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의료-요양-돌봄 전달체계 개편 더불어 시범사업 추진
요양병원들, 질 낮은 요양병원 퇴출 공감…정부 차원 방안 촉구
정책 전문가들, 시행까지 7개월…촘촘한 제도 설계 중요

정부는 지난 4일 열린 간병비 급여화 본사업 조기 실시를 위한 토론회에서 요양병원 질 관리 차원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단호하게 말했다(ⓒ청년의사).
정부는 지난 4일 열린 간병비 급여화 본사업 조기 실시를 위한 토론회에서 요양병원 질 관리 차원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단호하게 말했다(ⓒ청년의사).

올해 7월부터 시행되는 간병비 급여화 시범사업을 앞두고 요양병원 질 관리 차원의 구조조정 필요성에 대한 정부 입장은 단호했다. 요양병원 내 만연한 사회적 입원 등 질 관리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오는 2027년 예고한 본사업 전환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 임강섭 간호정책과장은 지난 3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올바른 간병 급여화로 가기 위한 첫걸음’을 주제로 열린 간병 급여화 본사업 조기 실시를 위한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임 과장은 “간병비 급여화 시범사업이 단순히 요양병원 사적 간병 비용을 지원하는 정책은 아니다”라며 “의료-요양-돌봄 전달체계 개편 방향에 맞춰 연속성 있게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요양병원 서비스 질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하고 재정 지속가능성도 있어야 한다. 이같은 원칙 하에 1년 간 고민해 발표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임 과장은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간 기능 재정립이라는 오래된 숙제에 대해서도 정부가 확고한 방향성을 갖고 있다”며 “시범사업 기간을 3년 6개월로 설계한 이유가 있다. 의료-요양-돌봄이라는 전반적인 틀 차원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하기 때문에 단계적 시범사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설명했다.

이 “지금 단계에서 대상자 확대 언급은 섣부르다. 대상자를 확대할 생각은 지금 단계에서는 없다. 요양병원 구조조정이 이뤄지기 전 단계이기 때문”이라며 “요양병원 사회적 입원환자 문제가 만연한 상황에서 재정을 투입해 간병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간병비 지원기한을 180일을 기준으로 설정한 부분에 대한 적절성 여부에 대해서도 임 과장은 “입원료 차감이 적용되는 180일을 참고했는데 간병비 급여화 시범사업을 통해 (지원기한) 적절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요양병원은 숙박시설이 아니다”라며 장기화되고 있는 사회적 입원 문제 해결 필요성을 거듭 언급했다.

요양병원들은 질 낮은 요양병원 퇴출에 공감하면서도 정부 차원의 단호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환자안전과 감염관리 등 질 관리를 위해 요양병원 대상 인증제도와 적정성 평가를 시행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요양병원장은 “정부에서 인증제도와 적정성평가도 만들었지만 정상적인 객관적 평가였는지 의문”이라며 “요양병원 자체 내 자정작용을 통해 (퇴출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요양병원이 갖고 있는 어떤 무기로 1,500곳을 1,000곳으로 줄일 수 있는지 모르겠다. (정부) 공권력 말고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요양병원이 경도 환자를 붙잡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보호자가 환자를 요양병원에 위탁하는 것”이라며 “퇴원해 지역사회 돌봄으로 치료와 간병이 가능하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 환자들이 퇴원하면 갈 곳이 없다. 국가도 책임지지 못 하면서 요양병원들에 책임지라고, 구조조정 하라고 한다”고 했다.

이에 요양병원 의료의 질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욕창 수가 등 일당정액제로 묶여 있는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은 “요양병원 의료기능이 약한 이유는 일당정액제에 묶여 있기 때문”이라며 “치료하면 손해나는 구조라 결국 치료할 수 없게 되는 현실을 알고 있으니 인력 채용 시 어떤 의사나 간호사는 쉬기 위해 요양병원에 지원했다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노 홍보위원장은 “방문진료 하며 만난 환자가 욕창치료를 하고 있는데 새살연고를 발라주니 상태가 좋아진다. 요양병원이 욕창치료를 못 해서 안 한 게 아니다. 병원에서 (연고) 쓴다고 한들 비용 보존도 못 받는 상황이니 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정책 전문가들, 시행까지 7개월…촘촘한 제도 설계 중요

전문가들은 간병비 급여화 시범사업 시행까지 남은 7개월 동안 간병 인력, 재원 등 촘촘한 제도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요양병원협회가 정부의 카운터 파트너로 중심적 역할을 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남서울대 이주열 교수는 “간병비 급여화는 국민들이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다. 우려되는 건 국민 기대만큼 충족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요양병원이 퇴원환자 지원제도를 통해 지역사회 돌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의 가려움을 어떻게 긁어줄 것인지 요양병원협회가 적극 시범사업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제도권 밖에 있는 간병 인력을 제도권으로 가져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간병 인력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복지부 산하 중앙사회서비스원이 사회서비스로 간병 인력 교육에 개입했으면 한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 산하 요양병원 간병 급여화 시범사업 지원단을 설치해 기술지원과 정책연구를 수행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고려의대 예방의학과 이요한 교수도 “시범사업 기간 동안 여러 가지 방안들을 검토해 볼 수 있는 구조인지 의문”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간병비 부담을 느끼고 있는데 다른 제도가 확충되지 않는 한 일부에게만 혜택을 준다고 해소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요양병원협회 역할이 중요해질 것 같다. 공급자단체를 넘어 노인의료 분야 최고 전문가단체로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공익적 차원에서 책임감 있게 과감한 요양병원 구조조정, 질 관리를 감당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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