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들, 의대생 보호 안간힘…교수들 “사실상 방법 없다”
의평원 한희철 이사장 “의학교육 현장 연착륙 방안 대화로 풀어야”
전교협 김장한 회장 “민·형사상 책임 경감 방안 등 성과 보여줘야”

의대생들의 동맹휴학 불길이 거세다. 이대로 동맹휴학이 장기화될 경우 의사 인력 부족이 당장 내년도부터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청년의사).
의대생들의 동맹휴학 불길이 거세다. 이대로 동맹휴학이 장기화될 경우 의사 인력 부족이 당장 내년도부터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청년의사).

의대생들의 동맹휴학 불길이 거세다. 이미 휴학계를 내고 학교밖으로 나간 의대생들만 1만명이 넘는다. 의대들도 학사 일정을 미루는 등 의대생 보호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사실상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도 나온다. 이대로 동맹휴학이 장기화될 경우 의사 인력 부족이 당장 내년도부터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학교육 현장에서는 의대 정원 1만명 늘리자고 의대생 1만명을 잃게 생겼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6시 기준 휴학계를 신청한 의대생은 총 1만1,827명이다. 그러나 이날 의대 1곳에서 346명이 휴학을 철회해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은 1만1,48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의대생의 61.1%에 달하는 수치다.

동맹휴학에 돌입한 의대 가운데 수업 거부가 확인된 곳도 10곳이다. 교육부는 각 대학들에 휴학 신청 허가 여부를 법과 원칙에 따라 면밀히 검토하고 수업 거부 등 단체행동에 대해서는 학칙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할 것을 당부했다.

교수들도 발을 동동 구른다. 동맹휴학이 학사 일정과 맞물려 시작되면서 이미 개강한 의대들은 학생들의 대거 휴학에 휴강을 택했다. 개강을 앞둔 의대들의 선택도 마찬가지다. 개강일과 예정된 실습 일정을 늦추는 등 의대생 보호조치에 나섰다.

그러나 사실상 한계가 있다. 교육부 지시에 따라 동맹휴학은 학칙 상 휴학 요건에 해당하지 않은 탓에 인정이 안 되므로 학점 이수를 하지 못한 경우 유급을 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학점을 이수하지 못한 본과 4학년은 의사국가고시도 치를 수 없다.

올해 휴학한 의대생들이 내년에 대거 복학하는 시나리오도 동맹휴학 사태가 장기화 될수록 의학교육 현장의 고민이다. 정부 방침대로 내년도 입학 정원이 크게 늘어나는데 더해 휴학생들의 복학이 맞물리면 현원이 넘쳐 교육의 질 하락도 불가피하다.

서울의 의대 A교수는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대부분 대학들이 2~3주 정도면 (동맹휴학이) 풀리지 않을까 생각하고 휴강하는 것 같다”며 “학생들이 결석이 아닌 상태로 보호할 수 있지만 그 외 방법이 없다. 교육 현장에서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A교수는 “장기화되면 학점 이수 문제도 걸리고 내년 복학하는 학생들까지 현원이 늘면 그것도 문제”라며 “학생들을 설득할 명분이 없어 돌아오라고 할 수도 없다.

이에 대해 교육부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대량(동맹)휴학이 허가돼 휴학이 이뤄지고 있지 않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에 답변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만약 휴학 후 복학이 문제가 돼 교육부 차원에서 조치나 지원이 필요하다면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의대 교수들은 의대생들이 교육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는 “납득할 만한 조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이 의학교육 현장에 연착륙 할 수 있는 방안을 대화로 만들어 가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 한희철 이사장(고려의대 교수)은 “교육 현장에서 현 정원의 10%만 늘려도 학교는 문제가 없다. 아무 것도 안 하더라도 모두 수용 가능한 숫자다”라며 “그러나 한해 2,000명씩 늘리면 교육 현장에서 수용이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한 이사장은 “지금부터라도 의료계와 정부가 대화에 나서야 한다. 다만 1년이라도 대화를 통해 적정 증원 수를 고민하고 교육 현장에 연착륙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김장한 회장(울산의대)은 “정부가 여러 정책 중 필수의료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경감시키는 방안을 이야기 했다. 선언에 그칠 게 아니라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면 필수의료를 하겠다고 따라오는 의사들도 있을 것”이라며 “의대생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