시술인 것처럼 보이도록 외관을 만들고자 미용시술을 수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는 의료인으로서 향정신성의약품 오남용 폐해와 위험성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혹은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오히려 이를 주된 수입원으로 삼고 수많은 중독자를 양산했다"면서 "중독이 심각한 환자에게 '생일 기념', '출소 기념'이라는 명목으로 무료 투약을 해줬고, 일부 환자는 하루 투약 횟수가 15~20회에 달했다. A씨는 향정신성의약품 오남용 위험성에 무관심했다"고 지적했다.

4년 넘게 이어진 범행에 "많은 이가 B의원을 찾아 큰 금액도 마다하지 않고 오랫동안 반복적이고 일상적으로 프로포폴 등을 투약"했고, 이 과정에서 "호기심에 내원한 사람은 중독 상태에 이르고, 이미 의존성이 상당했던 사람은 증독성이 심화"됐다고 했다. A씨는 내원자의 1일 투약 횟수나 내원 가능 횟수를 늘려주면서 "프로포폴 중독을 조장"했고, 따라서 "A씨가 미친 영향의 범위와 정도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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