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세승 여유리 변호사
병원도 일반사업체와 같이 다수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근로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은 취업규칙을 통해 근로와 관련된 주요사항을 정한다.
근로기준법은 취업규칙 내용 중 근로자에게 불리한 변경을 할 때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동의를 명시적으로 받지 않은 경우 변경된 취업규칙 효력에 대해 법원은 일정한 판례를 형성해왔다. 이른바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이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유지한 종래 대법원 입장을 변경했다.
현대자동차 주식회사가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개정해 월차휴가제도를 폐지하고, 총 인정일수에 상한이 없던 연차휴가에 25일 상한을 신설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회사 간부 직원들은 연월차휴가 관련 부분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취업규칙 변경으로 연월차휴가수당 상당액을 지급받지 못했다며 회사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를 제기했다.
이 사건에 대해 원심은 “간부사원 취업규칙 중 연월차휴가 관련 부분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하는데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았고 사회통념상 합리성도 인정되지 않아 무효”라고 판단하면서 원고들의 미지급 연월차휴가수당 지급청구를 일부 인용했다(서울고등법원 2017년 7월 21일 선고 2015나31898, 2015나31904(병합)).
종래 대법원은 근로자 측 동의 없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관해 근로자 과반수 동의가 없었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변경이면 유효하다는 입장이었다(대법원 1978년 9월 12일 선고 78다1046 판결, 대법원 2009년 6월 11일 선고 2007도3037 판결, 대법원 2015년 8월 13일 선고 2012다43522 판결 등).
그런데 이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5월 11일 합리성이 있다 하더라도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동의권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무효라고 하여 기존 대법원 판례를 모두 변경했다(2017다35588, 2017다35595(병합) 판결).
이 사건 판례는 당연히 의료기관 내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에도 적용된다. 병원도 취업규칙 변경 시 반드시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다만 동의를 받지 않는 경우 취업규칙 변경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인정되고 근로자 측이 합리적 근거나 이유 제시 없이 취업규칙 변경에 반대하는 등 근로자 집단적 동의권 남용이 있는 경우라면 유효하다고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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