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세승 박태영 변호사(공인노무사)
비급여 대상인 시력교정술 시행 후 일부 검사료 등을 요양급여로 청구한 의사들이 이중청구로 면허정지처분을 받았다. 이들은 지난 2020년 9월 면허정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022년 11월 24일 의사인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고 대법원에서 패소가 최종 확정됐다(선고 2021누75742 판결).
비급여 이중청구란 환자에게 비급여 진료 후 진료비를 비급여로도 청구하고 요양급여로도 청구하는 것을 말한다. 미용목적 시술 비용을 환자에게 비급여로 징수했는데 이에 대한 진찰료를 요양급여로 청구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비급여 이중청구에 대해 의료법은 제66조 제1항 제7호 ‘관련 서류를 위조ㆍ변조하거나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를 이유로 면허자격을 정지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비록 위 사건의 원고들에게는 의료법 위반의 비급여 이중청구에 책임 있는 사정이 인정됐지만 재판진행과정에서 고의가 없는 비급여 이중청구도 의료법 위반의 ‘거짓 청구’로 보고 면허정지 할 수 있는지가 논란이 됐다.
해당 사건 항소심 법원은 행정법규 위반에 대해 가하는 제재조치는 행정목적 달성을 위해 행정법규 위반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착안해 가하는 제재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반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부과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의료인이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7호를 위반한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지급받을 수 없는 진료비라는 사정을 알면서 고의로 진료비를 청구한 경우에만 ‘거짓 청구’에 해당한다고 제한해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과거 법원은 같은 의료기관 내 다른 의료인이나 직원을 통해 고의 없이 행하여진 비급여 이중청구 등 몇몇 사건에서 의료법 제66조 제1항 소정의 의료인 면허자격 정지 처분을 의료인이 직접 또는 타인을 통해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으로 청구하는 비위 행위에 대해 가하는 제재라고 보고 해당 의료인이 의료법 위반의 고의가 있었다는 것에 대한 행정청의 증명이 없다면 면허자격 정지 처분 사유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적이 있었다.
반면,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비급여 이중청구의 고의가 인정되는지와 무관하게 비급여 이중청구는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사유에 해당하고, 고의는 행정청의 처분양정 단계 내지는 법원의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심사 단계에서 고려할 사정일 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의료인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단지 비급여 이중청구라는 객관적 사실이 있었음을 이유로 면허정지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의료법의 ‘거짓 청구’라는 명시적인 법규정을 넘어서는 해석일 수 있다. 때문에 이번 판결을 모든 비급여 이중청구 사안에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 따르면 착오 등의 과실로 인한 것일지라도 의료기관 내에 비급여 이중청구라는 객관적 사실이 발생한 것만으로 해당 의료기관에는 요양기관 업무정지, 요양급여 환수처분, 건강보험 거짓청구 요양기관 명단공표가 이루어 질 수 있다. 또 관련된 의료인들에게는 형사고발, 면허자격 정지처분이라는 실질적인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법원에 의해 명확해진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의료기관에는 언제든 업무상 착오에 의한 비급여 이중청구가 발생할 위험성이 존재하는 만큼, 법원의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의료기관에서는 요양급여비용 청구 실무에 더욱 신중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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