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필수의료 정책 달라" 대통령실 앞 찾은 의사들
문제는 의료수가·소송…"의대 증원 '낙수'는 해결책 안 돼"
"대학병원 소아중환자실에서 일하는 동기가 묻는다. '과로로 죽을까. (병원) 문 닫고 구속될까.' 아무 말도 못 했다."
"소위 '낙수과' 여자 '의새'다. 34년 일하면서 내가 0.5인 분이란 말 생전 처음 듣는다."
"몇십만원으로 직원 8명 먹여 살리고 환자 살려야 한다. 현실에 미치고 말 것 같다."
"옆 병원 산부인과 의사가 소송 때문에 정신과 치료 받는다. 대체 무슨 죄가 있나."
정부는 필수의료를 살리려면 의과대학 정원을 증원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필수의료 의사들은 증원으론 살 수 없다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22일 오후 정부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저지를 목표로 서울시의사회가 주최한 용산 대통령실 앞 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은 "제발 제대로 된 필수의료 대책을 달라"고 외쳤다.
성북구에서 의원을 운영 중인 참가자는 저수가로 "미치고 말 것 같다"고 했다. 이 참가자는 "맹장 환자 1명을 수술하려면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에 병원 직원까지 총 8명이 필요하다. 그런데 맹장 수술 수가는 고작 몇십만원"이라고 했다.
그는 "외과가 대체 이 돈으로 어떻게 직원을 먹여 살리고 환자를 살리나. 지금 의사 수를 늘려도 10년 뒤에 나올 의사는 외과 수술 안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건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생존권의 문제다. 수가 인상 없이 의사 증원 필요 없다"고 했다.
경기도에서 온 참가자는 "동기가 대학병원 소아중환자실을 지키고 있다. '과로로 죽을까 아니면 문을 닫아서 구속될까' 둘 중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묻는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 참가자는 "한국을 떠나겠다는 동기들을 말린다. 나는 여전히 이 나라를 사랑하고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을 믿는다. 그러나 정부는 나 같은 국민까지도 의사를 그만하고 싶게 만든다. 그만 물러나라"고 했다.
고질적인 저수가 구조는 물론 의료소송 문제도 단상에 올랐다. 이날 궐기대회를 개최한 서울시의사회의 이윤수 대의원회 의장은 "의료소송이 너무 심각하다. 수술하는 과 의사들이 칼 잡기를 두려워한다"며 "옆 병원 산부인과 의사가 소송으로 공황장애가 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대한민국이 소송 왕국이 됐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의대 증원이 불러올 "'낙수'로는 필수의료를 살릴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에게 "제발 한 번이라도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고 했다. 필수의료 살리기가 "어렵지 않다"고 했다. 이 의장은 "의사들과 정부가 진정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누길 원한다. 현장 목소리를 들어 달라"며 "(그럼) 지금이라도 떠났던 필수 의료진이 현장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그러나 대화가 아닌 "겁박"에는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고 했다.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은 "정부는 자유 의지로 사직한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불응 시 면허정지 처분을 하겠다고 협박한다. 저도 이틀 전 면허정지 사전 통지를 받고 체포와 구속 수사라는 겁박을 받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전방위적이고 무법적인 정부 협박은 우리 14만 의사가 국민과 국가를 위해 벌이는 투쟁을 멈출 수 없다"며 "체포와 구속 등 어떤 겁박에도 물러서지 않겠다. 의대생과 전공의 피해를 막고 정부의 독단적인 의대 증원을 저지하겠다"고 했다.
'선배 의사'가 나서서 의대생과 전공의들을 지키고 "함께 승리하자"고 했다.
박 회장은 "외로운 싸움을 벌이는 후배와 함께하자. 디데이(D-day)는 정해졌다. 디데이는 의대생과 전공의가 정부에 희생당하는 그날이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의료 체계가 무너지는 날"이라면서 "서울시의사회는 전국 봉직의·개원의와 함께 디데이를 준비해달라. 서울시의사회가 앞장서겠다. 함께하면 승리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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