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육성 첨단기술 기업에 심사 절차 간소화 특혜
“‘옥석’ 구분할 수 있는 기능 강화…주관사의 책임 제고”
바이오협회 “경기 둔화 속 기업 상장 대책 마련에 의미”
정부가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손질하기로 한 가운데 고질적인 문제였던 부실기업의 상장을 막고, 혁신 기업의 상장을 돕는 순기능이 강화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7일 민관 합동 관계 기관 회의를 개최해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이번 회의에는 금융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감독원 등 관련 정부부처 외에도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한국바이오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자본시장연구원 등이 민간 기구 자격으로 참가했다.
이번에 확정된 개선방안에서는 ▲상장 신청 ▲심사 ▲사후관리에 이르는 전 단계에서 제도와 집행 관행을 개선하는 14개 세부과제가 포함됐다.
상장 신청 단계에서는 ‘초격차 기술 특례’를 신설해, 딥테크·딥사이언스 등 국가적으로 육성이 필요한 첨단·전략기술 분야 기업 중 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을 검증받은 기업에 대해서는 단수 기술평가를 허용한다. 기존에는 소재·부품·장비 업종에 대해서만 단수 기술평가가 허용됐다.
특례 대상은 국가전략기술육성법상 국가전략기술(12개 분야 50개 기술, 과기부 지정), 또는 국가첨단전략산업법상 국가첨단전략기술(4개 분야 17개 기술, 산업부 지정) 기업으로,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 및 최근 5년간 투자 유치 금액이 100억원 이상인 기업이 대상이다.
또한 특례 대상 기업의 경우, 중견기업이 최대 출자자이더라도 기술특례상장 신청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이는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소기업(연구) - 중견기업(사업화) 간 협력 모델, 이른바 ‘오픈이노베이션’이 널리 활용 중인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다만, 최대 출자자인 중견기업의 출자 비율을 50% 미만으로 제한해, 중견기업이 본인의 유망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상장하는 등의 방식으로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을 방지할 계획이다.
심사 단계에서는 기술성이나 사업성 외의 사유로 상장에 실패한 기업들이 상장에 재도전할 경우 ‘신속심사제도’를 적용해, 기술평가 부담을 완화하고 심사기간도 45일에서 30일로 단축한다. 또한 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와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심사 간 중복되는 심사 요소에 대한 양 기관의 사전 정보공유 절차도 마련한다.
아울러 기업들이 보유한 첨단·전략기술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상장심사 참여를 늘린다. 거래소 상장위원회의 위원 9인 중 기술 전문가가 최소 2인 이상 포함되도록 개선하고, 국책연구기관 기관평가지표에 ‘거래소 기술특례상장 기술평가 참여 실적’ 등을 추가해 국책연구기관의 기술평가 참여도 독려할 계획이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보유기술의 혁신성 또는 기업의 성장성을 인정받은 경우, 최소 재무요건만으로 상장예비심사 신청을 허용하는 특례 부여 제도로, 2005년 도입됐다. 특히 자금 조달을 통해 신약 개발을 이어가려는 바이오 기업들의 상장에 활용됐다.
그러나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기업 상장 문턱을 지나치게 낮춰 부실기업의 증시 입성을 도왔고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다는 지적도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로 상장한 바이오 기업들이 유예 기간이 끝나도록 매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기대와 달리 임상개발에 실패한 뒤 다음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헬릭스미스, 신라젠, 파멥신, 올릭스, 앱클론, 엔지켐생명과학, 유틸렉스, 압타바이오, 올리패스, 에스씨엠생명과학, 네오이뮨텍, 툴젠, 노을, 보로노이, 지아이이노베이션 등이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코스닥에 입성했다.
이 중 기술특례상장 1호 기업인 헬릭스미스는 계속된 임상 실패와 회사-주주간의 갈등으로 인해 내홍을 겪었으며, 결국 올해 초 카나리아바이오에 경영권이 매각됐다. 신라젠은 경영진의 배임‧횡령으로 인해 한때 상장 폐지될 위기에 처했으나 개선 기간을 통해 위기를 모면했다.
이를 의식한 듯 정부는 이번 개선 방안에 투자자 보호 방안 또한 담았다. 사후 관리 단계에서 주관사의 책임감 있는 옥석 가리기를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투자자 보호 기반을 마련한다는 게 금융위원회 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기술특례상장기업이 상장 후 2년 내에 부실화될 경우, 해당 기업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가 이후 기술특례상장을 주선할 때에는 6개월의 풋백옵션을 부과하고 인수 주식 보호예수기간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 등 주관사 책임을 강화한다.
또한, 주관사별 기술특례상장 건수·수익률 등의 정보를 거래소 전자공시 시스템(KIND)을 통해 시장에 비교·공시함으로써, 주관사의 우수기업 발굴 역량을 시장 참여자들이 비교할 수 있게 된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상장 이후 영업실적 공시 의무도 강화한다.
금융위원회 이세훈 사무처장은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자본시장 투자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옥석’을 가려낼 수 있는 선별 기능을 강화하고 상장 주관사의 책임성도 제고하는 조치도 균형 있게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14개 추진과제의 후속조치를 연내에 모두 완료할 예정”이라면서, “이후에도 시행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면서,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혁신 기업과 우리 경제에는 성장의 동력을, 투자자에게는 성장의 과실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의 핵심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은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 의지에 바이오업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상장 신청–심사-사후관리에 이르는 전 단계에 걸쳐, 관련 제도 및 집행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14개 세부과제를 제시함으로써, 최근 글로벌 긴축기조 및 경기 둔화 추세 가운데 혁신기업 상장 활성화를 통해 모험자본이 투자할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견지하고자, 민관 합동으로 신속한 대책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가적으로 육성이 필요한 첨단-전략기술분야 기업 중 시장에서 성장잠재력을 검증받은 기업에 상장 문호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우리나라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제고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바이오 경제 2.0’;의 본격적인 추진을 지원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회는 “바이오 기업의 상장 신청 중 주요 이슈였던 신청-심사 단계에서 기술평가에 대한 전문성 제고, 심사 절차와 소요 기간의 효율화 등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시함으로써, 바이오산업 생태계가 굳건해지는 동시에 미래 성장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는 바이오 기업의 성장 및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지원하는 효과적인 방안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