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과 전공의 못 찾은 대학병원들 전문의 채용 나서
소아 입원전담전문의 채용 공고 내도 지원자 없어
경희대병원도 휴일 응급실 소청과 진료 축소 결정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추가모집에서도 실패한 병원들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묘책은 없어 보인다.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소아 입원전담전문의나 응급실전담전문의 고용에 나섰지만 그 조차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소청과 전공의 모집에 실패한 이유가 입원전담전문의나 응급실전담전문의 채용에도 그대로 되풀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레지던트 1년차 추가모집에서도 지원자가 전무했던 순천향대부천병원은 오는 27일까지 진행되는 ‘상반기 전공의 상급년차 모집’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순천향대부천병원은 전공의 추가모집에서 3명을 재공고 냈지만 지원자는 없었다.
순천향대천안병원도 세부 대책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급년차 모집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순천향대천안병원 관계자는 청년의사화 통화에서 “아직 전공의 상급년차 모집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이번에도 모집하지 못하면 소청과 등에서도 별도 인력 충원을 요청하는 등 조치가 있을 거다. 세부방안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소청과 응급실 당직 등) 사람이 없어서 업무과중은 있는 상태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병원 측에 인력 확충 등) 요청이 온 부분은 없다. 일단 더 기다려봐야 한다”고 했다.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 하락을 일찌감치 경험해 온 지방병원들은 소청과 전담전문의로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부산백병원은 소청과 입원전담전문의 4명과 응급실전담전문의 1명으로 운영하고 있다.
해운대백병원도 계약직으로 채용한 소청과 전문의 4명이 야간 응급실로 오는 소아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해운대백병원 관계자는 “(소청과) 전공의가 없는 게 하루 이틀은 아니다. 전담인력을 별도로 두고 (진료) 공백이 없도록 해 왔다”고 했다.
수련병원들은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 하락으로 진료 공백을 막기 위해 소청과 전문의 고용에 적극적이지만 이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전공의 1년차 추가모집에서 지원자를 찾지 못한 경희대병원은 이미 지난해 3월부터 인력 공백을 막기 위해 소아 전담 야간응급전문의와 신생아중환자실 야간전문의를 채용해 운용하고 있다.
당초 계획은 3명을 충원할 계획이었으나 2명 채용에 그쳐 1명은 여전히 모집 중이다. 병원 차원에서 인건비를 지속적으로 올려가며 채용에 나섰지만 사실상 지원자가 없는 실정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장인 경희대병원 나영호 교수는 “진료 공백을 가능한 줄이는 방안으로 이미 응급실 야간 당직 전문의를 채용했다”며 “대부분 3차 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들이 입원전담전문의나 응급실전담전문의를 고용해 공백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병원에서 소청과에 지원해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소청과가 병원 내 수익 창출이 많은 과가 아니라 일선 현장에서 필요한 만큼 인력을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인건비 예산 확보가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소청과 지원자도 없다. 인건비를 올려도 1명은 여전히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경희대병원은 당장 설 연휴 동안 응급실 소아 진료가 어려워졌다고 했다. 향후 일요일 등 휴일 진료도 축소할 계획이다. 경희대병원의 진료 축소로 사실상 서울 북동부 지역 내 야간·휴일 소아 진료를 하는 곳은 사라졌다.
나 교수는 “설 연휴 동안 응급실 소아 진료를 못한다. 향후 휴일 진료도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병원에 계획을 올린 상태”라며 “대부분 병원들이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 북동부 지역 야간에 문을 여는 병원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주말이나 휴일 갑자기 아프면 서울 북동부 지역에서 해결할 수 없다는 의미”라며 “증상이 심한 소아들이 소아과 의사가 있는 병원을 찾다가 악화될 수 있다. 걱정이 크다. 그러나 당장 방법이 없다”고 했다.
전공의 추가모집에서 소청과 지원자가 없었던 강남세브란스병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소청과 입원환자를 야간에 돌볼 수 있는 전문의 2명을 단기계약 방식으로 채용했다. 야간 응급진료를 담당한 전문의 채용도 계획하고 있지만 소청과 전문의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전공의 자리를 전문의로 채우려는 병원이 늘고 있지만 소청과의 경우 전문의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 수련병원 관계자는 “소청과 전문의를 채용하려해도 지원을 하지 않으니 뽑을 수가 없다. 병원에서도 지원을 해주겠다며 노력은 하고 있지만 인건비 부담이 크다. 특히 최근에는 입원전담전문의 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소아 환자 진료 자체도 어려운데 아픈 아이를 둔 부모까지 상대해가며 진료해야 하는 부담이 큰 것 같다”며 “결국 전공의 지원 기피와 같은 이유로 전문의 지원도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관련기사
- “우리 애가 마루타냐” 간호사도 기피 하는 소아진료
- “참담한 소아응급 현실”…자구책 마련해 나가는 의료계
- "소청과 진료 대란은 시작에 불과"…젊은 의사들 '경고'
- [신년특집] 안녕하세요, 저는 기피과 전공의입니다
- 소아청소년과 “침몰 직전, 지원율 50% 되도록 도와달라” 지원 호소
- 정부, 의료취약지 완화 대책으로 전공의 배정 손보나
- '오늘만 사는' 지방 국립대병원 소청과…"교수가 아프면 끝"
- "기존에도 해 왔던 일인데…" ‘소아진료 축소’ 오해 받은 세브란스
- 진료비 몇천원 소송은 수천만원…"이러다 병원에 '노키드존' 생긴다"
- 사회 외면 속 죽어가는 소아외과…"빅5병원도 못 버틴다"
- 상급종병協 "각종 평가서 ‘입원전담전문의 지표’ 빼달라"
- 산부인과·소청과 접근성 격차 뚜렷…"출생아 줄면 수가 인상해야"
- "입원전담전문의, 교수 임용 가능성 높으면 오래 근무한다"
- '끝났다'는 소아 진료 현장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서울대병원
- 하반기부터 2세 미만 소아 입원진료비 본인부담 면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