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학회, 2·3차 병원 흉부외과 전문의 372명 조사
일주일 평균 63.5시간 근무…월평균 당직 5일
"전공의 한 명도 없다" 49%
업무강도는 수도권 병원이 지방보다 높아
“흉부외과 선택 후회한다" 64%

주 6일 근무에 하루 평균 13시간씩 일한다. 의사가 전공하기를 기피하는 과로 꼽히는 ‘흉부외과’의 모습이다. 그것도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의 일상이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는 지난 2019년 11월 18일부터 12월 1일까지 흉부외과 전문의 385명을 조사한 결과를 분석해 14일 발표했다. 학회는 조사에 참여한 흉부외과 전문의 385명의 84.9%인 327명이 속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근무 형태를 자세히 분석했다.

조사 결과,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흉부외과 전문의는 1일 평균 12.7시간 근무했으며 일주일 평균 근무시간은 63.5시간이었다. 이들 중 7%는 하루 16시간 이상 일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1일 8시간 근무는 먼 나라 이야기다.

한 달에 당직 근무를 서는 날은 평균 5.1일로, 토요일과 일요일 중 하루는 병원에서 보내고 있었다. 또 병원 밖에서 대기하는 온콜(On-call) 당직은 평균 10.8일이다.

흉부외과를 이을 전공의가 한명도 없다는 응답도 48.9%나 됐다. 전공의가 1명 있다는 응답은 12.2%였으며 2~4명은 18.3%였다. 전공의가 10명 이상 있다는 응답은 10.4%였다.

제공: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제공: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월평균 당직 일수는 지방이 많지만 업무강도는 수도권이 높아

한 달 평균 당직 근무 일수는 서울과 경기, 그외 지역 간 격차가 있었다. 서울 지역 흉부외과 전문의는 한 달 평균 3.5일 당직이었지만 경기도는 5.5일, 그 외 지역은 6.1일이나 됐다.

흉부외과 전문의 수에 따라 당직 일수가 달라졌다. 흉부외과 전문의 2~4명인 병원은 1인당 월평균 6.5일 당직을 선 반면 10명 이상인 병원은 월평균 당직 일수가 3.5일이었다.

학회는 “이번 조사 대상에는 상대적으로 당직이나 응급이 적은 폐 식도를 수술하는 일반 흉부외과 파트가 50% 이상 포함돼 있어 성인심장, 소아심장, 혈관 외상분야 흉부외과 전문의의 근무 시간은 이보다 더 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업무강도도 높았다. 흉부외과 전문의의 80.4%가 업무 강도가 높다고 했으며, 더 이상은 감당하기 힘들다는 응답도 60.6%였다.

높은 업무 강도로 인한 스트레스 등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흉부외과 전문의도 16.8%였으며, 9.2%는 정신건강의학과 상담도 받았다.

업무강도가 과하다는 응답은 서울·경기 지역이 더 높아 87.9%였다. 이는 수도권 환자 쏠림 현상으로 인해 지방 흉부외과보다 담당하는 환자가 많기 때문이라는 게 학회 측 설명이다.

업무 대비 보상이 적절하지 않다는 응답은 67.9%였다. 적절한 보상이 없다고 지적한 흉부외과 전문의들은 규정 미비로 흉부외과 지원금이 다른 과나 병원에 투자되는 현실을 비판했으며 저수가로 인한 악순화를 지적하기도 했다.

제공: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제공: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흉부외과 전문의 52%, 번아웃 상태

번아웃(burnout)을 호소하는 흉부외과 전문의도 51.7%였다. 그리고 93.9%는 전문의의 번아웃으로 환자 안전에 위해가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번아웃 원인으로는 36시간 이상 연속 근무 후 응급수술, 밤샘 수술 후 외래 진료 등 과도한 업무를 꼽았다.

주관식으로 서술한 흉부외과 전문의가 처한 현실은 이랬다.

“전공의가 없으니 월급, 대우, 승진에서 매우 불리하고, 전공의 역할까지 하지만 오히려 전공의 없는 과로 차별 대우를 받는다.”
“흉부외과 의사로서 힘들고 어려운 환자를 보는 것 자체는 보람 있지만 육체적 정신적으로 너무 과할 때는 많이 지치고, 일만 하다가 연구 같은 일을 할 수 없어 승진이 누락되고, 집에는 늦게 들어가고 남들보다 늘 바쁜 아빠, 남편인데, 남들보다 월급은 턱없이 작다.”
“업무량이 많고, 나이는 들어가는데, 계속 야간에 콜을 받고, 응급실 진료를 하는 상황이 힘들다.”
“흉부외과 의사들이 부족하고 병원에서 봉사만 요구하고 젊은 의사들이 없기 때문에 절망적이다.”
“필요할 때는 흉부외과를 부르지만, 결국 흉부외과는 소외된다.”

“흉부외과 선택 후회한다” 66%
“후배나 자녀에게 흉부외과 추천하지 않겠다” 74%

이같은 현실에 흉부외과 전문의로서 직업 만족도는 낮았으며 흉부외과 선택을 후회했다.

전반적인 만족도가 10점 만점에 4.9점이었으며 흉부외과 전문의로서 삶의 만족도는 4.6점, 성취나 의료행위 관련 만족도는 5.5점, 사회의 존중·존경에서 오는 만족도 5.4점이었다.

개인의 삶보다는 상대적으로 성취감이나 준중하는 사회 분위기 등에서 오는 만족도가 높았다. 학회는 “흉부외과의 자부심과 명예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흉부외과를 전공한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다는 응답이 66.0%나 됐다. 또 74.0%는 후배나 자녀에서 흉부외과를 추천하지 않겠다고 했다.

설문에 참여한 한 흉부외과 전문의는 “아무나 못하는 치료를 해서 환자를 살릴 수 있다는 보람으로 의미도 찾고 버티고 있다”며 “하지만 점점 의사를 배척하는 사회 분위기, 시간이 지나도 전혀 변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는 업무 강도, 가족을 챙기지 못하는 죄책감 등으로 아주 가끔 이긴 하지만 다른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학회는 이번 조사 결과로 “왜 흉부외과가 모두 지원을 기피하는 과가 됐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게 됐다”며 흉부외과 전문의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 등을 단기 대책으로 제안했다.

학회는 그러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으로 흉부외과 기피 현상을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의대 정원 증원으로 낙수효과를 통해 흉부외과 지원자를 늘리자는 주장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현재 의대 졸업생 1,000명 중 5~10명 정도가 흉부외과를 지원하는 상황에서 연간 400명 증원 시 나타나는 낙수 효과는 연간 2명 미만”이라고 지적했다.

학회는 “현재 가장 필요한 장기적인 지원은 흉부외과를 기간산업과 같은 국가 필수의료로 판단해 국가적 대규모 투자, 수가 현실화, 흉부외과 분야 연구, 흉부외과특별법 등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흉부외과 전문의 자원 활용을 확장하면 흉부외과가 필수의료로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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