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대 옥민수 교수 "지역 따라 중중환자 비율 달라…기준 必"
보건의료 노동자들, 구조전환에 따른 인력 감축 등 우려
고려의대 박종훈 교수 "의료제도 개선하는 계기 돼야" 제언
정부가 추진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이 탁상행정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중증환자에 대한 현실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민중심의료개혁연대회의'는 26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강당에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의 쟁점과 전망'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울산대병원 예방의학과 옥민수 교수는 정부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의 쟁점 중 하나로 중증환자 비율을 꼽았다. 같은 상급종합병원이어도 지역 등에 따라 상황이 달라 "기준점을 만들기 어렵다"고 했다.
옥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이 총 40개가 넘는데, 유형이 크게 다르다. 일명 '빅5병원', 수도권의 상급종합병원, 지역의 상급종합병원 중증환자 비율이 각각 다르다"며 "특히 지역으로 내려갈수록 중증환자 비율을 맞추기 어렵다"고 했다.
옥 교수는 "지역 내에서는 (중증환자 진료) 역할을 할 수 있는 병원이 (진료할 역량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도 많다. (같이 협력하는) 파트너가 될 수 있는 병원이 많지 않으면 중증환자 비율을 높이려 해도 높일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원사업이 진행되면 관련 학회에서 질환에 대한 중증도 분류의 정확성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옥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 비율이 얼마나 적당한지에 대한 학술적인 논의도 거의 없다"며 "앞으로 각 학회에서 의사들이 보는 질환군의 중증도를 높여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할 것이다. 학회가 상급종합병원 교수들 중심인 만큼 중증도를 올려달라고 요구하면 겉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실제 데이터를 봐도 중증환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에 앞으로 중증도의 합을 고정하는 등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적합 질환군 비중만으로 상급종합병원을 평가하는 것도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상급종합병원에 '지역 친화도'라는 기준을 더해 지역 내 주민들이 필요한 보건의료서비스를 적시에 받을 수 있는 데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고 이에 대한 지불을 보상해야 한다고 했다.
그 외에도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하는 진료협력병원 간 협력체계 구축, 교육수련 기능 강화, 현실적인 재원 마련 방안, 적정 병상 수 예측 방법론 점검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현장에서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으로 인한 인력 배치 변경 등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것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이화의료원 유현정 지부장은 "이대목동병원의 경우 병상 수가 612병상에서 554병상으로 58병상을 감축하며 한 개의 병동이 폐쇄됐다"며 "이에 따라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갑작스러운 부서 이동을 당했다. 이런 부분의 인력 감축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또한 중증환자 진료에 대한 업무 강도를 고려한 의료진 지원 정책도 필요하다"며 "의사 인력 대책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간호인력 등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노동조합 이윤옥 고충처리부장도 "구조전환 전보다 환자 중증도 비율이 높아지는 만큼 노동강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며 "그러나 정작 병원 노동자들은 환자의 중등도가 현실과 괴리됐다고 여긴다. 중증도 평가 지표 마련과 함께 보건의료인력 직종별 인력 기준과 이에 따른 보상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을 계기로 우리나라 의료 제도의 근본적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고대안암병원 정형외과 박종훈 교수는 "우리나라는 의료기관 종별에 따라 수가가 달라지기에 상급종합병원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왜곡된 지표를 관리하기 위해 아등바등한다"며 "병상 환자 당 간호사 수 등 정부에서 나온 가이드라인에 맞춰 지표를 관리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상급종합병원은 이래야 한다'는 틀에 갇혀버렸다. 이래서는 지속 가능하고 바람직한 양질의 의료로 나아갈 수 없다"며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에서도) 병상 감축 등 지표 관리를 통해 당장 뭔가 이뤄질 것 같지만 결국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이러고 했다.
이에 "현 상황은 아파트 재건축하듯 다 갈아 엎어야 한다. 그런데 (의정갈등으로) 한번 의료환경이 갈아 엎어졌다"며 "정부가 이번 기회에 단순히 상급종합병원 구조개혁이 아니라 큰 틀에서 우리나라 의료서비스 제도를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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