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세승 박태영 변호사(공인노무사)
의료계 역시 외부 인력 불법파견 문제를 등한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13일 외주 용역 요금수납원 100여명이 불법파견에 해당하므로 민자고속도로 운용사에 직접 고용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민자고속도로 운용사의 불법파견을 확정한 최초 판결이다.
불법파견 문제는 전통적으로 제조업에서 문제 되어왔다. 그러나 불법파견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최근에는 서비스산업, 시설·전산관리, 소프트웨어 개발산업 등 기존에 문제 되지 않았던 다양한 산업군으로 불법파견 분쟁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파견법이 의료인,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등의 업무에 대해서는 파견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병원도 시설·전산관리, 간병, 급식, 위생·청소용역 등의 업무에서 외부 인력 도움을 받는 대표적인 사업장 중 하나이다. 따라서 의료기관에서도 앞으로 불법파견 관련 법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
외부 인력 운용에 관한 계약 명칭이 용역이냐 도급이냐 등은 실제로 분쟁이 발생하면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실제 업무수행 중 외부 인력이 의료기관으로부터 직접적인 지휘·명령을 받고 있다면 해당 외부 인력 운용은 근로자파견으로 보일 가능성이 높다.
도급계약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근로자파견으로 판단될 경우 필연적으로 파견법상 무허가 근로자파견에 해당해 불법파견이 문제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근로자파견계약이라고 믿고 맡긴 근로자파견 사업체가 실제로는 파견법상 허가를 받지 않은 사업체라면 이 역시 불법파견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도급계약이 어떻게 운용될 것인지, 파견계약이라면 파견사업주가 파견법에 따른 허가를 받았는지 계약 전에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불법파견으로 판단될 경우 의료기관에는 파견법을 위반해 파견근로자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해당 외부 인력에 대한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한다. 다시 말해 외부 인력에 대한 퇴직금 등 임금을 의료기관이 직접 지급해야 할 수 있다. 또한 파견법 위반을 이유로 고용노동부로부터 시정지시 등 행정처분을 받고, 경우에 따라서는 의료기관과 대표자에게 형사처벌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불법파견의 문제는 집단적으로 이루어지는 분쟁이기 때문에 한 번 분쟁이 발생하면 어디까지 커질지 예상하기 어렵다. 앞서 본 대법원 판례처럼 불법파견 문제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이제는 의료계에서도 불필요한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외부 인력 운용방식에 대한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관련기사
- [기고]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법만으로 개인정보 전송 가능한가
- [기고] 환아에게도 설명이 필요하다
- [기고] 정보는 반드시 유출된다
- "조선족 독점 간병시장, 외국인 간병인 도입으로 개선해야"
- [기고] 사망진단서 작성 시 의사가 주의할 점
- [기고] 재소금지 원칙 깨고 병원 변심 허용된 사례
- [기고] 환자에게도 과잉진료 방지 의무 있나
- [기고] 착오로 비급여 이중청구해도 면허정지될까
- [기고] 병원 취업규칙 바꾸려면 직원 과반 동의 구해야
- [기고] 설명 후 충분한 숙고 시간 줘야 하는 이유
- [기고] 동의 없이 설치된 CCTV 가려도 ‘정당’ 판결, 수술실은?
- [기고]여성 근로자 많은 의료기관, 태아산재법 대비됐나
- [기고] 바뀐 연장근무시간 기준, 의료기관도 주의해야
- [기고] CCTV 영상 본 것만으로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될 수도
- [기고] 달라진 통상임금 요건, 병원계 파장 클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