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2만명 부족? “의료 개선 없이 동결해도 37년 돼야 부족”
오주환 교수 “25년 돌이키기 어려워, 26년 정원 논의 시작하자”

정부가 강행한 의대 증원 정책으로 2024년 한해 동안 의학교육과 수련이 멈췄다. 의료계에서는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 중단이 불가능하면 2026학년도 정원이라도 하루 빨리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정부가 강행한 의대 증원 정책으로 2024년 한해 동안 의학교육과 수련이 멈췄다. 의료계에서는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 중단이 불가능하면 2026학년도 정원이라도 하루 빨리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의료계에서도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는 말이 나온다. 수시에 이어 정시 모집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증원 백지화’는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의료계 요구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으로 모아지고 있다.

서울의대 오주환 교수는 의료 문제를 공급량으로 쉽게 해결하려 한 ‘오판’에서 의대 증원 사태가 발생했다며 “사회적인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향후 10년간 의학교육과 수련은 파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했다.

오 교수는 24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회 주최 ‘내란 극복을 위한 의학교육 정상화’ 국회 토론회에 앞서 배포한 발표문을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오 교수는 서울대병원-서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진행한 의사 수 추계 연구 결과와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근거로 제시한 연구보고서 등을 토대로 “계엄령 발령처럼 긴박하게 변경할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정부는 오는 2035년 의사가 2만명 부족하다고 예상하고 당장 2025학년도부터 5년간 의대 정원을 2,000명씩 증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오 교수는 의료시스템을 전혀 개선하지 않아도 오는 2035년까지 의사 인력은 과잉 공급된다고 했다. 의대 정원을 동결하면 오는 2037년 의사 공급이 부족해지고 정원을 늘리면 그 시기는 늦춰진다.

의료시스템을 개선한다면 수요와 공급 추계도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의료전달체계만 개선해도 의사 부족은 오는 2040년까지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지불보상체계와 의료전달체계를 동시에 개선하는 등 의료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개선하면 의사 부족 시기는 오는 2045년으로 미뤄진다. 높은 수준의 의료개혁을 만 65세 이상 고령 인구에 한해 적용하면 오는 2042년 이후 의사 부족 현상이 나타난다.

오 교수는 “의료시스템 개선을 위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의사 공급 부족은 오는 2037년부터 시작된다”며 “이를 막기 위해 오는 2027학년도 의대 입학정원부터 조정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2024년부터 2026년까지 3년이라는 충분한 시간 동안 국민들이 원하는 의료시스템 개선의 상을 확정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한 의사 수를 추계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며 2025학년도부터 5년간 의대 정원 2,000명씩 증원 계획은 “비과학적이고 계엄 선포만큼 즉흥적인 조치였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2025학년도 대입 수시가 끝나고 정시 모집도 일주일 정도 남겨둔 상황에서는 “돌이키기엔 합격 취소라는 사회적 물의가 발생한다”며 “엎질러진 물”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휴학했던 의대생들이 복학하면 의학교육은 6년간 파행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오 교수는 “교육부는 이 파행을 책임져야 한다”며 “신입생 코호트가 150~250% 시나리오로 2025년 이후 수련을 마칠 때까지 10년간 교육과 수련의 질을 보장할 합리적인 계획을 정시 합격자 발표 전인 올해 안에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

오 교수는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중단이 가장 타당한 요구지만 사회적으로 보면 “유효성이 지난 실기한 주장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복학생과 증원된 신입생이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하는 ‘과밀학년’이 “사회적 제물”이 되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오 교수는 이어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동결할지, 감원할지 논의해 “신속하게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의대 정원 감원 근거를 담은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행정부의 비합리적 결정이 진행되면 막을 길이 없다”며 기다리지 말고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문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도 했다.

또한 오는 2025년 1분기(1~3월) ‘국민들이 원하는 의료시스템 개선의 상’을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2분기(4~6월) 의사 수를 과학적으로 추계하자고 했다. 그리고 그 연구 결과를 중립적이고 과학적인 국제학술지에 제출해 출판된 논문이 3편 이상 나오면 국민 참여 숙의 회의 방식으로 논의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오는 2026년 1분기경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할지, 줄여야 할지, 그대로 둘지를 확정해야 한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도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을 중단하지 못하면 2026학년도 모집을 중지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22일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결의문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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