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오는 9월 13일 항소심 변론 개시
질병청 한의사 접속 차단 취소 판결 뒤집힐까

대한한의사협회가 질병관리청을 상대로 제기한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 관련 행정소송 항소심이 곧 시작된다(ⓒ청년의사).
대한한의사협회가 질병관리청을 상대로 제기한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 관련 행정소송 항소심이 곧 시작된다(ⓒ청년의사).

한의사의 코로나19 정보관리시스템 접속 권한을 다루는 행정소송 항소심 재판이 곧 시작된다.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가 한방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면서 한의사 시스템 접속 차단을 취소하라고 한 1심 판결이 뒤집힐지 주목된다.

서울고등법원 제10-2행정부(나)는 오는 9월 13일 대한한의사협회가 '코로나19 정보관리시스템 사용 권한 승인 신청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질병관리청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항소심 첫 변론을 진행한다. 지난해 원심(1심) 선고 후 10개월 만이다.

한의협은 지난 2022년 정부가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 시행 의료기관에서 한의원을 제외하고 질병청이 코로나19 정보관리시스템 접근 권한을 막자 "한의사의 시스템 사용 권한 승인 신청 거부(접근 거부)를 취소하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제5부 재판부는 지난 2023년 11월 23일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활용한 한의사의 코로나19 검사와 진단이 한방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질병청에 한의사 시스템 접속 차단을 취소하라고 했다. 이번 소송에 앞서 지난 2022년 12월 대법원이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합법화하며 제시한 새로운 판단 기준을 적용했다.

1심 재판부는 "한의학의 전통적인 진찰법으로 코로나19의 임상적 증상을 확인할 수 없다고 보기 어렵다. 진단행위는 비교적 비침습적이므로 코로나19 임상 증상 진찰은 한방 의료행위에 속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감염병예방법상 한의사는 "코로나19이 임상적 특징을 보유한 감염병 환자 등을 진단할 능력이나 권한이 없고 따라서 신고 의무도 부담하지 않는다"는 질병청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한의사의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이 없고 진단 보조수단으로 한의사가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했을 때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선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한의협 주장대로 비위관삽관술처럼 "신속항원검사보다 더 침습적인 시술도 한방 의료행위로 허용한다"면서 "이는 한의사도 일정한 해부학적 지식이 있음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미 공중보건한의사가 보건당국 진료소에서 검체 채취 업무를 수행했고 의료인이 아닌 간호조무사나 임상병리사도 일정한 교육과 의사 지도가 있으면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양성도 코로나19 확진자로 인정한 방침도 근거로 들었다.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와 자가진단용 신속항원검사 진단기기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면서 "고도의 의학적·전문적 지식이 필요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가 3등급 체외진단의료기기로 분류되지만 "체외진단의료기기 분류 등급이 종별 의료행위 범위를 구분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된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 이유로 신속항원검사보다 "위험성이 크거나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 반도체레이저수술기나 고주파자극기 같은 3등급 일반 의료기기 사용도 한방 의료행위로 허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가 "서양의학적 원리에 전적으로 기초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한의사의 신속항원검사가 한의학적 의료행위 원리에 입각해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와 명백하게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는 "현대 과학기술을 통해 발명·제작됐다고 볼 여지가 있는 진단기기"이고 "현대과학의 성과는 전통 한의학을 현대로 계승·발전시켜 나가야 할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는 과학기술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질병청이 당시 코로나19 대응 체계는 의료기관에서 검사와 진단, 치료가 모두 가능하다는 전제로 성립했고 한의사는 팍스로비드 등 처방이 불가능하므로 제외됐다고 항변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팍스로비드 처방이 어려워도 보건당국이 "발열과 호흡기 증상 완화 등 대증 치료도 코로나19 치료 방식으로 인정했고 대증 치료를 위한 한의사의 진료와 치료는 한방 의료행위"라면서 "질병청 주장처럼 한의사가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없으므로 검사와 진단도 할 수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의사가 진단기기로 코로나19를 검사하고 진단하는 것은 면허된 한방 의료행위에 속하는데도 질병청은 이와 다른 전제에서 시스템 사용을 거부했다. 이로 인해 한의사는 감염병 예방법에 따른 신고의무 이행은 물론 코로나19 검사와 진단 등 의료행위도 제한받았다"며 "질병청 처분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위법하므로 취소해야 한다"고 했다.

질병청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당시 한의협은 보도자료를 내고 한의사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는 합법이고 코로나19 검사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관련 기사: 질병청 항소 결정에 한의협 "분노…코로나19 검사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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