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송심 재판부에 대법원 전합과 다른 '현명한 판단' 촉구
"이번 사건이야말로 한의사 초음파 사용 안 된다는 사례"

대한의사협회는 11일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관련 파기환송심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가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과 다른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청년의사).
대한의사협회는 11일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관련 파기환송심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가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과 다른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청년의사).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관련 최종 선고가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의료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대법원 전원합의체와 다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서 어떤 결과든 "끝까지 가겠다"고 했다.

의협은 11일 서울 용산구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했다. 파기환송심 선고는 오는 14일 오후 2시다.

파기환송심에서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의협은 대법원 전합이 제시한 새로운 판단 기준 자체가 문제고 "무책임한 결정"인 만큼 파기환송심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대법원은 의료행위 가변성과 과학기술의 발전, 교육과정의 변화, 의료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현대의과 영역에서 사용하는 장비와 기술이 과연 한의학적 근거에 어떻게 부합하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의협은 "한의사가 초음파 기기를 사용해 국민 생명권을 위협하는 행위를 근절하고 진단의 보조적 수단이라는 모호한 표현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한의사의) 사용을 금한다는 판결을 내려달라"며 "충분한 교육 없이 현대의과 의료기기를 사용하면 보건위생상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고 환자 생명권이 침해된다고 판단해달라"고 했다.

만일 재판부가 대법원 결정을 그대로 따라 한의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면 "추가적인 사법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다.

의협 이필수 회장은 "의협은 보건의료 전문가 단체로서 이번 판결을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다. 만일 (의료계가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온다면 이에 대해서 끝까지 대응하는 것이 전문가단체로서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아직 구체적인 사안이나 대응 방향은 말씀드리기 어렵다. 의협이 이기면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하면) 대한한의사협회도 재상고할 것이다. (이 점까지 고려해) 법무법인 등 법률 전문가들과 논의하고 있다"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국민 건강권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의학계 "이번 사건이야말로 한의사 초음파 사용 안 된다는 실례"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영상의학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하면 환자 위해를 막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청년의사).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영상의학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하면 환자 위해를 막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청년의사).

의학계도 나섰다.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영상의학회는 이날 회견에서 공식 입장을 내고 재판부에 현명한 판단을 요청했다. 두 학회는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위험한 의료 환경을 조성한다면서 이번 판결 사건은 그 예시라는 의견을 내왔다(관련 기사: 있는 병 놓치고 없는 병 만드는 '한의사 초음파', 위해 없다?).

산부인과학회 홍순철 이사(고려대안암병원)는 "한의사 A씨는 2년 넘는 진료 기간 동안 한 번도 자궁내막조직검사를 하지 않았다. 초음파 검사를 수행하고 판독할 능력도 자궁내막암 진단에 대한 의학적 지식도 없다는 뜻"이라면서 "A씨는 진단을 놓쳐 환자에게 명백하게 위해를 가했다"고 했다.

홍 이사는 "대법원은 A씨가 '기체혈어 자궁증'이라는 한방질환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초음파 기기를 사용해서 문제 없다고 한다. 그러면 기체혈어 자궁증이라는 한방질환의 초음파 소견을 제시하고 검증받아야 한다"며 "그러나 제시된 이론적 자료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영상의학과학회 황성일 의무이사(분당서울대병원)는 "한의계는 한의과대학에서 초음파 진단을 교육하므로 사용이 합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한의사 A씨는 68회나 검사를 하고도 이상소견을 못 찾았다. 환자가 나중에 찾아간 개인 산부인과 의원은 단 한 번 만에 의심 진단을 내렸다"며 "이것이야말로 한의사는 초음파를 사용할 수 없고 의사만 해야 한다는 명확한 사례"라고 했다.

황 이사는 "미국은 간호사나 방사선사가 교육을 통해 초음파 검사를 실시한다. 그러나 의사가 이를 확인해서 진단한다. 결코 독립적으로 하지 않는다. 전체 의료체계에 녹아드는 방향이다. 외국에서는 이런 (한의사 초음파 사용 관련) 행위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면서 "한의계가 교육과정부터 새롭게 해서 한의사도 가능하다고 먼저 증명하는 게 순서"라고 했다.

의료일원화엔 신중…醫 "이번 집행부에선 어려워…여론 수렴부터"

의협 이필수 회장은 의료일원화는 언젠가 이뤄야 할 문제라면서 KMA POLICY나 대의원회에서 심도 깊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청년의사).
의협 이필수 회장은 의료일원화는 언젠가 이뤄야 할 문제라면서 KMA POLICY나 대의원회에서 심도 깊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청년의사).

의협은 이번 재판으로 다시 떠오른 의료일원화 문제에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관련 기사: 의료일원화 추진했던 의협 집행부마다 ‘역풍’…이번엔?).

이필수 회장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의료일원화는 가야 할 방향이다. 다만 어떤 방식이 대한민국 보건의료 체계에 도움이 되는지 생각하며 신중하게 풀어가야 한다. 의협은 물론 한의협도 각자 회원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가 우선돼야 한다"며 "의협은 KMA POLICY와 대의원회 등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현재 집행부 임기가 8개월 정도 남아서 지금 집행부에서 진행하기는 어렵다. 다만 현 집행부에서 공론화하고 충분히 의견을 수렴해 합의점을 만들고 이후 정부, 한의협과 논의하는 게 순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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