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협, 진료지원 간호사 실태 조사 결과 발표
예비 간호사 취업난 심화 우려도…법적 안전망 등 요구
정부가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참여하는 병원이 39%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간호협회는 20일 서울 중구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종합병원과 수련병원 385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지난 6월 19일부터 7월 8일까지 진행됐다. 시범사업 대상 기관은 의료법 제3조의3에 따른 종합병원과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제2조제2호에 따른 수련병원이다.
조사 결과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기관은 39%를 차지하는 151개소, 참여 간호사는 총 1만3,502명이었다.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기관은 152개소(39%), 조사에 응답하지 않은 기관은 84개소(22%)였다.
간협에 따르면,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152개소 중 88%에 달하는 133개소가 지난해 간협이 운영한 ‘불법진료 신고센터’에 의료법 위반 사례로 신고된 의료기관이었다. 또 미참여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중 의료기관장 지시로 불법진료를 수행하고 있었으나 의료법 위반으로 고소된 사례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간협 최훈화 정책전문위원은 “시범사업 미참여 의료기관 중 일부는 시범사업 지침 업무를 초과한 업무를 간호사에게 지시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그 외 교육훈련체계 미비 등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간호사에게 의사업무를 관행적으로 시키고 있어 오히려 시범사업 참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도 나왔다”고 했다.
이어 "시범사업이 긴급하게 한시적으로 시행돼 참여 시 준수해야할 사항에 대한 절차가 제대로 안내되지 못했다"며 "또한 참여가 권고 사항인데다 보상체계도 미비하다. 의료기관이 시범사업에 참여할 유인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병원에서 진료지원 간호사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간협은 조사 결과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151개 의료기관 중 126개소(83%)가 임상 경력 3년 미만의 간호사를 진료지원 업무에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에서 참여 간호사들도 “진료지원 업무에 대한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지 않아 간호사가 전공의 업무를 간호사에게 가르치고 있다”거나 "진료지원 업무에 투입하기 전 30분~1시간 정도의 교육만 진행한다" 등으로 답변했다.
간호난…"신규 간호사에 진료지원업무 제안하고 채용 결정"
이날 간협은 대학병원들이 의료공백으로 인한 경영난을 이유로 신규간호사 발령과 채용을 연기하면서 간호대생과 대기 간호사 등 예비 간호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도 했다.
간협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통계’를 분석한 결과 2024년도 1분기 대비 2분기 간호사 증가 인원이 최근 5년(2019년~2023년) 결과와 비교했을 때 크게 줄었다고 했다.
간협에 따르면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의 1분기 대비 2분기 평균 간호사 증가 인원은 4,473명이었지만 2024년도의 1분기 대비 2분기 증가 인원은 2,903명으로 절반으로 줄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의 경우엔 간호사 인원이 감소했다.
또 지난 2월 이후 상급종합병원 47개소의 신규 간호사 채용 및 발령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응답한 41개소에서 지난 2023년 신규 채용한 신규 간호사 8,390명 중 올해 발령한 간호사는 1,888명에 불과했다.
상급종합병원 중 1개소만 올해 신규 간호사 채용을 진행했으며 응답한 41개소 중 올해 채용계획이 있다고 밝힌 곳은 10개소에 불과했다.
최 위원은 “예비간호사들은 취업 위기를 느끼고 있다. 또한 의료공백으로 환자 수가 줄면서 실습 교육의 질도 하락했다”며 “일부 병원에서 신규로 채용한 간호사에게 진료지원 업무를 제안한 후 이에 응하면 채용하겠다고 밝힌 사례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간협은 정부에 간호사들이 안전한 의료현장에서 지속 가능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달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간호법 제정을 통한 법적 안전망 구축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 5명으로 배치 기준 마련 ▲간호사 수련체계 마련 ▲간호사에 대한 공정한 보상체계 마련을 요구했다.
최 위원은 “향후 상급종합병원은 중증도가 높은 환자만 진료하게 될 것이므로 상급종합병원 간호사에게는 인턴·전공의에 준하는 수준으로 1년 간 교육체계를 제공해야 한다”며 “늘어나는 간호사 업무량에 대응하기 위해 간호사 인력 배치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탁영란 회장은 간호법 제정 등을 통해 간호사들이 의료현장에서 환자 간호에 최선을 다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탁 회장은 ”의사 파업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간호사 근무 환경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며 “간호사들은 원치 않는 전공의 업무를 떠맡으며 무급휴가를 강요받거나 임금 미지급, 실직 등 고용 위협에 직면해 있으며, 신규 간호사 발령마저 늦어지며 취업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의사단체에 묻고 싶다. 환자를 저버린 사람이 누구인가. 왜 간호사에게만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건가”라며 “의료 현장을 지키는 간호사들이 환자 간호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해달라. 특히 간호사들이 의료현장에서 환자 간호에 최선을 다하도록 간호법 제정에 나서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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