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정부 재정 투입해 전문의 중심 전환해야"
"소청과 진료 대란은 시작 불과…근본 대책 세워야"
"전공의는 정당한 보상 없이 과도한 부담만 종용하는 일자리를 기피할 것이다. 처우 개선 없는 한국 의료계를 조용히 떠날 것이고 말없이 저항할 것이다."
젊은 의사들이 부족한 전문의 인력을 전공의로 채우는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필수의료 붕괴와 지원 기피는 가속된다고 경고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3일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 정부는 재정 지출 싫어 헛발질만'이란 제목으로 입장문을 내고 전공의에 의지하는 보건의료체계를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보건의료체계는 "수련생이란 명목으로 전공의를 값싸게 부려" 지탱하고 있다면서 더 이상 "전문의를 채용하지 않고 전공의 착취로 때우는 구조"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전공의가 입원 진료와 당직을 전담하면서 '살인적인' 업무 강도에 내몰렸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있었다. 최근 입원 진료를 중단했던 가천대길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지난 2019년 과로로 숨진 전공의가 근무한 곳이다. 이 전공의는 사망 전 4주간 주당 평균 100시간 이상 일해왔다(관련 기사: 故신형록 전공의가 보여준 의료현실…“일상화된 과로”).
대전협은 "기본적으로 전문의가 담당해야 할 영역까지 전공의가 죽음을 각오하고 담당해야 한다. 이건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가 아니다"라면서 "전공의 과로에 의존하는 상급종합병원 진료체계를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병원 내 전문의 채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대전협은 ▲단위 환자당 전문의 채용과 연계해 차등수가 지급 ▲전문의 채용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현행 36시간 연속근무를 24시간으로 제한하고 보건업 종사자가 근로기준법에 따라 정당한 처우를 보장받도록 특례업종 지정 폐지도 요구했다.
대전협은 "지금 있는 전문의를 활용하면 불가능하지 않다. 단지 국가가 재정을 투입해 문제를 해결하길 꺼릴 뿐"이라고 했다. 정부가 '필수의료 살리기'를 말하면서 국고보조금 등 추가 재정 투입 계획 없이 의대생과 전공의 정원만 조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대전협은 "지금 정책 방향으로는 기피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젊은 의사가 노동 착취 구조를 결코 벗어날 수 없다. 미래가 없는 곳에서 전공의는 주 100시간, 연속 36시간 근무를 감내하며 노동력을 싼값에 제공할 이유가 없다"면서 "사명감에 버티며 필수 중증의료를 담당할 여력도 없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한편, 대전협은 이번 입장문을 시작으로 자유기고 형식 입장문 발표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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