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 보고서 통해 대응방향 등 전망
"해리스 당선 시 국내 바이오의약품 생태계 기반 강화"
"트럼프 당선 시 바이오시밀러의 가격 조정에 대비"
미국 대선(현지 시간 11월 5일)의 막이 오르면서, 그 결과가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산업연구원(KIET)은 최근 '미국 대선 시나리오별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방향' 보고서를 통해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바이오의약품산업 관련 주요 제도 및 여건 변화를 전망했다.
먼저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중국 견제와 적극적인 관세‧산업정책 추진을 언급했던 만큼, 대선 후 글로벌 바이오 공급망이 미국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두 후보의 바이오의약품 관련 주요 정책 및 강령을 비교하면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있다. 두 후보 모두 약가 인하 정책을 추진하지만, 해리스 후보의 경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공공의료보험기관(CMS)과 제약사 간 협상으로 약가 인하를 꾀한다면, 트럼프 후보는 약가 인하 대상 의약품을 특정해서 협상하는 직접적인 방식이 아닌 국제가격 비교를 통해 최혜국(MFN)보다 낮은 가격으로 메디케어 약가 인하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연구원은 해리스 후보 집권 시 우호국을 중심의 '바이오제약 연합(Biopharma Coalition)'을 결성해 공급망을 강화하고, 생명공학 기술 협력을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바이오 제조 역량 강화의 일환으로 국가안보위원회(NSC)가 안전한 바이오제약 공급망 지원을 위해 ‘바이오제약 연합’과 협력하고, EU‧인도‧일본‧한국과의 공급망 협력에 35억 달러 이상 투자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후보 당선 시 국내 필수의약품 공급망 구축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통상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봤다. 코로나19 시기 미국산 원부자재의 국외 유출을 저지하는 등 '트럼프 1기' 정부에서 강조했던 자국 우선주의가 더욱 강화되고, 의약품 포함 필수 상품의 중국산 수입 중단 목표 4년 계획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두 후보의 바이오의약품 관련 정책이 한국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도 차이가 있을 것으로 봤다.
해리스 집권 시 바이오시밀러 수출 증가세는 유지되고, 메가 프로젝트로 첨단 R&D가 촉진될 것으로 예상했다. 블록버스터급 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예정돼있어 바이오시밀러 중심의 대미 수출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은 “정부 주도 메가 프로젝트가 지속되고, 신규 치료 방법·물질 대상 글로벌 제약사와 대형 기술거래가 증가할 것”이라며 “공동 R&D 비중 확대 예상되나, 약가 인하로 빅파마 혁신 활동이 위축될 경우 첨단 의약품 개발도 부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후보 집권 시에는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는 한국산 바이오시밀러의 수요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나 직·간접적으로 통상 압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연구원은 “규제 감소, 법인세 인하 공약이 한국 기업의 미국 현지 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라며 “2018년 한미FTA 개정 협상 당시 트럼프 정부의 요구로 국내 혁신형 제약기업의 신약에 대한 약가 우대 조항이 삭제돼 관세 및 무역 제한 외에도 통상 정책에 따라 신약 개발 의지가 저하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후보 역시 제네릭·시밀러 사용 촉진 우호적 입장”이라며 “한국 바이오시밀러 수요는 최소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두 후보 모두 공화-민주당이 공동 발의한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에 초당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에 산업연구원은 “유전자 분석·CDMO 부문에서 중국 기업 입지 위축이 예상되나 의약 제조환경의 특수성, 규제 및 전환 기간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즉각적 수혜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연구원은 두 후보의 바이오의약품 공약이 시사하는 바와 그에 따른 대응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해리스 후보 당선 시 바이오의약품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비하고 국내 바이오의약품 산업 생태계 기반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산업연구원은 “한국은 CMO 중심 생산 부문 강점을 유지하면서 R&D 경쟁력 제고 및 상대적 경쟁 열위인 조달, 임상 역량 강화를 위한 규제 혁신과 대외 협력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첨단 바이오 인력양성 및 연구비 지원 등 R&D 투자와 함께 첨단 의약품 가치 평가 조정으로 국내 바이오신약 개발 동기를 높이고, 중국 의존도가 높은 바이오 소재·부품·장비 자급률을 제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후보가 집권한다면 필수의약품의 적정재고를 관리하고 바이오시밀러의 경쟁력을 높여 가격 조정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산업연구원은 “필수의약품 및 의료기기에 대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것을 대비해 국내 필수의약품의 적정 재고 관리에 나서야한다”며 “또 바이오시밀러의 현지 시장가격에 대한 개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협상력을 제고할 방안 및 대응 논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인도‧유럽‧일본 기업과 바이오시밀러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며 “단기 관점에서 가격을 인하하기보다는 중장기 혁신 바이오베터 특허·기술 확보화 경쟁력 제고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은 다자간 협력이 진행될 때에도 입지 강화 전략과 CDMO 시장 변화에 선제적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산업연구원은 “기술‧정보 교류, 다자간 프로그램 참여로 국제적 평판 및 리더십을 확보할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 CDMO 시장점유율 차지하기 위한 국가‧기업 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 기업은 생산 용량 규모의 경제 확보뿐만 아니라 서비스 품질 향상, 해외 파트너링 확보 위한 비즈니스모델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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